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완벽한 하루
멜라니아 마추코 지음,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인생 모든것이 한순간, 어느 로마의 하루 이야기!

 

조심스럽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단 하루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더러 발견할 수 있다. 그 대표주자는 단연 미국 드라마 ‘24시’, 잭 바우어의 하루 일과가 상당히 혼란스럽고도 복잡했다. 과연 그 일들이 모두 하루에 일어난 일들이란 말인가?! 라고 느낄 정도로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느슨하기 짝이 없는 영화도 있다. 우리나라 영화인 ‘멋진 하루’가 그것이다. 주인공 둘의 감정 조절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하루에 대해 자연스럽게 담아내었다. 또 반대로 ‘사랑의 블랙홀’이란 영화처럼 하루가 수십 번 반복되는 삶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사람에게 주어지는 단 ‘하루’가 주인공이다.

 

그런 작품들의 맥을 이어가듯, 이탈리아의 톨스토이라 불리는 작가 멜라니아 마추코의 <어느 완벽한 하루>가 등장하였다. 이탈리아 소설은 다소 생소하기 때문에 나의 궁금증이 증폭되어 있었다. 작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상당한 호평을 받는 작가인 듯하다. 이탈리아 평론가들은 그녀의 작품을 톨스토이의 소설 같다고 평하면서 19세기의 건축 기술로 현대적인 건물을 지은 것과 흡사하다고까지 말했다. 현대 이탈리아 문학계에서 상당히 주목받는 이 작가의 소설, 생각 이상으로 읽기 시작하자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갔다.

 

<어느 완벽한 하루>는 2001년 5월 4일 하루 동안 아홉 명에게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의 배경은 로마로써, 저자는 도로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곳까지 매우 세밀하게 배경 묘사를 하였다. 그래서 소설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나름 로마를 다녀왔던 기억을 내뿜으면서 읽어 내려갔다. 한 밤중에 옆집에서 들린 총성 때문에 경찰을 부르게 되고, 경찰들이 들이 닥친다. 그 경찰은 다름 아닌 안토니오 부오노코레. 이 소설의 축을 이루는 한 사람이다. 그 장면에서부터 본격적인 24시가 시작된다.

 

사실 그는 엠마라는 이혼한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그녀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소설에서 그의 사고는 거의 스토킹과 분노, 그리움이란 감정이 뒤죽박죽 된 느낌이 강하다. 엠마에게는 중학생 발렌티나도 있고 일곱 살 아들 케빈도 있다. 그 케빈의 여자친구 카밀라는 안토니오가 경호하는 국회의원 엘리오의 딸이며, 그 엘리오는 두 번째의 젊은 부인인 마야랑 함께 살고 있다. 엘리오는 꿈에서 자신이 낙선한 꿈을 꿀 정도로 권력에 대한 압박도 있었고 아내와의 삶이 지겨운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 그에게는 대학생인 아들 제로도 있다. 제로는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아 폭탄까지 제조한다. 그리고 엠마에겐 동성애자인 사샤라는 친구도 등장한다.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들의 나열이다. 그들 어느 누구도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이들의 관계에 대한 것은 시간에 따라 교차되어 보여준다. 각각 다른 이야기들이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이야기가 꾸려나가기 때문인지, 처음엔 읽기 힘들었다. 하지만 다양한 시선 속에서 얽혀 빠르게 전개해 가는 스토리의 흡입력은 상당히 좋다. 그리고 배경 묘사와 감정 표현이 뛰어난 것 같다. 상당히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 특별한 주인공도 없지만 모두가 같은 이야기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흔할 것 같은 소재를 두고, 이야기를 멋지게 엮어간 작가의 시선이 부럽기도 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가의 매력이 푹 빠지게 되는 아주 멋진 어느 소설. 완벽한 하루를 통해 적나라한 우리의 인생을 실컷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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