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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평점 :
이 소설은 2020년 일본의 유명한 문학상의 하나인 나오키상을 수상한 개와 사람의 이야기이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희망마저 가늘게 겨우 붙들고 있을 때 홀연히 나타난 개 한마리가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 그리고 곁에서 따뜻한 체온으로 묵묵히 지켜준 덕분에 아름답게 생을 살아가게 만든 이야기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지고 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생업을 포기한 누나를 위해 절도범들이 도주 할 수 있도록 운전을 해야 했던 한 남자(가즈마사)에게 홀연히 나타난 개 한마리.
목걸이에 있는 개의 이름은 '다몬'이었다.
다몬은 치매로 생기를 잃었던 어머니에게 어릴 적 키우던 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어머니와 누나에게 삶의 활력을 주었지만, 자동차 사고로 가즈마시는 생을 마감하게 된다.
다몬은 자동차 사고때 도망친 절도범 중의 한 명인 도둑 미겔과 같이 일본을 탈출하기 위해 나가시마로 향하고, 다몬으로 인해 미겔은 어릴 적 같이 누이와 자신의 곁에서 어려움을 헤쳐왔던 반려견을 회상하며, 나가시마의 가까운 곳에서 다몬이 항상 쳐다보던 남쪽으로 놓아주게 되지만, 미겔은 결국 일본을 탈출하지 못하고 야큐자의 추적끝에 죽게된다.
다몬이 다음에 만난 이들은 생업보다는 산악마라톤이 더 중요한 남편 나카야마와 생업에 신경쓰지 않는 남편을 대신하여 가정을 꾸려가는 부인 사에에게 나타나 이들에게 서로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도 다몬과 산악마라톤을 하던 남편이 실족하여 죽어버리고, 다몬은 또 다시 자신이 가고자 한는 길을 떠난다.
여기까지 읽다보면 정말 이 개가 만나는 이들마다 잃어가던 희망과 삶의 열정을 일깨워 주지만 다몬을 아꼈던 사람들 모두 사망하는 내용이 이어져 다몬이 축복인지 죽음의 사신인지 언뜻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을 괴롭히는 애인을 죽이고 암매장하고, 몸을 팔아 하루하루를 이어가던 매춘부 미와,
뛰어난 사냥꾼이었지만 지금은 췌장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던 노인 야이치,
대지진때의 충격으로 말과 웃음을 잃어버린 소년 히카루
이들 앞에도 다몬은 우연히 나타나 희망과 용기를 던짐으로서 인간보다도 더 좋은 친구의 역할을 해내면서 축복으로 다가가게 된다.
더군다나 그토록 남쪽으로 향했던 다몬의 목적지가 다름 아닌 히카루와의 만남이었다는 사실은 어릴적 히카루와 다몬이 만났다는 것을 기억하는 노인을 통해서 확인하는 순간 이른바 운명같은 만남을 위해 그렇게 먼길을 5년에 걸쳐 왔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비록 히카루에게도 말과 웃음을 다시 주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또 다시 찾아 온 지진은 그토록 갈망했던 히카루를 지키기 위해 다몬 자신의 목숨을 던지고 사람들이 곁을 떠나게 된다.
비록 잊혀진 존재가 되었지만, 다몬이 지나오면서 건네 준 따뜻한 체온과 희망, 용기는 같이 있었던 그 사람들의 영혼 속에 영원히 각인되었 존재할 것이다.
자신을 돌봐주었던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굳건히 지켜주었던 다몬은 죽음의 사신이 아닌 힘들고 외롭기만 한 삶의 마지막 순간에 끝까지 같이 있어 준 한 명의 친구였다. 말은 못해도 무엇이 필요한지, 묵묵히 있어주기만 해도 좋은 그런 존재가 다몬이 아니었나 한다.
우리도 언제인가 나홀로 쓸쓸한 삶을 마감해야 될 지도 모른다.
그 때 다몬과 같이 끝까지 옆에 있어 줄 존재가 있다면 그 삶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것이 아닐까?
우리 집에 있는 반려견 '후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