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읽는 시간 - 죽음 안의 삶을 향한 과학적 시선
빈센트 디 마이오 외 지음,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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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즐겨보는 미드 중에 < CSI >, < NCSI > 등의 범죄수사 드라마와 최근 7월 우리나라의 MBC에서 종영된 < 검법남녀 >를 보면 동일한 직업의 한 사람이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증거들을 제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법의학자이다.

 

<검법남녀>에서 법의학자인 백범 역을 맡아 열연한 정재영을 보면 시체검시용 침대에 누워서 부검했던 시신과 대비한 자신의 과거나, 뼈밖에 남지 않은 시체를 보면서 죽음의 원인과 죽은 시간, 장소 등을 추정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사람이 죽게 되는 이유는 3가지로 말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질병 같은 사람 내부적인 원인에 의한 죽음이고,

두 번째는 자살, 타살, 사고사처럼 외부적인 원인에 의한 죽음이며,

마지막은 원인 불명의 죽음이다.

 

이들 중에서 법의학자가 주로 다루게 되는 죽음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죽음이다. 이런 경우에는 법의학자가 어떻게 죽음을 결론 내는지에 따라 그 죽음에 관여되었다고 추측되는 어떤 한 사람의 운명도 정해지는 것이다.

, 법의학자의 검시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살인자가 되기도 하고, 무혐의로 석방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빈센트 디 마이오45년간 법의병리학자로 일하면서 9천 건 이상의 부검을 했고, 25천 건 이상의 죽음을 조사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 책을 통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건이 미궁에 빠질 때마다 뼈 조각 하나하나 분해해가는 집념과 물리, 화학, 병리학 등 엄청난 지식을 무기로 뭉친 실타래를 풀어주는 드라마속의 멋진 법의학자가 아닌 냄새나는 시체들 속에서 그 냄새보다 더 역겨운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긋는 작업을 하는 것이 법의학자라는 책무라는 것이다.

 

19935월 미국 아칸소 주 웨스트멤피스.

남자 초등학생 3명이 자전거를 타고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실종되는 일이 발생한다. 경찰과 주민의 수색 끝에 그들은 숲속 시냇물에서 손발이 신발끈으로 묶이고 옷이 벗겨진 상태로 죽음으로 발견된다.

그들은 모두 옷이 벗겨진 상태이며, 3명 모두 심한 구타의 흔적과 함께 한 명의 성기는 일부가 절단된 상태였다.

 

경찰은 수소문 하던 중 이 마을에 악마를 숭배하는 십대 청소년들이 있고, 이들이 범인일 가능성이 많다는 진술을 듣게 된다. 이 십대청소년들은 본인들의 일관된 부인과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동 성범죄로 시선이 집중된 경찰과 검찰의 성급한 결론으로 아동성범죄와 살인으로 재판에 넘겨진다.

 

이 때 이 지역 검시관(미국은 법의학자가 아닌 검시관들이 검시를 하는 제도도 있음)은 아이들의 상처들을 보고, 오랄섹스를 강요당했으며, 한 명은 흉기로 성기를 절단 당했다는 내용과 함께 범인으로 지목되는 십대청소년 중 한 명이 소지하고 있던 조그마한 칼이 그 흉기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도 내용에 포함되어 보고되었다.

 

결국 이 십대 청소년들은 적게는 몇 십 년형부터 사형까지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 이후 이 세기의 사건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이 명확한 증거도 없이 3명의 청소년에게 죄를 씌운 경우에 해당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이에 따라 이 책의 저자인 디 마이오 법의학자가 그 당시 검시 사진과 자료들을 다시 검토하게 된다.

 

디 마이오가 내린 결론은 한 아이의 성기가 절단된 흔적과 성적학대의 증거로 제시되었던 다른 아이들의 입안 상처들 모두 사람의 소행이 아닌 동물들의 소행으로 보인다는 결론(사람이 죽으면 거북을 비롯한 각종 육식동물들이 가장 부드러운 부위를 물어뜯는 것)을 제시함과 동시에 이 아이들의 사망상태로 보아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는 주변에 알고 있던 아동학대성향의 지인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범죄 형태라는 것을 알려주게 된다.

물론, 10대 청소년들은 그 사건 이전에 이 아이들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이 재판의 결과는 미국 내의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검사와 피의자들의 합의(?) 즉 결과에 동의하면 형을 감하거나 면죄해 주는 미국의 독특한 제도에 따라 4년간의 구속기간을 끝내고 집행유예로 나오게 되면서 진실은 영원히 사회에서 묻히게 되었다.

 

비록 진실은 외부에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책 저자 같은 법의학자의 제대로 된 부검결과나 사실 규명에 대한 노력이 없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시대적 환경이나 부정확한 진술, 고의의 거짓말에 의하여 없는 죄를 위하여 형을 살았을 것이다.

 

사회의 정의를 냄새나는 시체 속에서 찾아내고 실천하는 이들은 드라마 속에서 보이는 멋진 모습은 아닐지언정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기에 그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 또한 읽을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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