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파의책빵 ˝ 조선의 왕은 어떻게 죽었을까 ˝

조선의 왕은 어떻게 죽었을까 - 태조에서 순종까지, 왕의 사망 일기
정승호.김수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5월

절대 군주이었을 것 같았던 조선시대의 왕들 중에는 임금이라는 직책만 가지고 있었지 실제 권력은 권문세족이 쥐고 있어 임금이라도 자리에서도 아무것도 못했던 꼭두각시 임금도 꽤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조차도 이러한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나 이로 인한 질병 혹은 독살에 의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있다.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은 47세이다.

지금 한국인들의 평균수명이 80을 넘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짧은 삶을 살았지만, 그 당시 일반 백성들의 평균수명이 40세 정도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왕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긴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서 좋다는 음식은 모두 먹고,

전담 주치의(어의)와 임금의 건강을 전담하는 관청까지 가지고 있던

조선의 임금들이 평균 47세밖에 못 살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알려주는 임금의 사망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이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종기'라고 한다.

소독약과 항생제가 없었던 조선시대의 의학적 한계로 인해 종기가 가장 치명적인 원인이 된 것이다. 조선의 왕 27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12명이 종기를 앓았다고 하니 당시로서는 극복하기 어려웠던 질병의 하나로 보인다(물론, 이 당시에 '암'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기에는 암도 포함되어 있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다음으로는 힘든 궁중생활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기름진 음식, 과도한 주색 등이 있고, 이외에도 스트레스로 인한 화병, 유전에 의한 질환, 심한 당쟁과 정권다툼에 의한 독살, 과도한 음주로 인한 수명 단축, 과다한 영양섭취로 인한 당뇨 등의 성인병, 그리고 후사에 대한 집착과 수많은 후궁들을 거느린 결과로 인한 성교와 관련된 질병 등으로 임금의 사망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조선의 왕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만든 '세종대왕'의 경우에도 질병에는 취약하여 『세종실록』에는 세종의 질병과 관련된 구절이 100회에 걸쳐 나온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세종은 안질, 당뇨, 임질, 종기, 중풍 등의 다양한 질병을 앓았는데, 육식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식습관과 6명의 부인에 자녀를 22명이나 낳았을 정도로 과도한 성관계 등으로 인해 평생 질병과 함께 하다 생을 마감했다.

1659년에 임금이 되었던 '현종'의 경우 청나라 선양에 볼모로 가있던 아버지 효종과 인선왕후 사이에 태어난 아들로서 조선시대 임금 중에서 유일하게 조선이 아닌 외국에서 출생한 왕이다.

효중이 죽자 19세의 나이로 임금이 되었지만, 젊은 나이에 임금이 되었고 15년이 넘는 기간을 임금으로 있었지만, 조선시대를 통들어 후궁을 두지 않은 4명의 왕(현종, 단종, 경종, 순종) 중 한 명으로 되어 있다.

단종과 경종은 너무 어리거나 단명한 경우이고, 순종은 시대적 환경이 어렸웠던 점을 감안하면, 후사를 보아야 되는 왕의 막중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후궁을 들이지 않고 지낸 유일한 왕이 되는 셈이다.

현종 시절 권신과 사대부들의 권력 다툼으로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져 있는 상황에 대한 무력감 때문인지, 혹은 안질과 종기, 복통과 무기력증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현종 역시 재위기간 내내 질병을 달고 다녔고, 딸인 명혜공주와 명선공주가 1673년에 연달아 죽고, 1674년에 어머니 인선왕후마저 세상을 떠나자 슬픔과 비통함에 빠져 그 해에 현종도 34세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현종은 아버지 효종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슬픔속에 왕위에 올랐고, 두 딸과 어머니의 연이은 죽음으로 삶에 대한 비통함을 넘어서지 못하고 평생 가지고 있던 질병에 굴복하여 젊은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이처럼 조선의 왕들 중에는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챙기면서 즐기는 삶을 살았던 왕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권력의 무상함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조선의 왕들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권력이, 부가 있어도 조선의 왕들보다 많을까?

그런데, 그런 그들마저 이렇게 무심하게 질병에 굴복하여 혹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스스로 생을 단축했던 것들을 본다면 지금 우리가 무엇을 먼저 추구해야 될 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건강!!

그건 권력보다, 재산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이라는 걸 조선의 왕을 통해서 또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