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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성한 리뷰]

네주 시노의 문체는 담담함을 넘어 조금은 건조하게 느껴졌다. 마치 제 3자의 입장인 것처럼 가해자인 의붓아버지, 그녀를 그런 상황에 놓게 만든 친엄마, 그리고 떨어져 지냈지만 그녀가 의붓아버지에게 그런 일을 당한 다는 걸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내 연락을 끊어버린 친아버지의 이야기까지. 작가는 분노하고 탓하기 보다는 그들의 작은 행동까지 기억해내고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것 처럼 보였다면 나의 착각일까?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놓여있었지만 작가는 자신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것을 여러부분에서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끝나고 회상에 가까운 서술을 하고 있지만 왜 인지 그녀의 기억의 조금도 퇴색되지 않은 듯 그려진다.
말 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작가의 서술방식은 피해사실을 낱낱이 고하고자 하는 형식이 아닌, 가해자는 왜 그런 행동을 보였는가 하는 어쩌면 인간이 아닌 자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조금이나만 이해해줄 것이 있는 지를 묻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사실 읽으면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도 많았다. 작가는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그안에 숨은 분노를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어린 나이에 이런 일들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앞뒤가 꽉 막힌 깊이가 깊은 상자안에서 어디로 몸을 돌려도 벗어날 없는 벽에 계속 몸을 부딪치며 소리쳐도 저 위까지 들리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가슴이 너무 답답해져왔다. 나는 생각해보지도 생각할 이유조차 없는 일련의 사건들이 그녀에게는 일상 처럼 일어났을 것을 생각하면 슬픔이상의 고통이 느껴졌다.

기억을 끄집어내고 진술하는 고통스러운 재판과정을 끝나고 9년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간을 선고받은 가해자. 하지만 그마저도 모범수로 5년밖에 복역하지 않는다. 작가의 삶은 여기저기 미디어에 보도되어지고 파해쳐졌지만 정작 가해자는 안락한 교도소 생활을 하고 모범수로 나오다니. 대체 누가 괴물인 걸까?
아주 작은 부당한 일을 겪어도 그 기억은 아주 오래남는다. 그 일은 이미 끝났지만 내 기억안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영원히 매듭지어지지 않을 상처이기 때문이다. 작가도 그 부분을 알고 있다. 사건은 끝났지만, 자신이 그 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하지만 작가는 결코 자신이 동정의 대상자로 남기를 원치 않는다. 그녀는 안다 절대로 완전히 치유될 수 없다는 걸. 그리고 어쩌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마음이 그녀 안에서 완전한 치유를 거부하는 건 아닐까?

네주 시노는 글로서 자신을 말한다. 하지만 이 자체가 그녀를 구원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계속해서 같은 어둠이 네주를 휘감고 걷치지 않을 것을 알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걷어내려 계속 해서 나아가리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해피엔딩 같은 동화같은 마무리는 아니지만 네주 시노의 말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면 인간이 인간에게 정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녀가 자신의 경험을 알리며 말하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
진정한 치유? 가해자의 악행?
그녀는 말하고 싶었으리라. 극복할 수 없는 슬픔과 악몽같은 삶이 반복 된다하더라도, 그 삶에 가치가 없지 않다는 걸. 그것을 증명해 내는 작가의 용기와 노력이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 시리도록 슬픈 이 작품을 나는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