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스며드는 아침 - 제13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양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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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외치는 중국의 민주화의 아침.

 

제작년 여름, 배낭을 메고 짧게 주어진 휴가를 맞이하여 북경으로 떠났다. 문화 유적 답사나 고대 도시 여행을 좋아하는 터라, 북경도 놓칠 수 없다 여겨 그곳으로 정했던 것이다.  북경은 중국의 수많은 역사가 그대로 살아 숨쉬는 역사적 도시이기 때문이다. 내가 갔을 때만 해도 베이징 올림픽 전년이기 때문에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북경의 중심은 천안문과 자금성이 있는 곳으로 바로 연결되어 있다.  그중 천안문은 우리나라의 독립 기념관이나 3.1운동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민족과 독립, 그리고 투쟁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릴 것 같은 곳이랄까. 양이의 소설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을 읽었을 때 난 딱 이 여행했던 그날의 그 광장이 떠올랐다.

 

이 책의 기억은 1989년, 6월 4일 초여름 아침이다. 사실 이때의 역사적 사실을 잘 알지 못했는데, 우리의 5.18 민주화 항쟁, 6.10  항쟁과 같은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것과 같은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인공 하우위엔은  바로 이 시절의 젊은이로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열정과 자유가 몹시도 중요했던 것이다.  그는 중국을 사랑했다. 중국문학과의 그는 혁명 소설에 푹 빠져 중국인도 이렇게 인간적인 문학 작품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 충격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문학을 알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주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불편하기 시작한다. 소설에서 보면 즈창이 테레사 텐의 노래를 두고 '퇴폐적인 음악의 침투력'이라고 표현한다. 사랑하는 감정이 느껴지는 것을 두고 '침투'라고 표현하다니.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중국 시대적 배경과 사람들의 심리를 단번에 읽을 수 있었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마찰, 소설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주인공은 엘리트에 꿈이 많은 대학생이었지만, 중국의 역사와 함께 하려하다가 점차 사그라졌다. 절망 속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일본인 고아 2세인 우매와 함께 결혼하여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었다. 우리도 우리의 민주화 시절에 많은 이들이 미국으로 건너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나라이든 이런 뼈아픈 사연들이 뭉클거리고 있음이 안쓰러웠다. 그들이 그 이후에 어떻게 살아왔던 것일까.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는 짐작정도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일본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어째서 중국인의 중국소설이 일본상을 수상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 소설의 내용과 소설이 일본어로 쓰였다는 점과 아직은 '천안문 사태'에 대해 쉬쉬거리는 중국이라는 점을 가만히 살피다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중국,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민주주의와 자유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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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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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에게 있을 수 있는 '트라우마'의 손길, 영화와 함께 풀다.

 

 

깊은 자기 내면을 오랫동안 생각하다보면, 누구나 말하지 못할 슬픔과 고통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누가 쉽게 내뱉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들이기에는 그다지 강하지 않았던 나이기에,  가슴 언저리에 못이 몇개나 박혀있기도 하다. 겉으론 강한 척을 해도 속으론 하염없이 약한것이 인간 아니겠는가. 맞다. 인간은 나약하다. 인간은 외롭고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남의 슬픔과 남의 고통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가 없다. 타인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 그것은 비난거리가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마음속의 못들. 그것이 트라우마다. 다른 말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심리학 책을 그다지 많이 본 적은 없지만 '트라우마'에 대한 것은 어느정도 들어본 바 있다.  누군가의 삶에서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 했을때 그것이 평생의 인생에 큰 불행을 만든다는 것인데, 가령 가족이나 지인의 갑작스런 사망, 천재지변, 성폭행, 강간, 폭행, 전쟁 등이 그 사건에 해당한다.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들 뿐이다.

 

이 '트라우마'에 대한 영화를 찾아서 스토리 설명 및 정신 분석학적으로 쉽게 풀어 쓴 책이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이다. 저자는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정신 문제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책을 펴내고 싶어서 출간했다고 한다. 나에게도 영화가 상당히 친근한지라 기대를 가지고 살펴보았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영화를 말하는 책들의 경우, 내가 본 영화의 편만 골라서 본다. 아무리 전문가가 쓴 글이라고 해도 영화를 전혀 보지 않은 상태로 이해하는데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목차에 있는 대로 본 영화들만 골라서 보았다. 트라우마의 정의와 그 원인과 증상, 치료에 이르는 짜임새 있는 구성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원래 저자가 '쉬운 이해'를 위해 지어서인지 전문학적인 용어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아주 쉬운 풀이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처음에는 "이거 너무 뻔한 책 아닌가." 란 착각마저 일었다. 하지만 오히려 쉽기 때문에 어려운 '트라우마'에 대한 정신분석적 측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잊고 있던 굵직한 영화들이 다시금 새록 새록 피어 올랐다.

