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농부
변우경 지음 / 토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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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활에 지쳐가는 우리들이 흔하게 하는 말이 있다.

"그냥 시골가서 농사나 지을까?"

 

그런데, 아는 사람은 안다. 이게 그렇게 쉽게 할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이 책에서 그냥 시골가서 농사나 짓겠다고 간 저자가 하는 몇 마디 이야기에서 그 이야기가 그렇게 단순하고 쉬운게 아니란 걸 금방 느낀다.

 

" 5킬로미터 고추를 심고 돌아와 숨 쉬는 것도 귀찮은 저녁. 몸은 딱 비에 젖은 겨울용 혼수 이불.

널자니 빨랫줄이 끊기겠고 펴자니 바닥이 진창인데 그래도 아아 집이구나.

장화를 벗고 손을 씻고 간신히 토마토를 썬다. 편맥은 이런 날을 위한 안배.

아프니까 청준은 개뿔. 아프니까 기네스지."

 

감자를 심었는데 올해 감자값이 똥값이다.

몸이 망가지도록 풀뽑고, 거름치고, 물 대었는데 트렉터 대출금도 갚은 돈이 안된다.

 

농촌의 낭만!!

누가 그런 이야기를????

 

서울 살이 30년을 하다 '안 되면 농사나 짓지'하는 생각만 믿고 농촌에 왔다 큰코다치고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결코 틀린 이야기로 안 들린다.

 

얼마 전 농촌에서 제법 크게 비닐하우스 농장을 하는 동생 말을 믿고 도시에서의 가게를 접고 농촌으로 무작정 나섰던 매형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저자의 이야기와 하나도 남김없이 똑같다.

 

틀리다면 저자는 비닐하우스가 아닌 밭농사이고, 우리 매형은 비닐하우스 농사라는 점 말고는 모두 똑같다.

 

정말 이런 거라면 안 왔을 거라고,,

그렇게 잘 키웠는데 한 트럭 싣고 갔더니 뽑는 인부 가격도 안되더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숨도 못 쉬고 해도 일이 끝이 없다...

 

농부로 산다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건 우리도 이제는 어렴풋이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삶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거고,

결코 농촌이, 농사일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로 쉽게 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이 책의 저자처럼 3년째 접어들면서 들길에 핀 꽃도 보이고, 때로는 생두를 볶아 커피를 내려먹는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기가 언젠가 올 거라는 믿음은 다행이지 않나 싶다.

 

이 책,, 농촌의 환상을 깨는 것과 더불어 이제는 여유마저도 느껴지는 그런 시집이자 산문집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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