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 발밑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한 곤충학자의 이야기
정부희 지음 / 동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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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와 '곤충'

비슷한 듯 하지만, 다가오는 느낌은 확 다르다.

 

왠지 모르게 벌레는 기피하고 싶은 개체이고,

그래도 곤충은 한 번씩은 자세히 보고 싶은 개체이지 않나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이른바 '곤충학자'이다.

책의 내용도 벌레가 아닌 '곤충들'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제목에 '곤충'이 아닌 '벌레'라는 단어를 과감히(?) 넣은 것은 일반인인 우리들이 '곤충'들을 모두 '벌레'라는 단오로 혐오하고 있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벌레'와 '곤충'의 의미는 차이가 있다.

'벌레'는 다리가 많거나 다리가 없는 몸으로 꿈틀꿈틀 기어가는 동물을 말하고,

'곤충'은 벌레 중에서도 다리가 여섯, 더듬이 두 개, 날개 네 장이 달려있는 동물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곤충'은 '벌레'의 한 부분인 것이다.

 

거미, 노래기, 지네 같은 종류는 이른바 곤충이 아닌 '벌레'이고,

무당벌레, 잠자리, 메뚜기, 귀뚜라미, 바퀴벌레(이 친구는 곤충이 아니었음 하지만, 곤충이네요..쩝!!), 흰개미, 노린재, 매미, 나비, 벌 등이 바로 '곤충'에 포함된다.

 

곤충은 이 책에 따르면 약 100만 종이나 있고, 이는 지구상에 있는 150만 종의 동물 중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지구에서 가장 다수의 동물군이 바로 '곤충'인 것이다.

 

곤충들은 대부분 몸집이 작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배추흰나비는 무나 배추 같은 십자화과 식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내뿜는 겨자유배당체같은 독 물질에 적응해 이런 식물들을 먹이로 해서 그 독성 냄새로 찾아오기도 하고,

노랑나비는 토끼풀 같은 콩과식물의 독 물질을 이용해서 이를 먹이로 활용한다고 한다.

 

식물들이 자신을 보호하려고 내뿜는 독 물질이 자신을 먹는 곤충들을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한 것이 자연이다.

 

또한, 대부분의 곤충들은 위험에 맞닥뜨리면 혼수상태에 빠져서 움직이지 않고 죽은 듯 가만히 있는데 이는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의식을 잃는 현상이라고 한다.

딱정벌레 같은 것들을 건드리면 죽은 듯 있는 이유가 의도적인 것이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동적으로 잃어나는 현상이라는 것도 참 신기할 따름이다.

 

이 책은 어쩌면 우리가 기피하고 싶을 수도 있고,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우리와 매일 만나기도 하는 곤충을 다루는 곤충학자의 에세이다.

자신이 왜 뒤늦게 곤충학자가 되었는지 또, 이 책을 통해서 하나씩 던져주고 싶은 곤충이야기는 무엇인지 일상을 다루는 일반적 에세이처럼 잔잔하게 곤충 이야기를 펼쳐주고 있다.

 

이 책에서도 많은 곤충이야기를 알 수 있지만, 곤충은 사람과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개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같이 생활하는 식물들에 대한 관심처럼 곤충에게도 관심과 애증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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