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H.M>>
은 뇌과학의
발전이라는 길에 세워진 십자가 중 한명인 H.M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뇌과학의 발전사를
다루고 있다. 그림 하나 없는 500여 페이지의 책이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혔다. 그리고 최근 만난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이 책을 권하고 있었다. 이 책은 부제에서 소개하듯 '기억을 절제당한 한 남자와 뇌과학계의 영토전쟁' 을 다루고 있다. 기억을 절제당한 남자는 어릴 때 사고로 간질을 앓게 되었으며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던 헨리 모리슨으로 뇌엽절제술 전문의였던 월리엄 비처 스코빌 박사에게 수술을 받은 이후 환자 H.M. 불리면서 수백번 뇌 실험을 당하게 된다. 죽어서 2401개의 뇌조각으로 남은 남자다. 그리고 우리는 기억을 절제당한 남자를 통해 과학과 의학의 발전을 위한 희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는 독일공군 제1실험국, 최종이름은 '인류를 위해 살아있는 인간을 실험하는 실험국'의 인체 대상 실험을 소개한다. 그들의 잔인한 실험을 수행했던 의사나 과학자들은 법정에서 죄가를 받았으나 실험결과물들은 인용되어 지고 있다. 우리가 잔인한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나 의사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또하나의 주제는 뇌과학계의 영토전쟁이다. 하나의 주제, 혹은 하나의 실험체를 가지고도 과학계는 영토 전쟁을 벌이고 있다.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토 전쟁중 하나는 윌터 프리먼과 스코빌의 뇌엽절제술의 방법에 대한 뇌과학 컨퍼런스 다. 예전에 <서프라이즈>라는 티브 방송에서 윌터 프리먼은 살인의사로 소개가 되었었다. 그의 수술방법은 뼈가 비교적 얆은 눈 안쪽으로 얼음 송곳같은 기계를 넣어 뇌조직을 파괴하는 것으로 존 폴턴은 '차라리 총을 한방 쏘는 게 어떤가?' 라고 했고 프리먼은 신경외과 집단에서 따돌려졌다고 한다. 그러나 프리먼의 수술법이나 스코빌의 수술법 모두 널리 퍼졌다. 또 하나의 사례는 H.M. 사후 그의 뇌조각을 가지고 생전 그에 대해 연구를 해오던 MIT의 수잔 코킨과 UCSD의 신경해부학자 자코포 애니스의 영토전쟁이다. 일반인이 보기엔 말도 안되는 이 영토 전쟁에 학자들은 자신의 연구성과가 달려 있기 때문에 예민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H.M.의 뇌조각은 MIT로 넘어갔으나 수잔 코킨의 연구자세는 문제가 많아 보인다. 현재 뇌과학의 눈부신 발전에는 용기있으나 무모한 의사와 과학자들 그리고 희생당한 사람들과 동물들이 있다. 과학의 혜택을 누리고 사는 입장에서 누구를 비난한다는 것은 말이 안될것이다. 그러나 희생자들을 외면해서는 안될것이다.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 책의 서두에는 기억상실증 환자 H.M의 연구자와 인터뷰가 있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93세의 뇌과학자 칼 프리브램과의 인터뷰가 있다. 슬프게도 비슷하다. 우리가 알고 싶었던게 무엇일까?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라던 시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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