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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위한 변론 - 무자비하고 매력적이며 경이로운 식물 본성에 대한 탐구
맷 칸데이아스 지음, 조은영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9월
평점 :
식물들을 잘 관찰해보면 이들의 삶에 대한 애착과 노력에 탄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이 있어야 살수 있는 식물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물이 거의 없는 척박한 땅에도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을 가지고 자생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도시의 콘크리트 더미 사이의 자그마한 틈에서도 봄이면 어김없이 이름모를 잡초들이 꾸역꾸역 올라오는 모습은 가히 신비롭기도 하다.
여름이면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자신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다음 생을 위하여 씨앗을 뿌리는 모습은 인간이 따라가기에도 벅찰 정도로 본능에 대한 충실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번식을 위하여 식물이 수정하는 방식은 자연을 극적으로 이용한다.
곤충을 꽃으로 유혹하여 곤충의 몸에 수술의 꽃가루를 묻혀 암술에 옮기는 정형적인 방법외에도 새나 파충류 등의 다양한 동물을 유혹하여 꽃가루를 옮기는데 이용하기도 한다.
섬이라는 독특한 자연환경인 모리셔스섬에서는 초롱꽃과의 '네스코돈 마우리티아누스'라는 꽃이 도마뱀을 독특한 방법으로 유혹한다.
빨강과 노랑에 잘 끌리면서 당분을 찾는 도마뱀들을 보라색 꽃 안에 빨간색 꽃꿀을 만들어 불려들이는 것이다. 이들이 먹음직스러운 빨간 꽃물을 찾으면서 이들 몸에 꽃가루를 묻혀 전달자로 일하도록 하는 모습은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매개체를 적절히 이용하는 모습으로 충분해 보인다.
식물들이 수정하는 방식에 동물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 그 중에서도 바람을 이용하는 것도 많은 식물들이 애용하는 방법이기도 한데, 이로 인해서 우리 인간들은 봄이나 여름이면 꽃가루 알레르기라는 아픔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바람을 이용하는 식물 중에 최고의 타이틀을 받아도 되는 식물이 있다.
바로 우리가 즐겨 먹는 오이와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자바오이'이다.
이 식물은 나무의 꼭대기까지 덩굴처럼 감고 올라가서 종잇장처럼 얇으면서 길이가 무려 13센티미터나 되는 날개를 단 씨앗을 퍼트린다.
행글라이더 모습을 가진 씨앗의 날개는 공기의 양력을 맘껏 이용해서 아주 멀리까지 날아가고, 심지어는 항해중인 바다 한가운데의 배 갑판에서 이 씨앗을 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씨방 내부에 압력을 축적하여 대포처럼 씨앗을 쏘는 식물도 있고, 씨방 주의의 잎들이 둥글게 감싸면서 공모양으로 만든 후 어느 시점에 이를 지지하는 줄기가 끊어지면서 가벼운 공이 되어 숲속 여기저기를 굴러다니면서 씨를 뿌리는 식물도 있다니 참으로 식물들의 세계는 신비로운 뿐이다.
혹시 나무 중에 스스로 걸어다니는 나무가 있다고 하면 믿을까?
영어권에서 '걷는 야자(walking palm)'라고 불리는 '소크라테아 엑소르히자'라는 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마치 촉수가 뻗어나온 괴물처럼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촉수들이 이 나무의 뿌리라고 한다.
어떻게 걸어가는 것일까?
그냥 보면 영화에서처럼 촉수들이 다리가 되어 나무를 지탱하고, 나무몸통이 성큼성큼 걸을 것 같지만, 그건 진짜 영화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식물들의 대부분이 그렇듯 이 나무도 양의 굴광성이 있어 빛이 잘 들어오는 쪽으로 뻗어나간다.
하지만, 밀림에서 많은 수목들이 빛을 향해 경쟁적으로 자라나기 때문에 바로 위쪽으로는 차츰 빛이 사라져감에 따라 지속적으로 빛을 향해 굽어지다 보면 나무가 쓰러질 때도 있다.
이 때, 이 나무는 쓰러진 줄기쪽에서 촉수 같이 생긴 새로운 뿌리가 나와 쓰러진 몸통을 지지한다. 새로운 뿌리가 나온 후 중심에서 멀어진 뿌리들은 차츰 퇴화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중심이 이동을 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일년에 몇 미터씩 이동을 하여 빛을 잘 받을 수 있는 위치가 되면 수직으로 자라게 되어 걸음을 멈추게 되는 것이다.
식물들의 생태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신비롭고, 다양한 모습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한 그루의 나무, 한 포기의 꽃을 관심있게 보는 우리의 모습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양한 식물의 모습이 우리가 보는 그 한 포기의 꽃에, 한 그루의 나무에서도 볼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