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 臣下
류기성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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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임금들의 평균 수명은 47세로 지금의 수명에 비하면 아주 짧은 생을 살다간 셈이다.

물론 이 중에는 영조같이 83세까지 살면서 임금으로만 51년 7개월이라는 아주 긴 삶을 살았던 임금도 있고, 인종(9개월)이나 예종(1년2개월)같이 겨우 1년 혹은 1년도 못채우고 끝난 경우도 있다.

 

조선시대 신하들은 몇 명의 왕을 모셨을까?

조선 역사를 보면 각종 사화나 당쟁 등으로 신하들이 수시로 좌천 혹은 참형을 당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에 많은 왕을 모시는 신하는 많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숙주'는 세종부터 성종까지 무려 6명의 임금을 모셨고, 비슷한 시기에 영의정까지 했던 '노사신'도 6명의 임금(문종부터 연산군까지)을 모셨던 것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그리고 많은 왕을 모셨던 또 한 명의 인물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 '류자광'이다.

류자광은 1439년에 태어나서 27세때 '이시애의 난'을 징벌하는 상소를 올린 연유로 해서 세조가 왕으로 있을 때 정계에 입문한 후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까지 총5명의 임금을 모셨던 분이다.

 

이 소설은 양반이 아닌 '서자'의 신분으로 태어나서 많은 왕을 모시면서, 많은 공적과 정1품(지금으로 하면 '1급 공무원'이라 보면 될 듯)의 높은 품계에도 불구하고 정승이나 6조 판서 같은 주요 관직을 한번도 못해본 인물인 '류자광'의 일화를 이야기로 구성한 역사소설이다.

 

'류자광'이 5명의 임금으로부터 신임을 얻으면서도 불구하고 주요관직을 할 수 없었던 배경에는 '서출'이라는 신분이 작용했고, 몇 명의 임금이 주요관직을 내릴 때 마다 이른바 양반출신의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과 대간(홍문관 대제학, 사간원 대사간, 사헌부 대사헌)들, 성균관 유생들까지 합류하여 반대를 주장한 영향이 커다.

"간신이냐? 충신이냐?"

 

조선시대을 지탱해 온 유교사상으로 인해 절대권력으로 보이는 왕도 신하들의 단합된 모습에는 힘이 없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서 여실히 볼 수 있다. 그래서, 조선시대를 왕정으로 보이지만, 신하들의 세력정치의 시대라고 보는 이도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여러 역사책 상당수가 '류자광'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나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는 서출신분으로 올라갈 수 없는 신분까지 상승하고, 임금의 곁에 붙어서 아부와 아첨으로 권력과 신분을 유지한 것에 대한 역사를 적는 이들(대부분 양반들이자 기득권층이라고 봐야 될 듯.)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역사자료에는 '류자광'에 대하여 좋은 평가를 하고 있어 상반된 의견이 있다고 보임)

 

아뭏든 최근 우리나라에서 정권이 바뀌면 깔끔하게 기존 총리나 장관 등 고위 공무원을 모두 물갈이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소 한 장으로 임금에게 발탁되어 당시 신분으로는 절대 쳐다보지도 못할 자리에까지 오르고, 5명의 임금을 모실 수 있었던 '류자광'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좀 더 많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이 책은 그러한 측면에서 재미와 더불어 적절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 않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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