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선 K-포엣 시리즈 3
백석 지음, 피터 립택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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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K-포엣 시리즈 중 하나로 시선이 발간되고 있는데 책이 얇아서 들고 다니기 좋다.

백에도 쏙 들어가고...맘에 든다.

 

그리고 백석은 본명은 백기행으로 평안북도 출신으로 한때 잘 나가던 모던보이여서 서울에 있는 길상사에도 그와 자야와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나 월북이후 남한에서는 그 이름을 듣기 어려웠던 작가이다.

    

 

 

[수라(修羅)]는 백석의 시중에서 내가 처음 읽게 된 시로 어쩌다보니 가장 좋아하는 시가 되었다.

 

수라(修羅)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찌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가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으로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수라(修羅)] 는 아수라(阿修羅)의 준말로 아수라는 싸우기 좋아하는 불교의 귀신인데 수라를 제목으로 하는 이 시는 제목과 자못 상관이 없는 내용인 듯 한다. 그러나 읽고 읽다보면 시에서 황량하고 차가운 밖으로 내쳐지는 거미들을 보면서 거미가 겪을 수라와 그런 그들을 밖으로 내보낸 시인의 마음이 수라가 되는 모습이 왠지 가슴에 와 닿는다. 뭐 상상의 나래를 덧 붙이자면 요즘 상영되는 <<신과함께>> 라는 염라에 의해 고난을 받는 형제가 겪는 고통이 수라 바로 그 자체일 것이다.

 

    

백석의 시를 읽다보면 어렵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귀농]이라는 시를 봐도 '밭최뚝' 이라든지 '즘부러진' 이라든지 생소한 단어의 사용이 많으니 시를 읽어가다가 나도 모르게 옆의 영문을 힐끔 힐끔 읽게 된다. 백석이 우리말 중에서 방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인데 이 책에는 이런 생소한 단어나 방언에는 각주를 달아 설명하면서 시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는데 아이러니 하게 이 영어 번역이 도움이 된다. 평안북도 사투리보다는 영어단어들이 더 익숙한 탓일 수 도 있겠지만 시에 쓰인 단어들의 맛을 제대로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한국어로 쓰인 사투리를 뜻 그대로 번역했기 때문에 영문이 내용 이해에는 보다 쉬운 느낌도 있는게다.

 

책의 말미에는 그의 시의 세계에 대한 해설과 그의 시에 대한 다른 이들의 평가들이 있어서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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