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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문화사 - 매너라는 형식 뒤에 숨겨진 짧고 유쾌한 역사
아리 투루넨.마르쿠스 파르타넨 지음, 이지윤 옮김 / 지식너머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
길거리에서는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어김없이 누군가가 한 손에 술잔을 들고 외친다.
"건배 ! !
!"
이런 건배 문화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화가 아니다.
단어의 발음이 속하는 일본도
아니고, 서양에서 먼저 시작된 문화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신에게 먼저 술 한 모금을
바치는 의례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오디세이》에서는 포도주를 마시기 전에 한 모금을 뱉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첫모금은 신에게 바치는
술이라고 한다.
술을 마실 때 먼저 채워진
잔을 높이 치켜들은 후 포도주를 바닥에 뚝뚝 떨어뜨리며 기도하고, 그 후에 술을 마신다.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
'건배'를 하는 모습으로 동양이나 서양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술을 권하는 문화가
퇴색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기분 좋은 만남 혹은 직장, 동우회 등의 만남에서는 잔을 권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리로, 모임에 늦게 온
사람들은 의래적으로 '후래 3배'라고 연거푸 3잔을 마시는 행사(?)를 치르곤 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후래3배나
술잔을 돌리는 모습들이 오래전 서양의 문화에서 나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17세기 스웨덴 관료사회에서는
왕의 안녕을 위하여 건배를 한 후 연거푸 3잔을 모두 비우는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충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비운 잔을 테이블에 엎어 세워
놓았다는 모습도 지금의 우리의 술자리와 별로 차이가 없는 느낌...
술은 서양의 왕실에서도,
귀족사회에서도, 심지어는 수도원에서도 별 꺼리낌 없이 애음되던 음료였었다. 모두 취하도록 매일같이 마시고, 취해서 길거리에서 엎어져 누워있는
모습이 당연시 여겨지던 것이 서양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워낙 많이 취하기 때문에
수도원에서는 술에 취해 구토를 하는 사제나 신부들에게 징계를 주는 규정까지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까 오래전 서양에서의 술은 누구에게나 흔한 그런
즐길거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 수도원에서 맥주를 즐기는 모습 (출처 :
<길목인> http://www.gilmokin.org/)
그러다, '알콜중독'이라는
개념이 19세기에 처음으로 등장하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음주에 관대하던 대중의 인식이 서서히 변하게 된다.
독주 한 잔에 고단한 삶의
걱정을 잊는 습관은 노동자의 전유물로 고착시키게 되고, 상류층은 알코올중독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치부하여 프롤레타리아 계급 전체의 도덕성을
알코올중독으로 오염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 덕분에 19세기 중반
부터는 '영국 신사'는 주점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위와 같은 음주문화 이외에도
우리가 지금 "매너"라고
알고 있는 각종 식사예법, 악수, 손수건 사용, 화장실 예법 등도 서양의 역사에서 하나의 문화로 변해와서 지금의 동서양에 두루 사용되고 있음을
이 책에서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
지금은 한없이 청결해 보이고
품의있어 보이는 유럽의 대다수 나라들에서 하수도망이 설치되는 19세기 이전에는 사람의 시선이 없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배변을 하고, 배설물이 든
요강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도로에 아무렇게나 버렸기 때문에 잘못하면 배설물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의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매너들의 기원이
대부분 서양에서 나왔다고는 하지만, 결코 동양의 매너보다 좋은 것이라고 볼 수만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동양의 매너가 더욱 배울 점이 많았던
것은 아닌지..
서양의 식탁에서 개인용 칼을
꺼내어 음식을 잘라먹던 시절에 이미 동양에서는 주방에서 잘라져 나온 음식을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먹고 있었다 하니,
지금의 좋은 생활의 매너들이
무조건 서양에서 전해져온 좋은 예절이라고 보기보다는
동양과 서양의 역사속에서
인간의 생활속으로 변해져 왔던 좋은 습관들로 인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