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과 버섯구름 - 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세계사
오애리.구정은 지음 / 학고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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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성냥과 버섯구름』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부제인 < 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세계사 >를 본다면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일지 조금은 감이 잡힐 것이다.

 

배터리, 못, 샴푸, 성냥, 생리대, 수에즈운하, 원자탄, 해적, 커피 등 일상생활 혹은 글로벌 뉴스의 헤드라인으로 나오는 테마들 속에 숨어있는 역사적 이야기, 정치적 배경, 그리고 그로 인한 지금 현재의 변화들을 묶어 우리가 간과하고 지나가는 내용들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을 집필한 저자들은 역사학자들이 아니다. 신문기자들로서 현장을 누비면서 알게되었던 내용과 기사를 작성하기 위하여 탐구하고 찾았던 내용들을 알기 쉬운 필체로 엮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세계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사용했다고 하여 이슈가 되었던 것 중에 '백린탄'이라는 것이 있다.

 

백린탄은 수천도의 화염을 생성하는 소이탄의 일종으로 가공할 살상력을 가지고 있고, 백린탄이 터진 주변의 공기를 마시면 호흡기에 치명상을 입으며, 인체에 닿으면 뼈와 살이 녹는 끔찍한 부상을 입는다고 하여 '인간이 만든 최악의 무기' 내지 '악마의 무기'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무기이다.

 

이 백린탄은 책의 제목에 나오는 '성냥'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성냥의 원료가 되는 인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 액체 또는 기체 상태의 인이 고체로 응결된 것을 '백린' 또는 '황린'이라고 하며, 약 35도에서 자연발활할 정도로 인화성이 매우 큰 물질이다.

 

이 백린과 염소산칼륨, 황, 고무 등을 혼합하여 성냥머리를 만든 것이 서부영화에서 카우보이들이 구두에 마찰하여 멋지게(?) 불을 붙이는 것이 바로 백린성냥이다.

 

인류가 편리하게 불을 다룰 수 있게 하였지만, 이 성냥의 원료인 백린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이 있었고, 이는 전 세계 성냥공장에서 일하던 많은 공장 노동자들의 턱뼈가 변형되는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그런 계기로 이 백린을 이용하는 성냥은 핀단드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적으로 금지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백린을 지금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백린탄'이고, 이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2019년 터키의 쿠르드군 토벌작전, 2010년 시리아 전쟁 등에서 사용이 목격되곤 했었다.

 

또 다른 내용을 보면, 덴마크 자치령 페로제도에서 1천 마리가 넘는 고래가 떼죽음 당하는 사건이 2021년 9월 14일 벌어져서 글로벌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 때의 참혹한 광경은 아래의 사진처럼 섬을 고래피로 물들일 정도로 끔찍했다.


그런데, 자세히 그 내용을 보면 페로섬에서는 1,000년 전부터 고래를 잡아먹는 전통이 있었고, 이 행사에서 희생된 고래들은 이 섬 주변에 약 10만 마리가 서식하는 거두고래로 당국의 허가 속에 몇 년에 한 번씩 하는 부정기적 행사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 고래 고기는 판매가 아닌 섬마을 사람들이 나누어서 먹는 용도로 이용되고 있고, 이것이 오래된 섬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행사에 대하여 환경 단체들은 학살이라며 거세게 비난을 쏟아냈지만, 오래된 전통과 개체수에 비하여 과도하지 않는 고래사냥은 생존이라는 섬주민들의 이야기 속에서 어느 것이 더 맞는지 좀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 섬의 행사보다는 연구목적이라는 명목하에 아직도 포경을 하고 있는 일본의 행위가 더욱 비난받아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2개의 이야기만 꺼내었지만, 이 책에는 우리가 그냥 신문기사에서 읽고 지나가는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이나 이슈들에 대한 실제 내막과 그 속에 품어져 있는 정치적 문제, 사회적 문제들을 잘 엮어서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

 

몰라도 되지만, 알고 있다면 조금은 더 이슈들을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이야기들 이라는 점에서 이 책에게 포인트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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