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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 ㅣ 비룡소 클래식 39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존 록우드 키플링 외 그림 / 비룡소 / 2016년 3월
평점 :
'정글북'이라는 책 제목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소리치며 뛰어가는 모글리를 막는 발루와 바기라의 모습을 담은 에니메이션의 한 장면과 얇디얇은 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비룡소에서 받은 정글북은 정갈한 표지와 두꺼운 분량을 가진 책이었다. 그래도 왠지 읽고 싶지는 않아 여지껏 덮어두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책을 한 번 펼친 순간 책의 내용에 심취했고 순식간에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다 읽어냈다. 그 이유에는 낯선 땅인 정글에서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이름이 정글북이니 당연히 대부분의 사건은 정글에서 일어난다. 처음에 정글은 야만적이고 야생적인 장소라고만 생각되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정글에도 법칙이 있고 언어가 있고 위계질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우리들의 세상에서보다 강조되었다. 야만적이기 때문에 정글의 법칙이 강조되고 위험하기 때문에 핵심 언어와 신호가 필요한 것이다. 정글의 법칙은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어느 늑대든지 일단 결혼은 하면 자신이 속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야 한다', '어느 어린 새끼가 무리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느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경우, 무리 중에 그 새끼의 엄마와 아빠를 제외한 둘 이상의 구성원이 그 새끼를 변호해야 한다.' 라는 법 같은 느낌의 법칙들도 있고 '너를 살려준 종족(모글리에게는 황소)는 죽여서도, 먹어서도 안 된다.', '짖기 전에 먼저 공격해야 한다'라는 법칙들도 있었다. 특히 '은혜를 잊지 말라' 는 법칙은 우리 사회에서보다 훨씬 더 절실하게 쓰여지는 것 같아서 정이 갔다. 핵심 언어라는 것은 도움을 요청할 때 필요한 것인데 주요 문장은 "너와 나, 우리는 한 핏줄이다"고 이것을 각기 다른 동물의 언어로 말하면 되는 것이다. 아마 '핵심 언어로 요청한 도움은 이루어줘야 한다' 도 정글의 법칙에 들어갈 것 같은데 이것이 내가 '정글북' 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한없이 야만적일 수 있는 본능을 규율로 다잡는 모습이 인간 사회와 닮았기 때문이다.
모글리는 인간이다. 아무리 정글의 법칙을 준수하고 는대 종족과 어울린다고 해도 덫을 설치하고 늑대를 죽이는 인간과 닮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글의 친구들은 인간인 모글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바기라와 발루는 모글리를 구성원으로 들이기 위해 대가를 치뤘고 또 위기에서 모글리를 구해준다. 특히 모글리가 회색 원숭이들에게 잡혀갔을 때에는 비단뱀 카야까지 동원하여 해치우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고 모글리를 위해 카야는 코가 문들어지고 바기라는 자존심을 버리고 발루는 가죽이 찢기는 것까지 감수한 모습을 보고 모생애를 느낄 수 있었다. 모글리의 늑대 가족의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모글리가 인간의 마을에 간다고 했을 때 모두
걱정을 하고 아쉬워하지만 모글리를 위해 기꺼이 떠나보내고 시어칸으로부터 안전하게 하기 위해 회색 형제(엄마 늑대의 새끼들 가운데 맏이)는 삼십 킬로를 넘게 와서 매일같이 바위 위에 앉아있었다. 또한 아켈라는 자신을 구해준 모글리를 따르고, 도와주었다. 서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르는 호칭에서 알 수 있었는데 저절로 느껴지는 정과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은인을 대하는 태도 또한 인간의 모습과 닮았다.
조금 짧게 등장한 장면이지만 모글리가 마을에 간 때가 있었다. 아마 그 장면이 정말 정글과 인간 사회를 제대로 비교할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그 때에도 모글리는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메수아라는 여인이 자신의 아들을 떠오리며 모글리를 거두었고 그 덕분에 모글리는 그 안에 속할 수 있었다. 마치 엄마 늑대가 그랬듯이.. 시어칸이 마을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알게 되고 모글리는 아켈라와 회색 형제와 소를 몰아서 시어칸을 잡는다. 그리고 그의 가죽을 벗겨내고 있을 때, 인간 마을의 사냥꾼인 볼테오 영감이 왔고, 그는 호랑이 가죽을 탐내며 모글리에게 가죽을 넘기라고 한다. 그러나 모글리는 아켈라 아저씨를 이용하여 볼테오 영감을 겁주었다. 그러자 볼테오 영감이 마을에 모글리가 마법을 부린다는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모글리는 내쫓는다. 하지만 메수아만큼은 모글리를 끝까지 믿는다. 이 장면까지 정말 앞의 내용의 데자뷰라고 할 만큼 닮아 있었다. 어쩌면 작가(러디어드 키플링)은 이런 책의 구조를 통해 인간과 늑대가 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늑대아이에서 '늑대는 왜 항상 나쁘다고 하는거야?'라는 질문을, 영화 주토피아에서는 여우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보았다. 이 책을 보면서 늑대의 입장에서의 인간에 대한 편견을 보았고 그로 인해 인간 사회와 늑대 사회가 매우 닮았다는 것을 알았고 편견이 또 다른 편견을 낳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의 저자 키플링은 영국 최연소 노벨문학작가며, [정글북]도 유명한 책이다 보니 문체나 형식, 그리고 내용은 흠 잡을 것이 없었다. 조그마한 문제라고 해 봤자 삽화 정도였는데, 글의 내용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 아쉬웠던 것 같다.(그런데 이 삽화의 일부분이 키플링의 아버지의 작품이라는데 놀랐다)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은 시로도 유명한데, 시는 운율도 중요하다 보니 이 책에 나오는 시들을 원래 언어로도 써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정글북은 명작이고 규율과 본능, 인간 사회와 정글에 대한 깊은 생각을 안겨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