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파의책빵 ˝ 할매, 밥 됩니까 ˝

할매, 밥 됩니까 - 여행작가 노중훈이 사랑한 골목 뒤꼍 할머니 식당 27곳 이야기
노중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0월

한적한 소도시의 오래된 건물 조그마한 가게에서 우연히 먹게 되는 멸치국수 한 그릇, 보리밥 한 그릇이 유난히 맛있을 때가 있다.

그런 이름없는 '맛집'들의 대다수 공통점은 대부분 나이드신 할머니 한 분 혹은 노인부부가 소소하게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인지도 잘 모를 정도로 한적해서 들어가면서 하는 한마디

"할매, 밥 됩니까"

이 책의 제목이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하여 맛집소개 책자도 아니고, 여행기도 아니고, 이름모를 낡고 조그마한 오래된 음식점에서 할머니들이 담담하게 소박한 먹을 것을 만들어주는 노동기(勞動記)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에서 소개하는 곳마다 국수 한그릇, 찌개 한그릇과 반찬들이 너무 맛있다고 깔끔하게 비우곤 한다. 그러면서도 한사코 맛집소개 책은 아니라고...

아무런 고명도 없는 맹물국수부터 주인장의 구수한 노래 한가락과 어울리는 맛있는 김치찌개, 매점에서 파와 생채 등을 넣어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스테인레스 사발의 라면 한그릇까지 할머니의 손맛을 전국 방방곡곡에서 전해주고 있어, 읽는 것만으로도 할매의 맛이 느껴진다.

찾아가려고 해도 찾기도 어려운 시골마을 한 곳의 칠이 다 벗겨진 한쪽 귀통이 자그마한 음식점,

그곳에서 느끼는 푸짐한 인심과 맛 때문에 어떤 곳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아예 먹을 수 없는 곳도 있다.

전화가 많이 와서 전화번호도 일부러 떼버리고, 식당 이름의 선팅도 일부가 떨어져 처음보는 이는 이름도 모르는 그런 식당에 단골들만 끊임없이 문지방을 넘어다니는 그런 집들이 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할매의 손맛.

깔끔하지도, 멋스럽지도, 세련되지도 않지만, 나물반찬 하나, 김치 한조각에 살아왔던 애환이 담겨있는 그런 식당들이 읽는 나에게도 참 맛있게 느껴진다.

어쩌면 음식의 맛보다도 우리 머리 속에 남아있던 우리네 할머니들의 잔상때문에 그 맛이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외할머니가 손주 먹으라고 코팅이 다 벗겨진 낡은 후라이팬으로 해 주던 계란 후라이 하나가 생각나게 만들던 그런 책을 오랜만에 읽은 느낌이다.

그냥 정겹다.

그래서,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곳에서 할매의 손맛과 할매의 체취를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