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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짬뽕과 말러 교향곡 5번 ㅣ 특서 청소년문학 49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개인적인 감상을 담은 리뷰]

중학교 2학년,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15세, 그 시절을 생각하면 뭔가 불만이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중학생은 어떤 생각을 할까?
클래식을 들으며 짬뽕먹는 걸 좋아하고 식물을 사랑하는 15세 정수인. 남들과 격없이 잘 어울리지는 못하지만 자기만의 것이 있음에 나름의 자부심을 가진 소녀다.
중학교 2학년에 올라오면서 같은 이름 다른 성격의 수인과의 만남은 괜시리 부담스럽고 싫지만 그런 마음 조차도 어쩌면 부러움 같게도 느껴진다.
함께 급식 먹는 정도의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뭔가 심심한 수인의 학교생활에 어느날 찾아온 특별한 능력!!! 바로 학교에 오래 도록 서있던 등나무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거기다 자주 가는 궁궐 짬뽕집이 같은반 리안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곳이었다는 것. 리안과 엉겅퀴 사건으로, 자신이 부담스러워하는 김수인과 부서 이동 사건으로 얽히면서 고요하기만 했던 수인의 일상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수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자꾸 그녀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두 친구, 리안과 수인(김수인). 소녀들의 여름은 평범하지만 가장 특별한 시간이 된다.
지금의 나로선 중학생들 뭔 걱정이 있을까 싶지만, 그녀들의 우정에도 조금의 삐그덕 댐이 시작된다. 나는 이 부분이 어쩌면 가장 기다렸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세 사람은 다들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들이 타인을 대할 때 느끼게 되는 자기 자신의 결핍의 크기는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수인에게 큰 배신감으로 다가왔던 리안의 <말걸지마>기간이라든지, 항상 특별이 남에게 격없이 대하던 김수인이 굳이 수인의 간절한 부탁에도 제비뽑기 결과지를 바꿔주지 않았던 일 등을 보며서 성인인 나도 가끔 느끼는 결핍에 눌린 나의 찌질함을 볼 수 있어서 너무 공감되었다.

판타지 같았던 등나무와의 대화. 친구들과 삐그덕 댐을 느끼던 수인은 답답한 마음을 등나무에게 털어놓는다.
"친해지는 과정에서 다툴 수 있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관계는 없을 거야."
대게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이 그런 마음이 아님을 당연하게 이해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상대가 한 가벼운 말에 크게 상처받기도 한다.
그 과정을 등나무라는 판타지적인 존재로 인해 알아가고 그의 조언을 따르는 모습은 무조건 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던 아이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결해 나가고 푼 15세 소녀의 자존심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도움이 필요하면 손을 내밀어야 해. 그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녀에겐 아직 누군가의 따사로운 관심과 조언이 필요하다. 그리고 부끄러움과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고 다가간 친구와의 대화에서 생각지도 못한 상대의 진심에 너무 쉽게 갈등이 해결되어진다.
싸우고 다음날 일어나면 다시 손붙잡고 놀던 아이에서 이제는 복잡한 감정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앞에 놓인 소녀가 경험한 첫번째 관문같았던 순간이었다. 우리가 서로 같아서 좋았지만 서로 얼마나 다른지를 느끼게 됨과 이어져서 맥이 풀리면서도 '당연히 그렇지' 라는 생각이 드는 재미있는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이내 찾아온 뜨거운 여름방학.
선생님이 내어준 과제를 친구들과 해나가면서 그녀들은 한층더 두껴운 우정의 레이어를 쌓아간다.
말하지 못했던 각자의 아픔, 살짝은 눈물이 날 것 같았던 리안의 속마음이 상실의 아픔을 먼저 알게된 소녀의 진심이라 토닥여주고 싶었다.
수인은 어찌보면 고슴도치같다. 자신안의 말랑함을 숨기려 가시 옷을 입은 것 처럼, 속 마음은 어쩌면 궁금하고 다가가고 싶은 친구들에게도 겉으로는 무심한 척 가시를 세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그렇듯 그녀의 삶에도 대단하지 않은 우연들이 겹치면서 날서있던 그녀의 가시들은 아름다운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여름 짬뽕과 밀러 교향곡 5번>은 판타지를 조금 첨가한 소녀들의 성장이야기였다. 인간이란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음을 말한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서로의 결핍을 위로하고 채워가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맛보기 하는 순간인 것이다.
지나가 버린 나의 15세의 순간들. 수인이 만큼 좋은 친구들과의 추억도 없고, 나 또한 좋은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던 기억만 남아있지만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수인만큼 잘해나갈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도서가 매력적이었던 것은, 성인인 나에게도 사람들과의 관계는 계속 되고 겉모습으로 판단되지 않은 내면의 따뜻함과 퐁신퐁신함을 누구든 가지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마녀 키키에서 보면 어른이 되는 순간 마력을 잃고 고양이와의 대화를 하지 못하게 된다. 수인도 언젠가 등나무와의 대화를 더이상 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리라. 하지만 그녀가 그것은 추억을 잃는 것이 아닌 추억을 더 소중하게 간직할 순간이 찾아온 것이라는 걸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어른이 되는 순간을 그려보며 도서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