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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 우리가 굶주리지 않는 이유 - 곡물과 팜유에서 대체육까지, 어둠 밖으로 나온 식량 메이저들의 생생한 이야기
조나단 킹스맨 지음, 최서정 옮김 / 산인 / 2022년 8월
평점 :
이 책은 지금부터 약 3년 전인 2019년 11월에 40년간 원자재 트레이딩 업계에 몸담아온 조나단 킹스맨이 출간한 『Out of the Shadows : The New Merchants of Grains』의 한국어판이다.
한국어판의 제목과 원제의 제목은 사뭇 다른 느낌을 가져온다.
원제는 전면에 나타나지 않지만, 어느 거리의 뒤쪽에서 전세계 곡물의 생산과 가공, 이동과 배분을 조율하는 거대한 무역상들의 이야기로 보이는 반면에, 번역판 제목에서는 세계 곡물산업의 최근 경향 그리고 농업에서의 혁명이 미치는 인류의 영향에 대하여 이야기할 것으로 느껴졌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이 책이 주는 내용은 꽤 충격적이다.
전 인류의 기본적 기반이 되는 곡물산업이 ABCD라고 하는 거대한 기업들, 조금 더 확대하면 ABCD+라고 하는 소수 기업들이 좌지우지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사뭇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ABCD라고 하는 에이디엠(ADM), 벙기(Bunger), 카길(Cargill), 드레퓌스(Dreyfus)에 이어 ABCD+에 속하는 글렌코어, 코프코 인터내셔널, 월마까지 총7개의 거대 기업이 전 세계 곡물 및 곡물에서 파생되는 유지류 교역량의 5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카길의 경우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연 매출이 무려 138조원(참고로 2018년 삼성전자의 연매출이 244조원임.)에 15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거대곡물생산국가인 미국의 곡물과 대두의 25%를 움직이고 있다.
이 책은 위의 ABCD+를 중심으로 하여 전세계 곡물과 유지류를 움직이는 거대한 기업들의 탄생과 성장과정, 그리고 향후 미래 전략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 기업에서 활약한 전현직 CEO, 고위 임원, 트레이더 들의 인터뷰 내용으로 꾸며져 그들의 내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식량자급율이 20%대로 떨어져 있는 식량부족국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들 기업들의 움직임과 전략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들 기업은 기존의 전통적 곡물교역은 물론이고, 거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저장, 운송, 가공 등을 진행하고 있고, 그에 부수적으로 대규모 농업생산, 금융, 해운산업까지도 거느리고 있는 거대한 존재로 이미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50%가 넘는 부분은 이들 큰손들이 아닌 다른 다수의 다양한 기업과 국가들이 그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들 거대기업들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면 전세계의 수많은 인류가 굶주림에 처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은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이 책을 출간했던 2019년의 상황과는 다르게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구 환경재앙 등으로 식량, 유지 등의 수급을 급격한 변화에 직면해 있지만, 이것 또한 어느정도라도 조율할 수 있는 있는 위치에 이들이 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이들을 따라서 무엇인가를 지금 당장 하기에는 벅차지만, 이들을 조금 더 이해하는 측면에서 이 책을 본다면 좀 더 유연한 생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