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 조각
이다 투르페이넨 지음, 정보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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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 받아 읽은 후, 개인의 감상을 담은 리뷰]




가위로 오려낸 듯, 그림 안에서 사라진 생명체

역사상 발견된 종 중에 가장 일찍 멸종된 생물.

그 이름을 따라 걷는 여정을 함께해보자!


18세기 중반, 인류가 발견에 혈안 되어 있던 시대,

불행하게도 스텔러바다소는 탐사대에 의해 발견된다.

물과 음식을 얻지 못하던 선원들에게

커다랗고 온순한 이 동물은 최고의 양식이자

가죽을 제공해 주는 자연의 선물이지만,

그의 존재를 알게 된 지 겨우 27년 만에

세상 어디에서도 다시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인류에게 적대적이지 않았던 구원의 존재가

발견된 지 반세기 아니 반 반세기 만에 사라지다니.

친절함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인간이라는 존재만이 가졌다는 이기심은 상대적이다.

저항하지 않음이 소유하며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생각에,

그 온유한 생명체가 사라져 갈 때의

소리 없는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아서 내내 불편했다.


한 세기가 지났다.

지나 버린 시대만큼 인간의 인식도 바뀐다.

지구에서 사라져 버린 아니 사라지게 한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일면서 스텔라바다소나 해달 등,

인간에게 참혹하게 학살 당해 사라진 생명체들을

연구하고 전시하는 복원의 움직임이 인다.


이 작품은 스텔러바다소의 멸종의 과정이

잔혹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은 아니다.

사실 1부 스텔러 박사의 발견의 여정으로

그려진 시간들은 조금은 흥미롭기도 하고

박사의 열정과 끈질김이 멋지게도 보였다.


하지만 그가 미처 생각지 못한 시간 동안

꺼서 갔던 생명의 흔적을 다시 찾는 데는

다시 3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차분하고 진진한 그 시간들이 나에겐 소설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만 같았다.

흔적을 찾는 여정은 뼛조각을 모아 크기를 상상하고

그 아름다움을 그려본다.


발견을 추구하던 인류는 그들의 발자취를 땅에 묻고

이제는 발굴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는 사라져 간

많은 종들의 역사도 함께 엿볼 수 있는데,

어찌 보면 참 무심하게 들리는 일상의 의미 없던 순간들로

어떤 한 종을 사라지게 했다는 게

참으로 소름 돋는 순간들이었다.


어찌 보면 고발서 같기도 한 이 소설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전 세계의 바다 종들의

멸종을 말한다.

그리고 몇 세기 후에 또 인류는

이들의 조각을 모으러 다니고 있을까?


바다를 유영하며 인어로도 오인받았던

신비하고 온유하던 거대한 생명체가 다시 숨 쉬는 걸

상상하며 후회의 조각들을 모으는 과정이

담담하게 가슴을 찌르는 작가의 문체로 그려져

슬퍼졌던 것 같다.


틀만 남은 조각의 길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따라가며 파괴에 대한 인간의 무지가 안타까워

그 동물의 숨을 잠시나마 느끼며,

끝내 사라져 버렸지만 인류에게 따뜻했던

종에 대한 미안함과

앞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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