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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 제왕학과 법치의 고전 ㅣ 명역고전 시리즈
한비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16년 4월
평점 :
작년에 중국 서안에 갔었다.
서안에서 진시황의 용마용갱을 보고 그 규모와 사실적인 모습의 전사와 말의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일행을 잃어버리고 애를 먹었었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 그가 통일한 제국을 다스리기에 선택한 것이 법가사상이다.
한비자는 韓나라의 명문귀족의 서자출신으로 한비자는 자신의 조국이 약소국의 비애와 굴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실용적인 법가 사상을 바탕으로 강력한 군주론과 제왕학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마천의 <<사기>>에 의하면 진시황은 한비자의 글을 읽고 그를 만나고 싶어했으나 막상 그가 말도 어눌하고 못생겼기에 등용할 생각을 바꾸게 되고, 평소에 한비자의 뛰어남에 열등감이 있던 친구 이사가 계략으로 한비자를 죽였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비자의 사상은 이사에 의해 승계되어 진나라의 정치에 영향을 미친 법가사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이 책 <<한비자>>는 분량부터 만만치 않다. 본문 내용만 943페이지에 달한다. 이 책은 김 원중 교수가 지난 17년 동안 판과 쇄를 거듭하며 완역한 것으로 위작 시비가 있는 편명들을 포함하여 전체를 완역한 것이다. <<한비자>> 는 한비자의 글들을 모은 것이라 내용과 글의 형식이 다양하다. 20권으로 55편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1편 初見“秦”(처음 진왕을 만나다)는 한비자가 진왕(진시황)을 만나게 되는 상황을 설정하고 쓴 상소문으로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기 전의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며 어떻게 하면 패업을 완성할 수 있는지 책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글은 위작의 시비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번역자는 한비자의 모든 것을 다루기 위해 위작의 시비가 있는 글까지도 번역하며 한비자에 대한 것을 모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비자는 군주와 신하의 기본적인 관계를 동상이몽의 관계, 즉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보았으며 法.術.勢 라는 테두리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한비자가 말하는 통치술이란 기본적으로 법치에서 출발한다고 보았지만 이 법이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통치의 수단이라고 했다.(p25)
한비자는 상과 벌에 대한 원칙을 분명하게 하며 이러한 상벌권은 군주가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법의 권위를 세우는 것은 군주의 고유 권한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그는 역사란 진화하므로 문제가 발견되면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순응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보았기에. 지금 20세기에 한비자가 살고 있다 해도 그의 이론과 생각은 일인 군주에게 주어졌던 권한을 다수의 다양한 집단의 리더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적용을 달리 해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비자는 ‘인간의 본성은 이해득실만을 따질 뿐 도덕성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 사람들의 이해관계는 늘 어긋난다(p34) 고 했는데 요즘 점점 사람들이 어긋나는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도덕이나 법에 어긋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 지고 있으니 옛날 선비의 고견이라 무시하지 못하겠다.
지배자에게 올리는 글이라는 점에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비교되기도 한다. 냉혹하고 자신의 속내를 숨기고 자신을 길러야 한다는 점은 어느 정도 비슷하겠지만 이익을 위해서 철저하게 임기응변과 속임수를 정당화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보다는 원칙이 있는 상벌에 의한 지배는 한비자의 주장이 동양의 정서에 더 맞다는 생각이다.
<<한비자>>는 다양한 고사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큰 부피와 다소 낮선 이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혀진다.
한비자의 다소 냉소적인 인간관은 당시 전쟁으로 피폐해진 상황과 전제군주에 의한 지배가 공공연한 시대적 상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고려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그룹에서 이해관계를 이끌어 나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