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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을 믿지 않는 어른들을 위한 요정 이야기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지음, 김혜연 옮김 / 책읽는귀족 / 2016년 10월
평점 :
Fairy Tales of Ireland
그렇다. 언제 부터 인가 요정은 커녕 귀신도 안 믿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요정에 대한 책들을 자주 읽게 된다.
세상이 각박해 질수록 그리고 세상일에 두려움이 자꾸 생기면서
아무런 두렴움이 없었던 시절의 친구들을 그리워 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W.B. 예이츠는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하려는 아일랜드의 시대적 움직임에 따라 '아일랜드 문예 부흥운동'에 깊숙하게 관여했는데 켈트족의 영웅담, 초자연적인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요정 민담등이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고 분열된 사회를 결집시키는 힘이 되리라 믿으며 아일랜드의 민담수집에 열중했다고 한다.(책 표지)
이 책은(요정을 빋지 않는 어른들을 위한 요정 이야기/W.B. 예이츠)는 그가 편집한 [ 아일랜드 농민의 요정담과 민담 (Fairy and fork tales of the Irish peasantry)]과 [아일랜드 요정이야기(Irish fairy tales)]의 두 책 중 요정 이야기만 모은 책이다.
" 예이츠의 문화적 독립운동, 아일랜드 요정 이야기"
저자의 서문에 '잉글랜드에서는 제임스 1세의 세대에 이르자 요정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반면에 아일랜드에서는 집집마다 있다'고 한다.
잉글랜드(영국)에서 헨리 8세가 정말 어이없게도 이혼을 하기 위해 국교를 만든 후 아일랜드에도 국교를 강요했다. 카톡릭이었던 아일랜드 민중은 반항하였고 영국은 무력으로 억압하며 토지를 몰수하였고 이일랜드인들은 영국인의 소작농으로 전락하여 아일랜드의빈곤이 시작되었다.
아일랜드가 영국으로 독립을 한것은 제 2차 세계대전 후인 1949년이다.
우리민족과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에 예이츠가 문화적 독립운동으로 아일랜드의 요정이야기와 민담을 모았던것이 이해가 된다. 일제시대때 우리민족의 기상과 얼을 잊지 않기 위해 한글을 부흥시키고, 단군신화를 정리 하고 민족사를 다시 쓰던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요정이야기들은 그리 환상적이거나 아름답기만 하지 않는다. 매로우(Marrow)는 분명 인어를 애기하는 것 같은데 '남자 메로우는 이빨도 녹색에 머리카락도 녹색이고, 눈은 돼지의 눈과 같으며 코는 빨갛다그래서 아름다운 여자 매로우는 동족보다 잘생긴 인간 어부들을 선호하기도 한다.(p159)' 란다. 그래서 그 요정의 이야기도 술을 좋아하는 바다에 사는 아저씨(매로우)와 친하게 지냈다 라는 식의 이야기들이다.
요정의 이야기 속에 선악의 대립도 없고 절대적인 선의 개념도 없다.
그냥 예전에 우리 조상들에게 도깨비가 그랬던 것 처럼 삶의 주변에서 만나고 같이 살아가고 때로는 삶을 돌아 보게 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문화적 독립운동의 일환일까? 이 이야기들은 아이랜드 인들끼리는 다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영국인들이 모를 그들만의 이야기.
때로는 시로 때로는 이야기로 다양한 요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가득 담겨 있다.
이 요정들이 낯설 수도 있다.(요정이라는 이름에 비해 지나치게 투박함으로) 그러나 더운 여름, 잠시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요정이 나에게 말을 걸 기회를 줘도 좋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 이책은 한번에 쫙 읽어버릴 필요는 없다. 가끔씩 만나보는 것을 권한다)
그리고 기획자의 말처럼 문화적 콘텐츠로써 스토리텔링의 창조적인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