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하창수 지음 / 연금술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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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져보는 느낌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났는데 어떤 내용인지 잘 요약이 안되는 느낌..

머리속에서 뭔가 맴도는데 정리가 잘 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

이런 느낌을 이 책의 주인공인 '미로'도 받았을 것 같다.

 

책의 배경은 2041년. 지금부터 22년 뒤이다.

이 소설에서의 2041년은 아시아의 몰락과 EU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질서'로 재편된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다.

일본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중국은 서쪽에서 시작된 급격한 사막화로 인하여 국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세계의 중심국가에서 멀어져 있고, 한국은 이미 통일이 되었지만, 서울은 과거의 명성을 잃고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과거와 미래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특별시'가 되어 있다고 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역시 세계질서에서의 경쟁력은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책에서 주인공이 일하는 곳으로 나타난 다국적 기업 '슈퍼퓨처'사의 55층 건물이 있는 원산이나 중국과 한국의 한의술이 만나 침술로 유명세를 떨치는 '한중병원'이 있다는 평양은 지금보다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든다.

 

세계적인 다국적 우주산업체이자 물질의 생성에 필요한 에너지의 장인 '모픽 필드'에 대하여 수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연구를 하고 있는 '슈퍼퓨처'사의 유능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인 미로는 14년에 죽은 아버지로부터 이메일 받게 된다.

 

이 이메일에는 과학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던 아버지의 유작이 들어 있었고, 이 유작 소설의 내용은 주인공의 삶에서 하나씩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14년만에 발견된 이메일과 그 속에서 14년 뒤에 나타난 내용들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상용화되었지만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이 금지된 ADM(After-Death MAchine, 일명 고스트머신) 즉, 죽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기계 장치'를 찾아 죽은 아버지와 소통을 시도하고자 한다. 더불어 아버지뿐만 아니라 이미 병으로 죽었지만 결코 잊지 못하던 여자친구 '유리'와도..

 

이 책에서 미래의 한 청년이 죽은 아버지와 여자친구를 찾아 과거로 부터 온 의문에 대한 해소와 과거의 추억을 찾아 보는 과정을 엮어내고 있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얻지를 못하고 돌아온다.

이미 오염되어 버려 접근이 안 된다는 아버지에 대한 기록과 희미해져 진위를 알수 없는 흐릿한 여자친구의 잔상 외에는...

 

이 소설에서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사실 책의 처음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어렴풋이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간과 죽음은 아무리 궁리해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같다. 분명히 꿈을 꾸었는데 꾸었다는 사실을 물리적으로 증명해낼 수가 없다. 그것은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물, 꺾으려 해도 꺾이지 않는 바람, 출구가 존재하지 않는 미로와 같다."(p.12)

 

죽음과 시간!

시간이 멈추면 죽음이 될 것이다.

그 죽음과 시간의 사이에서 끝이 없는 미로를 헤매는 '미로'가 출구를 찾을 수 있는지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 보지만, 결국은 찾지못하고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결국 시간과 죽음, 추억과 현실은 공존하는 것이고, 그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에 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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