슌킨 이야기 에디터스 컬렉션 14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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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살에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자기보다 네 살이나 어린 여자 아이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여하간 그는 눈이 보이지 않는 까다롭고 예민한 여자아이의 하인이 되어 그녀의 시간을 같이 해야 했다.

소녀보다 어쩌면 더 영민했던 소년은 그녀가 고토와 사미센을 레슨을 받기 위해 선생님 집에 갈때 마다 눈이 보이지 않은 그녀에게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고 길잡이를 하고 그녀가 레슨을 받는 동안 기다려야 했다. 소년이 샤미센을 갖고 싶어진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녀가 그를 제자로 삼은 것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어린 아가씨의 속내는 알수 없으나 소년은 소녀에게 코토와 샤미센을 배우기 시작했다. 눈이 멀고 어리고 삐뚤어진 심성의 어린 사부의 손속은 매서웠다. 가족들은 소녀의 가르침을 빙자한 폭력에 소년이 우는 소리에 질려하곤 했었다.

소녀의 가족은 소년과 소녀를 결혼 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소녀는 소년을 신랑으로서 거부한다. 그녀의 배 안에 그의 아이가 있었음에도 불구 하고.

" 고용인을 남편으로 맞을 생각은 없습니다. 배안의 아기 아버지에게도 죄송스러운 일입니다."

임신을 했음에도 아비를 아비가 아니라고 하는 소녀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소년 역시 아비이기를 거부하고 그녀의 뜻을 따라 남편이기보다는 하인으로 제자로 그녀의 곁에 머무르기를 선택한다.

소녀와 소년은 어른이 되었고, 소녀는 자신의 간판을 걸고 학생들에게 고토와 샤미센을 가르켰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어른이 된 소년이 여전히 지키고 있었다. 그녀의 발이 차면 자신의 가슴으로 따뜻하게 데워주면서 말이다. 장님인 그녀는 화려하게 자신을 치장했지만 그의 행색은 초라했다.

그녀가 얼굴에 화상을 입었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을 바늘로 찔렀다. 그녀가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 사스케는 슌킨을 사랑했을 까?

슌킨은 사스케를 사랑하지 않을걸까?

《슌킨 이야기》 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단편집으로 이 중 〈슌킨이야기〉 는 고토와 샤미센을 잘 다루는 장님 소녀와 그녀의 하인이자 제자 그리고 남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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