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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읽고 말하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전화윤 옮김 / 현암사 / 2026년 7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개인적인 감상을 담아 작서한 리뷰]

기나긴 팬데민 이후 오랜만에 독서모임을 재개하는 시점에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생각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전원참석한 회원들. 한 절씩 낭독하며 진행되는 이 모임은 그저 책을 읽고 내용만을 나누는 것이 아닌, 그들의 나이만큼 겪어오 삶의 노고와 아픔들, 먼저 보낸 가족들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그 힘듦 속을 살아낸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책 모임은 하지 않지만 대체로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낭독을 하는 모임이라는 것에 조금 신선함을 느꼈다. 시각이 우선인 책이 라는 매체를 시청각과 표현이라는 액팅을 더 한다는 것은 조금 더 많은 에너지를 요하게 된다.
그들의 의견과 이야기는 주제가 되는 책에 국한되지 않는다. 계속에서 논제에서 벗어나고 누군가의 말이 여러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어수선하면서 두서가 없게 느껴진다.

"종종 있지 않습니까. 책을 읽다 보면 특별한 것도 없는 면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이 떠오르는 순간 말입니다."
개인적인 추억이라는 말에 정말 공감이 되었다. 가끔 책 내용과 상관없는 어떤 지점에서 과거의 기억 속에 빨려들어가서 독서를 방해당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참으로 인간적이게 이 작품에서도 어떤 구절에서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서로의 기억을 소환해 한바탕 이야기 꽃을 피운다.
나는 책을 읽으며 오래전에 봤던 영화 조이럭클럽이 생각 났다. 참견많고 말 많은 할머니들의 모임이지만 주인공은 어머니가 그리워 마작 모임에 나가게 되고 그 곳에서 엄마의 과거의 아픈 이야기에 공감하고 그녀의 과거 놓치 못한 그 한을 풀어내며 화해해 나가는 이야기 였다.
불현듯 찾아온 나 개인의 추억으로 잠깐 영화관련 정보를 서치해 보곤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되었다. 나도 노년의 북클럽 회원들 처럼 샛길로 빠져버렸다는 것이 너무 웃기면서도 재미있었다.
먼저 보낸 아내에 대한 추억을 말하던 회장의 이야기는 마음을 울컥하게 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유품인 책들을 꺼내보며 그녀가 밑줄 그은 구절들과 짧막한 메모들이 선물처럼 튀어나오며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배가 되면서도 너무 소중하고 아껴지게 될 물건들이다.
잔잔하게 밀려오는 추억의 파노라마는 마음을 저미게 하면서도 그런 놓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들이 지금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 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혼자 골방에서 쓸쓸히 추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바로 이 북클럽이 있는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하나 이 북클럽의 특징은 참으로 오래 알고 지낸 세월만큼 다들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의견을 내면 거기에 달려드는 참견분위기가 된다.
무언가 하나 의견이 나오면 거기에 모두 한꺼번에 달려들어 참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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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열심히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듯한 느낌
의견에 동참해주는 분위기는 나도 어딘가에 속해진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노년이라는 시간이 무섭지만 그 속에서 같은 시간을 걷는 동료들과의 나눔이 커다란 위안이 되어준 다는게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연대라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읽고 읽고 말하다>는 특별한 사건도 특별한 이야기도 없지만 책 이라는 매계를 통해 감정을 나누는 연대의 공간을 열어준다. 작중 젊은 작가이지만 지금은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야스다는 이 특별할 것 없는 어수선한 북클럽에서 자신 또한 다시 글을 쓸 용기를 얻게된다. 나이들고 사그러져가는 사람들의 불꽃은 그 어떤 젊음의 열기보다 뜨겁진 않지만 따사로운 다정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무언가를 읽고 내가 느낀 것을 말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 누군가의 의견을 듣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것. 그래서 조금더 나의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세상을 넓게 볼 수 있음이 바로 성장이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에게 성장의 때가 따로 있을까? 성장은 결코 혼자 할 수 없다.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그들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부터가 시작이리라. 사람들 속에서 나이들어가며 언제까지고 성장해 갈 수 있다는 기쁨을 제대로 알게 해주는 잔잔하지만 꼭 만들고 싶은 연대의 긍정적면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