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모에가라 지음, 김해용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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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설의 이야기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유명한 소설가들은 머릿속에 있는 풍부한 상상력과 스토리 구성능력으로 만들어 가지만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에서 몇 페이지씩 써 내려가는 일반인들의 소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 소재로 했을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냥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트위터에 140자씩 쓴 내용을 묶어 단행본으로 만든 것이기에, 이 소설의 소재 역시 아마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도 주인공도 우리네 삶과 비슷한 평범한 삶을 살아왔고, 그런 이야기를 이 글을 통해서 읽기 때문에 이 책이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던 것이 아닐까 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삶을 살았던, 아니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보통의 사람보다도 조금은 더 나쁜 삶을 살아왔던 사람이다.

 

우울했던 어린 시절과 다닌 이유를 찾기 어려운 대학을 거쳐 허름한 비위생적인 과자공장을 다니던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펜팔을 통해서 가오리라는 아주 보통의 여자를 만나게 된다.

 

살아가던 이유조차 모른 체 희망도 없던 삶을 살던 20대 초반의 주인공에게 그녀는 조그마하지만 삶의 희망을 안겨주게 된다.

덕분에 용기를 얻어 직장을 바꾸고, 그녀와 단 둘이서 달콤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인 허름한 러브호텔을 주말마다 이용하게 되면서 별로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일상에서 잔잔한 희망을 찾아가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삶의 시간 속에서 아무도 자기에게 관심도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주었던 따뜻한 관심이 오늘의 주인공을 만들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브라질 노동자들이 대다수이든 과자공장에서 유일하게 같은 일본인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왔던 나나미,

어릴 적 찢어진 교과서를 테이프로 하나하나 붙여주었던 단 한번 보았던 스트립걸 누나 나오미,

과자공장에서 옮긴 회사같지도 않던 회사에 같이 들어와 거의 20년간이나 동고동락했던 동료 세키구치,

사회의 음지에서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팔지만 항상 밝게 웃던 미녀 ,

오토바이로 배달하다가 넘어지면서 심하게 다친 주인공을 위해서 양복이 젖으면서도 배달물건을 같이 주워주고 상처를 감싸 주었던 이름 모를 야쿠자,

그리고, 그 허름한 러브호텔의 작은 공간에서 미래를 꿈꾸게 해주었던 가오리까지.

 

이제 중견기업의 어엿한 실력자가 되어있는 중년의 주인공에게 있어 삶은 그런 사람들의 관심과 어려울 때 마다 내밀어 주었던 누군가의 따스한 손들의 결집체가 아닌가 한다.

 

이 소설 어쩌면 우리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커피 한 잔 하고 있을 때, 문득 떠오르던 어느 날 들의 그 사람들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도 어렵고 외로웠던 시절에 누군가가 건네주었던 자그마한 손길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되었기에, 이 소설에 나오는 그들처럼 오늘 내가 쓰는 소설의 주인공은 그 때의 그 사람들이 아닐까. 누구일지는 각자만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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