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나 -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 그 사랑의 기억
베로니크 모르테뉴 지음, 이현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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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겨울보다도 더 추운 것 같은 올해 겨울, 열정보다는 냉정을 유지해야하는 지금, 이 책을 만나면 단숨에 읽어버릴 것 같았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과 문화의 아이콘이었던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의 이야기는 내 가슴을 뜨겁게 해줄 것 같았고, 억눌린 일상과 권태로운 하루하루에 자극을 줄 것 같았다. 어쩌면 올 해의 마지막에 무언가를 결심하게 만들어 줄 신호탄이 될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그런데 생각보다 술술 읽지는 못했는데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사실은 어디선가 들은 소개글과 이름뿐이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그들의 사진과 작품들을 검색해보고, 유튜브에 영상들을 찾아보다보니 일주일이 넘게 책을 잡고 있었나보다. 그리고 난 지난 일주일 동안 그들에게 빠져 지냈다.

둘은 너무 달랐다. 세르즈 갱스부르는 전쟁을 겪은 유대인이었으며 나이도 많았고 외모도 잘생긴 편이 아니었다. 예술적 재능과 열정은 넘쳤으나 늘 담배와 술, 여자가 끊이지 않는 인생을 살았다. 제인 버킨은 배우인 어머니와 군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상류층의 영국 아가씨였고 어리고 꾸밈이 없는 성격에 가족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 둘의 다름은 서로의 재능과 매력을 끌어오게 하고 증폭시켜 그들의 아름다움을 최대로 이끌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도 그것을 알았던 것 같다. 서로에게 이끌리는만큼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걸. 그 시절의 이야기를 책을 따라 읽다보면 화려하지만 어쩐지 우울하고 괴상한 일들이 많지만 그 시절도 그들만의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과정들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함께한 시간동안 서로에게 자신을 더 빛나게 해줄 조력자가 되고 안식처가 되어 주었지만 동시에 타오르는 불꽃처럼 뜨겁고 불안했다.

둘은 12년이 지나 헤어졌고,(세르주 갱스부르의 기행들로인해! 나같으면 절대 12년을 못버텼을...) 세르주 갱스부르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지만 제인 버킨은 그와 늘 함께 한 듯한 느낌이다. 일흔살이 넘은 제인 버킨이 세르주 갱스부르를 회상할 때는 너무나 편안해 보인다. 그를 기억하는 것이 곧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므로. 대중의 관심에 노출된 화려한 삶이고 예술과 광기가 어울어져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서로의 삶을 관통하는 그들의 사랑과 열정에 경외의 마음도 느껴진다.

나는 연예인을 열렬하게 좋아해 본 적도 없고 가까운 이가 아닌 누군가의 삶을 깊게 궁금해 해본 적이 없어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들의 삶과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지 가늠하지 못했다. 문자로 전달 되는 그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 있을지.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그들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되었고, 그 말과 행동을 하는 그들의 음악과 영화들이 궁금했고 찾아보며 빠져들었으며, 그 두 사람의 인생에 대해 먼발치에서나마 바라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밀한 사생활까지도.
그리고 책을 덮으며 이들처럼 인생의 한 지점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한 때, 그리고 함께 한 누군가가 있다면 나이가 들어 나의 뒤를 회상해 볼 때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예술적 재능이나 풍부한 감정들이 내겐 없다 해도. 그런 한 때를 지나 온 그들의 지나온 세월은 시간이 지났어도 찬란히 빛나고 있다는 느낌이 가득하다.

책에 오자도 몇개 발견했고 글의 흐름과 관계없는 뜬금없는 문장에 작가의 의도가 궁금한 적도 몇번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류의 책은 처음 읽었고 대중문화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와 음악들에 폭 빠져 지낸 일주일은 간접적이었만 참 격렬한 한 때를 보낸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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