 

신기하게도 여기에 소개된 영화들은 대다수가 내가 본 영화일 뿐만 아니라 으뜸으로 꼽는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다. 밀양,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21그램, 라비앙 로즈, 샤인, 미스틱 리버, 나비효과, 포레스트 검프, 굿 윌 헌팅, 미스 리틀 션사인 등이 그러하다. 절대 밝고 화사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영화들인데, 짜임새 있는 각본과 스토리 전개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수작들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영화들은 저자가 말한대로 '트라우마'에 대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릴 때 경험했던 성폭력이 성인이 되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부모에게 폭행당했던 천재 소년이 후에 어떤 트라우마에 갖히게 되었는지 영화를 이용하여 독자들에게 어필한다. 그래서 더 크게 공감이 갔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절대로 이 사람들이 될 수 없다.  직접 당해보지 않고서는 그 끔찍한 심정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마지막 파트에 나오는 치료의 부분을 주의깊게 읽을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이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꺼야. ' 란 말로 쉽게 생각하지 말고 진짜 따뜻한 사람이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 듯 하다. " 니 잘못이 아니야 " 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 아닐런지. 정말 오점 없는 인생은 없다. 우리에게 죄책감, 부끄러움, 두려움, 불안감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다면 부끄러워 하지 말고 조금씩 드러내보자. 그 용기가 당신을 치유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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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예술 - 예술은 영혼의 언어이다 헤르만 헤세 :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켈스 엮음, 이재원 옮김 / 그책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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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대한 감정의 폭로

 

어릴 적부터 유달리 예술 분야에 이끌렸던 나는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그림이면 그림 건드려보지 않았던 것이 없다. 물론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잘하는 건 더더욱 아니지만 왠지 나는 예술을 해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느꼈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 관심과 궁금증에서 비롯된 작은 나뭇가지에 지나지 않았던지 모르겠다.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 하나에 목맨다는 것 자체가 숙제였다. 특별히 어느 하나만 좋은 것이 아니라 그냥 예술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던 것뿐이었다. 시를 짓는 것도, 노래를 부르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나의 배경이었고, 나의 친구였고, 나의 즐거움이었다. 난 거기서 멈추었던 것이다.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던 뜨끔한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데미안>, <수레바퀴아래서> 의 헤르만 헤세의 <헤세의 예술>이라는 책을 손에 쥐었다. 그는 이미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작가로 <헤세의 인생>,  <헤세의 사랑>,  <헤세의 예술> 등의 궁극적인 작품을 펴냈다.  작가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대표적 아이템인 '인생, 사랑, 예술'에 대해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했다고 보면 쉽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가 남긴 주옥같은 작품들 속에서나 또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쓴 편지 안에 담긴 헤세의 예술론에 대해 나온다. 예술은 영혼의 언어라고 표현하면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자신을 순수 영역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예술이 그만큼 순수하고 신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책에 수록된 주옥같은 표현들은 그냥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값진 문장들이다. 분명 한 단계 이상의 정리를 거쳐야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상들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미와 예술만큼 우리를 밝고 쾌활하게 만드는 것은 없으며, 덧없음의 극복이라고 말했다. 각각의 작품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렇게 저자의 예술론들만 묶어놓았더니 어느 정도는 개념은 잡혀간다. 분명 그는 예술가로써 예술 자체를 칭송하고 있는 것이라 여겼다. 그 예술적 분위기는 필시 모든 현실적인 것이 상징이 되는 것을 말하며 헤세에게는 그 상징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여기나오는 서술만큼 예술을 말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가 비평에서 말한 것처럼 '질서가 아무리 아름답고 고귀하다고 해도 문학에 완전히 사로잡히기 위해서는 질서 옆에 밤과 혼돈을 느낄 수 있어야만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더 깊이 있는 생각과 표현을 배울 수 있었다.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독서를 하면 할수록 더 세심한 감정과 풍부한 언어적 표현으로 가득 채웠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독서 자체 안에서 화해되도록 하는 그 순수한 예술을 내 머리로, 마음으로, 손으로 잔뜩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적이면서 예술적이고 심리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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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 발췌 지만지 고전선집 395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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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설득, 로맨티스트 앤의 이야기

 

제인 오스틴. 그녀는 <오만과 편견>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세계적인 여류작가가 되었다.  특히나 여성들의 섬세함에서 강인하고 자유분방한 면모들을 깊이 파헤치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그녀가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킨 것은 단 6편뿐이다. 그는 '제이나이트'(제인 오스틴의 팬들) 부류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런 그의 작품이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20세기에 들어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새롭게 리메이크 되면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이 되었다. 그래서 나도 유일하게 <오만과 편견>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만난 작품은 '지식을 만드는 지식'이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고전선집의 <설득>이란 작품이다. 그녀의 6번째 작품 중에 마지막이라고 한다. 사실 다른 작품보다도 이 책의 제목이 이끌렸었다. 설득이라는 말이 전형적으로 고전적 느낌을 풍기면서도 간결하고 깨끗하며 절제미가 돋보였다. 요즘 나오는 작품들에서는 오히려 이런 고전미가 풍기는 제목을 찾기가 더 어려운데 말이다. 그래서 이제껏 몸에 베인 현대소설의 감을 살포시 놓고, 딱 유럽의 고전시대로 넘어가보기로 했다.

