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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인 돌 ㅣ 윤성원의 보석 & 주얼리 문화사 1
윤성원 지음 / 모요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진주, 에메랄드, 오팔, 비취 등등
누구나 몇 개씩은 가지고 싶어하는 보석들의 이름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석과 관련된 단어들을 떠올려보면 부(富), 권력, 정치, 정복자, 여자, 왕과 왕비, 경매, 재산, 광산, 신전, 무덤 등의 단어가 연상된다.
그리고, 또 한편의 이면에는 이런 빛나는 보석이 나오기까지 숨겨져 있는 광부, 노예, 원주민, 세공사, 군인, 선원 등의 희생이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환희와 기쁨, 그리고 비참함과 좌절이 함께 느껴지는 물건이 바로 '보석'이 아닌가 한다.
중세 유럽에서 패권을 다투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후 이를 나누어 브라질은 포르투갈이, 중남미 대부분은 스페인이 차지하게 된다.
이들 나라에서 온 '에르난 코르테스'와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아스테카 왕국(지금의 멕시코), 잉카제국(지금의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남부, 볼리비아 일부, 아르헨티나 북서부, 칠레 북부)을 차례로 정복한 후, 황금을 약탈하고, 원주민들을 광산 개발에 강제로 동원하였으며, 유럽에서 넘어온 전염병을 퍼트려 결국 인구를 말살하게 된다.
에르난 코르테스는 아스테카 왕국에서 선명한 녹색을 띠는 에메랄드를 보고 눈이 뒤집혀 신전에 있는 에메랄드까지 훔쳐서 고국 스페인으로 보내게 되고,
포르투칼의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군대를 동원하여 잉카인들을 무찌르고 잉카의 신전과 무덤에서 에머랄드를 약탈해서 본국으로 보내고, 광산을 알아내기 위하여 원주민들을 고문하는 잔인함까지 보이게 된다.
이 후에도 여러 명의 정복자들이 신무기를 동원하여 중남미 곳곳의 원주민들을 약탈하고, 노예로 부리면서 에메랄드를 약탈하기를 이어갔고, 이런 시대를 대표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안데스의 왕관'이다.
1590년 스페인의 정복자들로부터 유입된 천연두가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페루에 이어 콜롬비아까지 창궐하게 된다.
스페인이 콜롬비아 정복 후 세웠던 도시인 포파얀의 주민들이 천연두가 두려워 도시를 떠나려고 하자, 가톨릭 주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성모에게 기도를 올리고 도시를 떠나지 말라고 주문한다.
그 기도의 효력인지는 몰라도, 창궐하던 천연두가 포파얀에는 퍼지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자, 주민들은 감사의 뜻으로 성모상을 장식할 왕관을 제작하기로 하고 황금과 에메랄드를 십시일반으로 모으게 된다.
식민 시대를 상징하는 '올드 마인 콜롬비아 에메랄드'(17세기 까지 콜롬비아의 광산에서 채굴된 고품질의 에메랄드) 443개와 잉카 제국에서 강탈했던 24캐럿의 '아타우알파 에메랄드', 그리고 황금들로 장식된 '안데스의 왕관'은 이렇게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고귀한 녹색의 빛나는 보석인 에메랄드에는 중남미 원주민들의 피와 땀, 그리고 원한이 보석 하나하나에 깊이 박혀 유럽의 여러곳으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는 다이아몬드, 루비, 진주 등의 보석에는 누군가의 노력과 땀, 그리고 얼룩진 피가 서려있는 것이 많이 있다.
이들 보석의 역사가 결국 서양사의 곳곳에 녹아 있기 때문에, 보석의 탄생과 역사를 서양사와 더불어 같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서양사와 보석과의 관계를 잘 연결해 놓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보석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이고, 서양사와 당시의 궁중과 귀족들의 생활모습, 그리고 최근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석들의 이동경로까지 막라하는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책을 엮었다는 점에 높은 찬사를 보낸다.
이 책은 보석을 중심으로 한 서양의 중세 및 근대 역사서로도 부족해 보이지 않는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라는 점에 한 표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