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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엄마라는 말은 그 말 자체로도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나 보다. 그저 인터넷 이곳저곳을 기웃기웃하다 다른사람이 남긴 리뷰를 읽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핑돌았던 이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바람 잘 날 없는 딸부자집의 장녀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식구들이 나에게 아들이 되어 주길 바랬다. 물론 탈 많은 우리 가족을 위해 나는 양보할 수 있는 그런 용기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가족들에게는 못미더운 그냥 가장 나이 많은 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다지 자식에게 희생하지 않는다고 느껴졌던 부모님이(그당시에 내겐 그랬다.) 내겐 다른 사람들처럼 마음속 깊은곳의 기둥 같은 그런 존재는 아니었던 것같다. 난 그냥 나였다. 아빠의 딸, 엄마의 딸이 아닌 그냥 나일 뿐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내 친구는 오랜 기간동안 마음 아파했고 자신을 지탱하던 기둥이 사라진 느낌이라고 하였다.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시절 나에게 기둥은 나 자신이었고 부모님이란 내가 풍파로부터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그런 존재라고만 은연중에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엄마가 돌아가셨다. 대학입학 이후 혼자 자취를 하게 되어 8년간을 따로 지냈던 엄마였고 4년이란 시간동안 병을 앓아왔던 엄마였기에 나는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었다. 눈물도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던것 같다. 얼마의 기간 후 나는 평상시의 나로 돌아올수 있었고, 시간이 흐를 수록 엄마의 존재는 희미해져가는 것 같았다. 그런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나이다.
그러다가 평범한 어느날 tv에서 방송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영화를 보다가 여주인공의 엄마로 나오는 분이 병상에 누워 있는 장면을 보고 불쑥 엄마가 떠올랐다. 그분은 우리 엄마가 살아계실때 늘 닮았다고 생각했던 분이었다. 어느 순간 TV 속 그 병상에는 숱이 없는 머리를 가리려 두건을 쓴, 외롭고 깡마른 우리 엄마가 누워있었다. 엄마는 날 향해 힘들다고, 외롭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날 무지하게 울었던 거 같다. 장례식장에서 울었던 것보다 더 많이. 장례식장에서는 엄마가 돌아가심 그 자체만 생각했다면 TV 속 그 장면을 보고는 병상에서 외로웠을 엄마, 늘 무뚝뚝하게 대하고 속을 썩이던 딸들이 있는 엄마가 보였다. 난 그저 앓고 있던 병에도 잘 견디어 내는 엄마만 생각했고, 딸들 없이도 남편없이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그런 엄마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 날 이후였던것 같다. 엄마가 다시 그리운 존재가 되어버린게.
이렇게 깨달음이 늦어버린 내게 이 책은 내게 다시한번 느껴보라고 하는것 같다. 내 기억속 엄마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책은 생신을 치르기 위해 올라오던 엄마를 서울역에서 잃어버리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위해 뛰어다니는 그들을 통해 기억 속의 엄마를, 남편에게는 아내로서의 '박소녀'라는 여인의 삶을 지켜보게된다. 늘 희생만 하던 엄마, 그런 엄마를 당연하게 생각하던 자식들. 그런 모습이 그저 책속의 일로만 여길수 없는 것은 누구에게나...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일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생각했다. 과연 나는 좋은 딸이었던가. 엄마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어떤 딸로 기억되어있을까. 그리고 언젠가 나도 엄마가 되면 내 엄마처럼 살아갈수 있을까?
가슴의 먹먹한 이 느낌은 한동안 이어질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