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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타인들 - 소중한 사람과 더 가까워지는 관계심리학
조반니 프라체토 지음, 이수경 옮김 / 프런티어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죽음을 앞두고 있는 한 사람이 있고, 그의 곁에는 그와 한 평생을 같이 살아왔던 와이프와 알츠하이머로 인해 조금씩 지워져 가는 기억 속에서도 가끔씩 아름답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랑하는 딸이 있다.
죽음과 이야기하다 누워있는 침대에서 자신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와이프와 딸은 그에게 어떠한 존재일까?
또,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못하고 그 죽음과의 시간게임을 하고 있는 아빠를 바라보는 다 커버린 딸은 아빠를 어떻게 생각할까?
"죽음은 인간을 겸손하게 하며, 일상이라는 두꺼운 층아래 묻혀 있던 어떤 문제들을 더 시급한 무엇으로 만든다."(p.197)
가족의 소중함과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점으로 '죽음'이라는 것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이도, 죽어가는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에도 아름답게 머리 속에 있던 기억을 하나씩 호출하고, 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될거니까.
그 기억들로 인해서 잊어 버리고 혹은 무심히 흘려버렸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되고, 지나온 시간들에 대하여 후회를 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가족이나 친구로, 혹은 애인이나 부부로 관계를 맺어오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끼게 되는 아픔과 그 아픈 관계가 두려워 피하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심리를 8개의 이야기를 통해서 잔잔하게 전하고 있는 책이다.
친밀하면서도 타인일 수 밖에 없는 오래된 부부, 다른 이의 배우자이면서 또 다른 이의 애인으로 몇 년간 관계를 이어가는 불륜커플, 하루 밤의 섹스도 필요하지만 진짜 사랑을 찾아서 주변을 맴도는 남자, 이 글의 처음에 나오는 아빠의 죽음을 앞두고 있는 딸 등 인간관계에서 친밀함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사랑, 우정, 집착, 소중함, 배신, 질투 등의 단어가 모두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그 하나하나의 단어가 철학이 되어버리는 어려운 주제라는 점에서 주변사람들과의 친밀함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복잡한 정신세계의 산물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 대하여 나와의 관계와 느꼈던 감정, 그리고 지나온 날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좋은 선물이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