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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의 탄생
전정숙 지음, 김지영 그림 / 올리 / 2022년 11월
평점 :
Q. 탄생! 하면 생각나는 것?
A. 별, 산고의 고통, 힘내!, 아기, 놀라움, 경이, 탄성, 벅참, 감동, 궁금증!
책을 받았다. <자음의 탄생!>이라.
세종이라는 큰별이신 왕께서
몇몇의 왕자, 공주와만 몰래 산고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억울한 백성들을 없게 하려는 일념 하나로 끝까지 힘을 내서
자음(과 모음)이라는 아기들을 탄생시키고야 말았다.
소리글자라니!!
이는 누구도 상상하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움이며
처음 보는 경이로움이었기에
모두가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을 뿐 아니라
집현전 학사들의 갖가지 반대를 이겨내고 창제하고 배포하고만 애민정신!
민본주의의 진정성이 느껴져, 뜨거운 벅참과 감동은 배가 된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소리글자? 대체 어떻게 만들어 진거야??”
“소리에 따라 글자를 만드니 만물의 뜻이 통한다.
어떤 경우라도 두루 통하고,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소리와
닭 홰치는 소리와 개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적을 수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온 글이다.
훈민정음(訓民正音).
훈민정자(訓民正字)가 아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소리’다.
문자이기 이전에 소리인 한글.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온대로 발성기관의 모양을 본따서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자음!이다.
ㄱ을 소리내보라. 어머나! 정말로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다.
그래서 어금닛소리글자라고 한다.
ㄱ과 비슷한 ㅋ과 ㄲ도 마찬가지다.
입모양은 변하지 않고, 소리만 좀 거칠어지는 느낌이다.
이번엔 ㄴ을 소리내 보자. 어머나! 혀가 윗잇몸에 닿는다.
그러니 혓소리다.
ㅁ은 한자 입구(口)를 닮았는데,
소리 역시 소리가 나오는 입술의 모양과 관련이 있어 입술소리다.
ㅅ은 이 사이에서 새어나는 소리니, 잇소리다.
마지막으로 목구멍을 편하게 열고 공기를 내뱉으면 목구멍소리인 ㅇ이 나온다.
소리의 속성은 보이지 않음이나 글자의 속성은 보임이다.
보이지 않는 소리를 표음문자로 보이게 만든 세종.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독하게 지속한 세종 자신의 공부를
혼자의 똑똑함으로 끝낸 것이 아니라
훈민정음이라는 글자로 만천하에 드러내 모두에게 고른 혜택을 주었다.
훈민정음은 기침이나 사랑과 마찬가지로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것들이었던 것이다.
한국이 두고두고 감사하고 존경을 표시해야 할 거성 세종!
자음의 탄생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임금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된 세종실록에서조차 한글을 창제한 과정의 기록이 전무한만큼 은밀히 진행한 이 과업을 완성시킨 세종의 인생 질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세종이 되어본다.
“백성 모두가 쉽고 편리하게 배울 수 있는 글자는 무엇일까?”
“소리를 문자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자발적인 문자를 갖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을 세종을 상상해 본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꽃 좋고 열매 많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므로, 내[川]가 되어 바다에 가나니.”
<용비어천가>의 구절처럼,
글자 창제에 흔들림이 없었던 뿌리 깊은 세종의 신념은
결국 많은 열매를 맺었다.
모닝레터(하루 아침에 배울 수 있을 만큼 쉬운 글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한글 덕에
한국은 문맹률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백성에게 모두 반포되어 사용된 것에 그치지 않고
시대를 흐르고 흘러 현세대에도 여전히 유용한 글자로 사용되고 있고,
2010년 경부터는 바다를 건너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찌아찌아족에게 가
그들 부족의 글이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노래가 되었다.
“살어리살어리랏다. 한글과 살어리랏다.
얄리얄리얄라셩 얄라리얄라.”
자음(과 모음)의 탄생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