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의 주변에도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현금은 커녕 그 흔한 신용카드 한 장도 가지고 다니지 않고, 필요한 모든 것을 휴대폰에 옮겨놓아 휴대폰 하나로 모든 걸 처리하고 있다.
스웨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에서는 이미 현금 없는 사회로 이미 많은 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 캐나다, 태국 등에서도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출을 공공연히 외치고 있는 중이다.
현금이 없어지면 누구에게 더 좋은 일이 될까?
일반 현금을 이용하는 국민들이나 시민들?
아니면, 현금이 안 받아도 되는 소상공인들?
아니다, 이 책에서도 언급을 하고 있지만, 가장 크게 웃을 수 있는 이들은 금융기관과 국가, 그리고 IT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기업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금이 없어지면, 금융기관들은 더욱 크게 이익을 낼 수 있고, 그와 더불어 디지털화로 이루어지는 거래에서 파생되는 각종 빅데이타를 활용한 추가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곳이 된다.
중국의 예에서 보듯이 국가기관이나 자치단체 등은 국민들이나 시민들의 생활 하나하나를 디지털화된 화폐의 사용 추적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되어 완전한 '빅브라더'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구글, 페이스북, 등 IT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거대기업들은 실물화폐가 아닌 디지털화된 지불수단을 통용시킨다는 것 자체가 그들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는 결과로 나오게 된다.
더군다나 금융기관이나 국가 등과 연계하여 이루어지는 화폐의 비실물화 절차에는 필수적으로 이들이 관여를 하게 된다.
현금이 없는 사회가 편리하기는 하다.
다만, 실물 현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의 반대편에는 우리가 희생해야 될 측면도 있다는 점을 잊었어는 안될 것이다.
인간이기에 지켜져야 될 최소한의 개인적 인격과 알려주고 싶지 않은 사생활 그리고, 이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어릴 적 시골에 갔다 오는 길이면 꼬깃꼬깃하게 안주머니 깊숙이 넣어두었던 지폐 한 장을 꺼내 자그마한 내 손에 항상 쥐어주던 할머니의 그 마음 마저도 화폐가 사라지면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한 번쯤은 해야 된다.
이 책은 화폐의 기능, 대형금융기관의 조직과 운영방식, 핀테크 기반의 거대기업들과 국가 등 이른바 빅브라더들이 추구하는 방향 등에 대하여 금융전문가인 저자가 진솔하게 내면을 알려주고 있다.
디지털화는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과 신속함, 그리고 오류를 줄여주는 일들 해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잃게 되는 많은 일자리와 더불어 우리 개인들의 사생활, 그리고 인간으로서 지켜져야될 최소한의 한계까지 모두내어주어 결국은 인간 모두가 빅브라더들 밑에서 생활해야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될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이 주는 저자의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비어가는 지갑 속의 현금 한 장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