결코 낭만적이지 많은 않은 디자인 세계 들여다보기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보이지 않는 세계
홍동원 지음 / 동녘 / 2009년 6월

결코 낭만적이지 많은 않은 디자인 세계 들여다보기

 

디자인이 무엇일까?

 

미술과목을 좋아했던 터라 디자인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많았다. 어떤 것이 디자인 일까. 무엇이 우리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일까 하는 생각에서 나름 이런 저런 밑그림도 그려보았다. 비록 그정도로 잘란 실력을 갖지 못해서 디자이너의 길을 가진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 관심속에서 선택한 책이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란 책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똥구멍'에 폭소를 자아냈었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때는 이것이 절대로 디자인에 관한 책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다. 헌데, 출판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아트디렉터 홍동원님의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란다. 이런 제목을 선택한 것은 가끔 말도 안되는 디자인 의뢰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표현이 인상적이라서 일단은 잊혀지지 않는 책이 될것임은 분명해졌다.

 

이 책은 최근 급격히 '돈'의 가치로 인정받고 있는 디자인의 실제 생활이 얼마나 기가막힌 삶인지를 이야기하는 에세이 형식의 저서이다. 결코 쉽지 않은 디자인 세계, 일명 '노가다'성이 일임을 본격적으로 털어놓는다. 아트 디렉터라는 타이틀을 상당히 빛나지만 고객이 의뢰를 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는 삶. 친절한 검찰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명함을 만들어 달라는 것까지 고민해야하는 창작 고통의 삶. "내가 신이냐?" 란 말 속에서 디자이너들의 '똥구멍 그리기' 사연이 역역히 드러나 있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디자인은 절대 쇼가 아니라 생활이라고. 'I ♥ NY' 티셔츠의 탄생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이 로고 하나로 전세계가 뉴욕에 열광하게 되었다. 하지만 만들어진 사연은 뉴욕에 개똥이 많아서 사람들이 뉴욕을 싫어하길래 한 남자가 조그마한 캠패인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의 디자인 값은 '무료'였다. 이처럼 디자이너들이 전부 돈을 잘 벌거나, 전부 화려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저자는 그것을 독자들에게 호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행이 나는 어설프게나마 그래픽 디자인을 해보았기 때문에 창작의 고통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에 상당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심청이', '태권브이','마징가 Z' 와 같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캐릭터들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과 저자가 느꼈던 공짜 달력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가 오랜 독일 유학 생활에서 느꼈던 경험들이 인상적이다. 외국에 나가면 황금 송아지같은 것을 건질 줄 알았는데, 막상 디자이너로 지내다보니 '한국'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역시 우리것이 아름답고, 우리것이 좋은 것이다.

 

책 중간 중간에 그의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고, 그의 재치있는 글담과 디자이너 경험담들이 소설을 읽듯 지루함이 없다. 그리고 그의 적나라한 생각이 좋다. 광고를 그는 '악의 꽃'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리고 서울을 디자인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일종의 '쇼'로 만들고 있는 서울 현재를 비판한다. 이쯤은 되어야 아트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지기 않겠는가. 디자인 세계에 대해 궁금하셨던 분들에게 그 세계를 알 수 있는 즐거운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