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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탄생
박수현 지음 / SISO / 2026년 3월
평점 :
[도서를 업체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인 의견으로 서평하였습니다]

유럽 음식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나라는 어디인가요?
저는 파스타, 피자 등의 음식이 떠오르지만 막상 나라를 말하라고 하면 이탈리아보다는 프랑스라고 말할 것 같아요. 그런데 희안하게도 프랑스 음식은 그다지 저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아이러니에 조금 놀랍기도 하고 왜 그럴까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작가가 전하는 프랑스의 역사 속의 음식의 발전은 저를 어떤 미식의 세계로 데려가줄지 긴장되면서도 설레이네요~
작가는 갈리아의 탄생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나갑니다. 농사를 짓게되면서 밀과 보리를 경작하고 맥주를 담고 빵을 만들기 시작하는 인류. 수렵과 채집으로 얻은 육류와 포도주, 빵을 곁들인 음식의 발달은 마치 현대의 식탁을 연상케했어요. 어떤 과학자가 인류가 농사를 짓게 된 이유는 탄수화물의 중독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탄수화물의 변주가 음식의 발전의 기초가 된게 아닌가 할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점 인간은 동물을 사냥하기 보다는 사육하게 되고 사육하는 동물의 크기와 규모도 늘어나게되면서 저장법이 달라지고 요리법도 변화하게 되죠. 가장 큰 변화의 시작은 종교로 인한 음식의 제제였던 것 같아요. 금지된 음식을 교리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온갖 기발한 방법을 고안해 먹으려고 하는 모습들. 특히 수달과 비버를 어류로 분류해 육식을 하지 못하는 교리를 피하려했다는 예를 보면 알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는 중세시대였어요. 사람들은 점점 육체와 영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모든 것에 가치의 순위를 매기게 되요. 예를 들면 나무위의 과일이 땅에서 자라는 곡식보다 위이고, 땅에서 사는 동물보다 하늘을 나는 새가 최고의 지위를 가지게 되죠. 이를 <존재의 대사슬>이라 칭하고 계급에 따라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나누게 되죠. 이는 계급별로 음식을 재배하고 조리하는 법도 다 다르게 발전하게 만들었을 거라 생각해요.
또 하나의 변화는 무역을 통한 향신료의 유입이었는데 아주 살짝의 조미가 얼마나 음식의 맛과 풍미를 더하는지 그 시대 사람들이 느꼈을 그 혁명적인 느낌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어요.
르네상스시대에는 아직 이론적인 체계가 잘 잡히지는 않았지만 우리 몸을 구성하는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의 4체액을 각각 사계절과 공기, 물, 불, 흙의 네 가지 원소에 대응하여 그에 맞게 식재료의 균형을 맞추려는 생각에까지 다다르는 것도 꽤 인상깊었어요.
절대왕정의 시대 독보적인 길을 걷게 되는 프랑스. 하지만 화려한 코스로 읽는 동안 군침이 돌게 했던 귀족의 식탁과는 달리 생존을 위해 좋은 과일은 팔고 상한 과일을 먹어야하는 서민들의 대비는 점점 프랑스의 역사를 뒤흔들 혁명으로 몰아넣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프랑스 인들에게 빵은 고통이자 기쁨이며 삶자체라는 것이 참 와닿았네요. 음식으로 익히 알고 있던 프랑스의 역사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은 좀 묘하긴 했지만 이 한 부분만으로도 저는 프랑스 국민들의 투쟁이 납득되었던 것 같아요.
혁명으로 부의 크기와 계급에 상관없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 '시민의 식탁'. 이는 평등한 사회를 꿈꿀 수 있는 긍정적 변화이면서 '테루아'를 기반으로한 자국 음식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여기서 부터 발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명실상부 세계최고의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 그 시작과 긴긴 역사의 길을 따라 오다보니 한식도 프랑스음식 만큼 아름답고 의미도 많은데, 언젠가 멋진 미식하면 한식이 떠오르는 날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며 긴긴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