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인생의 가우디 - 흔들리는 나를 위로해 주는 건축 수업
유승준 지음 / 성안당 / 2026년 3월
평점 :
[업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성한 리뷰]



유럽문화와 건축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가우디'라는 이름을 알려준 건, 티비 예능 <꽃보다 할배>였다. 인간의 뼈같은 조금은 괴인한 모습의 건축물들이 가득한 구엘공원이 소개되고, 세상 처음 보는 건축물이 조금 징그러우면서도 신기해서 자꾸 빨려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 후, 가우디의 특이한 성격과 생활, 그리고 안타깝게 맞이한 죽음까지 방송에서 종종 접하게 되었던게 다였지만, 그의 이름은 이상하게 내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름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인지 <내 인생의 가우디>라는 제목을 처음 본 순간부터 이상하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설레게하는 그 실체를가우디를 사랑한 유승준 작가의 문체로 만나게 되었다.
유럽보다는 동양 역사에 조금더 관심이 많았더 내게 처음 이 책을 읽을때는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문장이 어렵다기 보다는 지역이나 인물의 이름이 너무 익숙하지 않아서 였다. 유럽 역사에서 빠지면 안될 성경 인물들의 이야기나 근처 산을 등산하는 이야기 등이 나올때는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달라서 가우뚱해야만 했다. 왜 가우디 건축물에 대한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살짝 불만을 표하던 나는 왜 저자가 이곳을 걸었고 그 지역에서 일었났던 역사적 이야기를 꺼냈는지 알게 되었다. 사람 그리고 자연, 그 모든게 가우디가 느끼고 건축을 했던 것에 다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읽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먼저 이야기 시작전 삽입되어있는 지도에 나온 저자가 다녀온 곳들의 이름을 익숙해 질 만큼 소리내어서 읽었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는 언어는 여러번 크게 읽어 보면 조금은 머리에 남는 법이니 말이다.
걱정과는 달리 첫번째 챕터가 지나고 나니 뭔가 시야가 달라지는 것 처럼, 글을 읽는데 막힘이 없어졌다. 여전히 지명은 생소했지만 뭔가 패턴이 느껴지는 이름이랄까? 고요하고 경건한 고전에서 발랄하고 익숙한 현대로 넘어온 기분이었다.
점점 가우디가 남긴 도시안의 건축물들이 나오면서 뭔가 신이나는 기분이었다. 등이 여섯개 달린 가로등, 첫 건축물인 카사 비센스에서 보여준 가우디의 공간을 만드는 철학, 그리고 구엘과의 만남, 유명해지면서 얻은 인기와 명성 그리고 비난과 시기. 무엇하나 쉽게 얻은 건 없지만 그만큼 그에게 운도 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크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인생에서 겪는 모든 것들이 가우디의 인생에도 있었고 그것들을 견디면 남긴 결과물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유산이 되었는지 생각하니 왜 그의 이름이 남았는지가 이해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나는 건축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강했었다. 물론 화가, 음악가, 무용가도 모두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지만 우리의 의식주 안에 속하는 영역이 아니라 좀 더 예술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해서 였던 것 같다. 그런데 가우디 라는 사람을 만나보면서 느낀 건. 건축은 '식'을 만들어주는 기술이면서 예술이라는 걸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가우디의 건물들은 독특하고 눈길이 가는 겉 모습도 대단하지만 그의 건축물의 진정한 묘미는 안으로 들어가 봐야 그 의미와 활용을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방과 방사이의 문, 창틀을 목조 뿐 아니라 쇠와 돌, 그리고 유리까지 모두 자신의 손을 거쳐 자연스럽게 융화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보기 좋은 대창 보다는 비대칭하고 좀더 인체에 가까운 곡선을 따르는 편안한 디자인으로 건축을 해나갔다.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 건, 가우디는 참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 이었다. 시간이 걸리고 돈이 많이 들어도 그는 포기할 지언정 타협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포기가 더 나쁘다고? 아니다. 그는 때를 기다렸다고 생각한다. 말년에 그의 생활은 어려웠고 몸은 아팠지만 절대로 서두르지 않았다. 그의 신념은 말 그대로 부를 쫓는 것이 아닌 신의 뜻을 따르는 길이었다. 신이 주신 자연의 순환과 인간이 지닌 굴곡진 선을 따르는 것이 가우디가 표현하고 싶었던 아름다움이라 생각한다.

<내 인생의 가우디>에서 가장 크게 느낀건 바로 내 인생에 '나'라는 존재였다. 가우디가 보여준 본연의 것을 따르는 인생이 담긴 건축물. 그리고 각자의 것을 지니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편안함을 주는 그의 공간들에게서 위로를 받고 나의 삶을 다시 한 번 칭찬하는 시간이 되어서 너무 행복했던 순간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