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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들의 역사 - ‘다빈치’부터 ‘타이타닉’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인류사, 2022 한국공학한림원 추천도서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2년 11월
평점 :
나의 대학 전공은 화학공학이었다.
열역학을 비롯하여 유기화학, 반응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대학에서 다루었지만, 나에게 많은 어려움을 준 과목을 꼽으라면 유체역학을 꼽을 수 있다.
유체는 고체와는 달리 외부의 작은 힘으로도 쉽게 변형되면서 움직이는 기체나 액체를 뜻하고, 이에 대한 유동현상의 원리들을 유체역학에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유체역학은 비행기나 선박 등 유체에서 이동하는 기기들을 비롯하여 각종 건축, 토목, 화학공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어 화학공학 이외에도 많은 공대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전공과목이다.
이 책은 그 유체역학에 대하여 과거부터 최근까지 유명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쉽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책이다.
우리도 잘 아는 1912년의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에 대하여도 이 책에서 하나의 소재로 등장한다.
타이타닉호의 침몰 원인이 되었던 빙산은 그 거대한 물체의 일부분만 해수면 위로 내밀고 있다고 하여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통상 물속의 얾음은 전체 부피의 92%만 물에 잠기고, 8%정도는 물위에 뜨게 되는데 이런 이유로 얼음의 비중은 0.92가 된다.
하지만, 남극의 빙산은 눈으로 다져진 얼음 중에 공기층이 있어 일반 얼음보다 비중이 낮은 0.8정도라고 한다. 즉, 일반 얼음보다는 비록 많은 부분이 수면으로 올라오지만, 그래도 보이는 부분은 22%정도이다.
재미있는 일화로 물이 부족한 중동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남극의 빙산을 끌고와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내용도 있다.
핵잠수함으로 남극에 있는 거대한 빙산을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끌고와서 담수로 사용한다는 구상으로 실제 1977년에 계획되기도 했지만, 중간에 녹아내리는 것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여 무산된 적이 있다.
또한, 그 때 하지 못했던 프로젝트를 아랍에미리트의 한 사업가가 지금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실현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야기중에 한번씩은 해 보았을 것 같은 '물수제기 뜨기'에 관한 내용도 흥미롭다.
강이나 호수에서 조그마한 납작한 돌을 들고 가급적 수면과 비슷한 각도록 던지면 돌이 물에 빠지지 않고 튕기면서 여러면 날아오르는 현상인데 아마도 이런 걸 한번씩은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물수제비를 잘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많은 이들이 연구를 했다고 하고, 그 결과로는 둥글고 납작한 지름 5cm의 돌이 물수제비에 적합하고, 돌과 수면이 이루는 각도는 가급적 수면과 수평이 되는 것보다는 20도 정도가 이상적이라고 한다.
입사각이 20도보다 작으면 수직 성분의 반발력 역시 작아 돌이 수면에서 튀어 오르기 어렵다고 하고, 반대로 입사각이 20도보다 크면 수직 성분의 중력도 커서 몇 번 튕기지 못하고 물 속에 빠진다고 한다.
또한, 45도보다 크면 중력이 수면의 저항력보다 커서 한 번도 튕기지 못하고 물속으로 가라앉는다고 하니까 잘 기억했다가 한 번 해보면 어떨까 한다.
운 좋으면 10번 이상 튕기는 기적을 볼 수도 있을테니..
또한, 회전도 중요한 요소중 하나로서 고속으로 회전하면 안정적인 추진이 가능하게 하는 '자이로 효과'로 안정성이 더해져 이론적으로는 메이저 리그 정상급 투수가 야구공을 던지듯이 돌을 시속 150km로 분당 2,500번 회전시키면 300번의 도약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 물수제비 뜨기는 스포츠경기로도 있다고 하는데, 현재 기네스북의 기록은 2013년에 세워진 88번이라고 하니까, 우리도 잘 연구하면 10번이 아니라 20번도 할 수 있을 듯...
이처럼 이 책은 어렵기만 한 유체역학을 사건과 역사를 통하여 재미있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책으로서 공부를 한다는 개념이 아닌 생활의 과학을 이야기로 듣는다는 느낌으로 즐겨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