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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나는 책을 읽는다. 예전에도 읽었지만 그때는 단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재미있는 책, 자극적인 책만을 읽었다면 요즘은 사색할 수 있는 책이 좋다.(어려워서 읽다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ㅋ) 나이가 먹음 때문일까. 친구들을 만나도 늘 인생에 대한 넋두리, 연애얘기, 연예인 이야기로 그저그런 잡담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게 된다. 마땅한 해결책도 찾지 못하면서... 반면 이야기가 진지해지려 하면 그 이야기들에 맞장구 쳐 줄 깊은 지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어느덧 30대가 되고나니 앞으로도 그저그렇게 살아가게 되는게 걱정이 되어서라고 라고 해야하나. 어쩜 사소한 나의 고민들에 대답을 해 줄 해결책을 찾아서라고 해야하나. 그냥 책을 읽고 싶었다.
책을 읽으며 느낀거지만 내가 생각이 깊이가 얕아서 그런걸까. 참 나는 많이 까먹는다. 읽고나서 한달만 지나면 머릿속에 가끔은 주인공 이름도 지워져있다. 어흐. 무엇이 문제일까. 그래서 줄거리라도 메모를 해두자 하며 시작한 게 블로그다. 글을 별로 써본적도 없고, 누가 내 글을 읽는 것도 민망하고 내가 내 글을 읽는 것도 머쓱해지고... 그렇지만 내 건망증을 위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도 들어가보고...하며 느낀게, 우와 다들 글을 어쩜 이렇게 잘 쓸까. 책이나 영화를 보고 쓰는 리뷰는 물론 자신의 생활이야기, 어느 사람들은 자신의 창작시나 소설도 올린다. 워낙에 컴퓨터와는 안친해 그저 기사나 읽는 정도였던 나였으니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방문해보곤 얼마나 놀라고 신기하고 재미있었던지 회사에서 창을 작게 열어두고 하루종일 구경을 다닌적도 있다. ㅋ 참 요즘은 누구나 글을 쓰고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그런 시대구나. 난 현재를 살기에는 너무 구식 사고만 하며 살었던건가.
가끔 글을 쓰는 데 뜻을 두고 있는 사람을 만나거나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분들은 책을 읽어도 나처럼 단순히 책을 읽는다가 끝이 아니였다. 그 책에서 의미를 찾고 거창하게는 의미를 파헤치고 분석하려 했다. 나같은 아마추어 독자는 그냥 좋다 싫다 뿐인데... ㅋ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도 책을 이렇게 쓸테야 혹은 난 이렇게는 안쓸거야. 하는 말이 나온다. 처음에는 참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분들 같았다. 아마도 글을 쓰는 것,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고정관념? 뭐 그런게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궁금하다. 도대체 왜 쓰려고 하는걸까.
강영숙 작가의 라이팅클럽이란 책에서 영인과 김작가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나처럼 평범하거나 나처럼 사소한 고민들을 하며 살거나 나처럼 생활의 무게를 감당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평생을 글을 쓰는 데에 의미를 두고 살아간다. 물론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말하는 책은 아니다. 그들의 삶과 내면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닌 우리가 숨쉬고 밥먹고 살아가듯 정신적 필수요소로 작용한다. 아마도 암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난 김작가가 늦은 나이에 등단하는 것은 고달팠던 그녀의 삶에 열매를 맺듯 이루어진 결과물 아니었을까 싶다. 김작가와 영인의 삶은 그렇게 글쓰기와 함께 늙어간다.
처음 라이팅클럽이란 제목을 보고는 솔직히 부담스러웠던게 사실이다. 난 독자로서 글을 읽는데에만 익숙해있지 글을 쓰는데에는 너무나 큰 부담감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이 책을 이해할 수나 있을까. ㅎㅎ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낙서하듯 끄적거리는 내 메모들도 갑자기 어떤 의미를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작은 메모안에 내 상황이, 내 생각이, 내 바람들이 녹아있다. 물론 내가 글을 쓰겠다는 거창한 의지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영인과 김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애착이 내 마음 속 글쓰기에 대한 거리감을 조금은 좁혀주지 않았나 싶다. 나를 진정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