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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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조선시대에는 양반, 중인, 상민, 천민이라는 엄격하게 구분된 신분제도가 있었다.

이들 각 신분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있었고, 양반들은 최상위 신분으로 천민들을 소유하고 매매, 증여를 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 당시에 경제적으로도 어렵지 않고, 천민이 대신 어려운 일을 해주는 관계로 육체적으로도 힘들지 않았으며, 여러 명의 첩을 두고 유흥을 즐겼던 양반들은 과연 제대로 된 행복을 느꼈을까?

 

태어날 때 부터 엄격하게 구분된 신분이 있고, 그에 따라 상위 계층은 아무런 고통이나 괴로움을 느끼지 않고 즐거움을 탐닉하고, 하위 계층은 당연하게 사회의 여러 곳에서 노동과 어려운 일을 묵묵히 감내하고 그 대가로 마약과 비슷한 쾌락과 심신의 편암함을 받는 사회가 전세계에 있다면 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는 지금으로부터 약87년 전인 1932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사람들은 남녀간의 육체적 사랑이 아닌 인공수정과 시험관을 통해 이른바 다수의 쌍둥이가 대량 생산되는 형태로 필요에 따라 공급되어 지는 사회이다.

그렇다 보니 '엄마'라는 인간 육체에서 태아가 자라 태어나는 것은 오래된 지극히 부끄러운 사회악이 되어 버린 상태이고, 시험관의 태아단계에서 부터 신분이 정해져 그에 맞는 자극과 반복훈련으로 자신의 롤과 역할, 그리고 신체구조까지도 맞추어지게 된다.

 

가장 영특하고 최상의 신분에 해당하는 '알파'부터 자유로움과 풍요, 그리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베타' 외에 각 공장, 서비스업, 농업 등에서 신분에 따라 묵묵히 일을 해야 하는 '감마'와 '앱실론' 등은 자신들이 해야 될 일과 분야를 당연하게 여기고 사회에서 주어진 역할을 묵묵하게 수행한다.

 

이런 신세계에서 각 신분의 구성원들은 '소마'라는 마약과도 비슷한 약을 이용하여 마음의 불안, 우울, 불편함 등을 버리고 세상의 어려움을 잊은 채 자유로운 섹스를 통하여 쾌락을 추구한다.

태아때부터 여자들은 불임이 되는 처치를 받은 계층과 난소를 확보하기 위해 불임은 안되지만 반복적인 세뇌와 정기적인 불임약 처방으로 임신이 되지 않도록 구조화된 계층으로 나누어져 남자나 여자 모두 한 상대에게 오래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상대를 바꾸어 섹스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일부일처제니 가정이니, 가족과 같은 것은 죄악시 되고, 나이가 들어도 신체는 젊음을 유지한 체로 '소마'와 '자유로운 섹스와 육체적 쾌락'으로 살아가는 지금의 신세계가 최고의 세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던 중 알파 신분의 남자인 '버나드'와 베타 신분의 젊고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레니나'는 이른바 원시인들이 살고있는 통제된 지역인 '보호구역'으로 들어갔다가 과거에 고위직 신분의 남자가 보호구역으로 같이 들어왔다 잃어버림으로서 보호구역에서 원시생활을 하면서 고위직 남자의 아이를 낳고 살고 있는 '린다'와 그의 아들 '존'을 만나게 된다.

 

버나드와 레니나는 린다와 존을 신세계로 데리고 옴으로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야만인'인 존은 신세계의 사람들에게 아주 희귀한 구경거리(?)가 되게 된다.

신세계가 야만인인 존에게 멋진 세계를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존은 새로운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소마'와 육체적인 쾌락만을 당연시 여기는 '섹스'에 대하여 온몸으로 거부하면서 첫 눈에 반했던 '레니나'에 대하여 진정한 사랑을 추구한다.

 

하지만, 자신을 좋아하는 레니나마저 육체적인 섹스를 요구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같이 왔지만 '소마'에 취해서만 지내던 어머니인 '린다'마저 세상을 떠나자 이 신세계에 반발하여 아무도 없는 섬으로 가서 원시생활을 다시 시작한다.

 

희귀한 구경거리를 찾는 신세계의 사람들은 그런 존을 결국 찾아서 섬까지 들어오게 되고, 그 섬에 온 레니나를 본 존은 그렇게 모두의 마음 속에 최고의 세상이라고 믿어왔던 '신세계'를 버리고 레니나와 함께 자살을 하게 된다.


육체적인 쇠락인 늙어가는 것도, 가정도,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도,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개념마저도 아예 없는 것이 당연한 세상인 이 소설의 '멋진 신세계'가 우리에게 무엇을 제시하는 것일까?

 

어쩌면 지금 세상에서 모두 혹은 일부가 찾고 있는 바램들 즉, 경제적 어려움과 노동으로부터의 탈피, 젊음의 유지, 섹스와 같은 쾌락에의 추구, 출산과 양육의 과정마저 없는 육체적인 자유, 정신적 어려움과 불편마저 없애 줄 것으로 생각하는 마약류와 같은 약물 등을 본다면 1930년대에 헉슬리가 그린 미래상인 이 <멋진 신세계>의 모습이 아닐까?

 

그렇지만 그런 모습이 진정 우리 인간이 원하는 판타지아일까?

우리는 신세계의 알파가 되길 원할까?

아니면 이를 온몸으로 거부했던 '존'이 되기를 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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