 

서머싯 주에 자리 잡은 켈린치 홀의 주인 월터 엘리엣 경은 신분 차이에 민감하고 허영스러운 인물이다. 그에게는 3명의 딸이 있었는데, 아버지와 꼭 닮아버린 첫째 엘리자베스, 우리의 주인공이며 로맨스 적 가치를 꿈꾸며 전통적 사회 풍습에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둘째 앤 엘리엇, 그리고 항상 병이 있다고 상상하는 셋째 메리이다. 앤은 아버지와 언니 때문에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사랑했던 남자인 프레데릭과 약혼을 하였지만 철석같이 자기편이라고 믿었던 돌아가신 엄마의 친구 레이디 러쎌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헤어진다. 지금이야 웬만한 부잣집이 아니고서는 이런 일이 드물지만, 당시의 여성들은 사랑보다는 명예, 로맨스보다는 가족이 중요할 때가 아니던가. 하물며 제인 오스틴의 또 다른 작품인 <센스 엔 센서빌리티>, <오만과 편견>도 그렇다. 시대에 굴복하지 않은 여성들은 '결혼'이라는 울타리에서 사회와 개인의 중심 잣대를 두고 심각해져버린다. 그래서 그들이 오히려 더 빛나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앤에게도 희망은 있었나보다. (앤이라고 하니 자꾸 빨강머리 앤이 떠올랐다) 생각 없는 아버지 덕분에 집을 팔게 되었는데 새로 이사 오는 사람이 바로 프레데릭의 매형이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지 않은가. 가족들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던 앤에게는 더욱 절실했을 것이다. 그래서 책에는 이런 말이 있다.

" 앤 엘리엇은 얼마나 웅변적으로 열변을 토하고 싶었을까! "

 

확실히 고전 소설이라서 현대 소설과는 읽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처음부터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에 대해서 줄줄이 설명하는가 하면 언제 설명했느냐는 듯 빠른 서사성이 돋보인다. 그래서 한 문장 한 문장을 놓칠 수 가 없었다. 그런 반면에 저자의 서술이 상당한 감정이입이 될 수 있도록 자세하고 상세했다. 직설적이며 절대적 주인공의 내면에 포진되어 있다. 그래서 철저히 나도 앤이 되고야 말았다. <설득>이 1995년도에 영화화 되었던데, 아직 보지 못해서 몹시도 궁금해졌다. 충분히 영화라는 매체에서 표현해도 아름다웠을 것 같다. 즐거운 고전 읽기의 즐거움 덕분에, 다른 고전 책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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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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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속의 발레단이 꿈틀 거린다!

 

초록 배경의 발레 슈즈가 예사롭지 않은 표지에서, 유독 더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그건 오른쪽 상단에 적힌 '가가 형사 시리즈'라는 문구, 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가 탄생시킨 최고의 형사인 가가형사를 본격적인 무대로 내세우는 작품들을 만들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의 손에서 태어난 뒤 20년 넘게 성장해왔다니, 놀랍지 않은가. 총 일곱 편이 등장하는데 그 중 <잠자는 숲>은 두 번째 시리즈가 된다.  워낙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쉬운 문체와 빠른 템포를 자랑하는 놀라운 스토리텔링을 가진 작품이라서 부담 없이 바로 읽어 내려갔다.

 

<잠자는 숲>의 주인공은 발레리나이다. 미오라는 발레리나는 자신의 절친이자 경쟁 상대 하루코가 남자 강도에게 습격을 당해 정당방위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소식을 듣는다.  미오는 절대적으로 하루코를 믿고 있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냉철한 성격의 침착했던 하루코에게 그날,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들 사이에 드디어 히가시노의 히어로 '가가 교이치로'가 나타나게 된다. 빈틈없는 추리로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함과 동시에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가가형제가 이번 사건에서도 빛을 발한다.  정체 모를 남자의 습격과 죽음에 이어서 발레단 총 책임자 가자마 도시유키도 살해당한다. 그리고 가가 형사가 만난 남자 중 하루코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야기유 고스케도 타깃이 되어 살인 미수를 당하고 만다.  비좁은 공간인 발레단 안에서 벌어지는 미심쩍은 사건들이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그가 뿌리고 다니는 흔적들을 반드시 주워 담아야 한다. 그래야 그가 심어놓은 트릭들을 캐내면서 추리를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역시 궁금해서 참을 수 없어 책장을 넘기고 만다. 생각보다 덜 무서워서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라는 최고급 발레 공연과 함께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가가 형사의 풋풋함을 만날 수 있어서 더더욱 좋았다고 할까. 이 소설은 가가 형사 시리즈 중에서 가장 로맨틱하다고 하는데, 모두 다 읽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어쩐지 왜 발레를 선택했는지 감은 온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더 몽환적인 기분으로 읽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추리소설은 최고야, 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이미 히가시노의 트릭에 길들여지고 있어서 일까. 그래도 또, 또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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