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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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 8일 밤 ... 15년 전 여교사의 사망이 자살로 판명난 사건에 타살 의혹이 있다는 유력한 정보가 들어오고, 그 사건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면 공소시효는 만 하루를 남긴 셈이 되는 날부터 소설은 시작은 합니다.​

타살로 판명이 난 후 공소시효가 되는 날까지 이어진 사건이라면 계속해서 추적해 온 사건 일지 같은 것들이 있을 테지만 그 당시 자살로 결론을 내렸기에 사건 일지들도 오래전의 것들뿐이고, 타살 정보에 의해 그때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기타 요시오'가 ​주범이란 정보로 수사는 어찌 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의 기간은 나라마다 다를 테이고 이 소설에서는 15 년으로 잡혀있습니다.

살인범을 끝까지 쫓지 않고 공소시효를 두는 이유라고 한다면 기간이 오래되면 될수록 증거가 없어질 가능성이 많고, 범인 역시 오랜 기간 도피생활을 하며 겪게 되는 정신적 고통 자체가 이미 형사처벌을 어느 정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예전에 우리나라도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10년이었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해서 15년으로 늘어났고 2007년에는 25년으로 늘렸으며 2015년 7월 31일부터 살인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공소시효가 존재한 이유에는 어쩌면 경찰의 인력 부족에도 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단지 인력만의 문제로 그런 건 아니겠지요?

얼마 전 작가 요코하마 히데오의 "64(육사)"​를 재미나게 읽은 덕분에 그의 작품을 연달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

소설 "루팡의 소식"은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

고교시절 세 친구가 있습니다. ​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취급받는, 그래서 선생들 눈에도 학생들 눈에도 보이지는, 그 존재 자체를 무시해버리는 존재로 인 세 친구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15년 후 취조실에서 하나의 청춘 소설처럼 독자의 눈에 파고듭니다.

여교사 사건에 대한 진술로 그 시절의, 그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15년 전 이야기는 또 그 나름대로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하나의 모험담이 되어서 읽혔습니다.

그런 재미가 또 있었다고 할까요? 어찌 보면 액자소설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릅니다.

그 이유는 분명 취조실에서 그때 자신들은 결백했음을 주장하는 이야기를 진술할 뿐이지만 그 15년 전 이야기는 ​청춘 소설이 그러하듯이 그 안에 담긴 십 대 시절의 고민과 가정사 그리고 사랑과 우정들이 잔뜩 담겨 있었습니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은 생각해봤음직한 일을 꾸미는 세 친구의 모험담 ...​

십 대 시절, 그때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십 년이라 세월은 도저히 나에게 오지 않을 것만 같는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지고​ 친구라고 하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존재이며 내 모든 걸 다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였던, 지금 생각하면 한편으론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몇 층짜리 집을 지어 친구들끼리 같이 모여서 살자는 약속도 별생각 없이 그러니까 당연하게 제의하고 또 받아들이는 그런 약속을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친구들 하나하나 각자 다들 자기만의 고민과 어려움을 지닌 채 그렇게 살아가는 때였을텐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다들 곁에 있었겠지요.

그렇게 같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힘이 되었던 때였을지 모르겠습니다. ​

고등학교 친구들을 생각해보면 졸업을 하고 난 후에도 각자 대학이 달라지고 하루의 일과가 많이 바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고 찾아오고 ... 그때는 친구가 내 인생의 전부처럼도 느껴졌었는데 ... 언젠가부터는 명절에 연락 한 번 하는 정도의 사이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지금은 다들 어떤 모습이 되어있는지 궁금해지는군요.

​십 대 때는 그때 나름대로 가장 힘든 것들이 있었고 그 후로는 또 그 나이만큼 인지 그런 힘듦이 삶에 있었나 봅니다.

소설 속의 세 친구도 15년이 흐른 후에는 다들 다른 모습으로 경찰서를 찾습니다.

각자 사는 세계가 달라졌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각자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바뀌었기 때문이겠지요.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 이 소설은 범죄를 갈무리하며 그 안에 어떤 조각들이 어떻게 맞춰지는지, 어떤 트릭들이 어떻게 풀려가는지, 누가 범인이고 왜 죽였는지, 그런 부분도 무척 재미났지만 읽는 내내 세 친구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듯합니다.

물론 작가의 필력 덕분이겠지만 마음 한구석에 묵직함을 던져주는 ... 그 시절의 내 친구들을 그리워도 해보게끔 만들어준 그런 책읽기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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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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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름대로는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책들은 많이 챙겨서 읽었노라고 생각했는데 스기무라 사부로가 등장하는 '행복한 탐정' 시리즈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솔로몬의 위증"을 읽기 까지는 미미 여사의 현대물만을 읽었고 에도시대가 시대적 배경인 고전물은 왠지 ... 주저하다 올해 "벚꽃, 다시 벚꽃"을 읽었는데 역시 작가의 이름답게 재미나게 읽은 고전물이었습니다.

​작가의 필력은 고전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이 출판되면서 그제서야 나는 "행복한 탐정"시리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행복한 탐정이란 어떤 탐정일까 무척 궁금하였습니다.

어차피 살인 사건을 다루는 범죄에서 '행복한' 이란 수식어가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포와로 같은 탐정은 언뜻 보면 행복한 사람인 듯도 여겨지지만 ...

책을 받아보니 일본어 원제목은 베드로의 장렬이었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닭이 울기 전까지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다 ... 그 베드로이지요.

최초의 교황이기도 한 ​예수님의 첫 번째 제자입니다.

베드로의 장례 행렬이라 ... 그리고 한국어 제목은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책을 다 읽고 나도 적확하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십자가는 베드로에서 가져온 것이고, 반지는 딸과 함께 읽고 본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가져온 듯합니다.

'절대 반지'를 얻고자 하는 욕망이, 악의 전염처럼 번져나가는 의미로 ...

책을 받아 보았을 때 그 상당한 두께에 놀랐습니다.

863쪽에서 소설은 끝이 나고​ 무시무시한 두께에 담겨 있을 이야기에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

설레기 조차하였습니다.

'행복한 탐정'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은 스기무라가 타고 있던 버스가 납치를 당하며 스기무라를 포함 버스 승객이 인질이 된 이야기로 시작을 합니다.

​겨우 세 시간여의 인질극이었는데  형사는 스톡홀름 증후군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인질로 잡혔던 사람들이 인질범을 이해하는 듯한 ... 인질범은 말로 사람들을 조종하는 뛰어난 언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미미 여사의 문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느껴지는 점은 그 글을 읽는 독자로서의 나 역시 분명 저 범인은 뭔가 깊은 사연이 있을 거야, 이런 인질극을 벌일 수밖에 없는 사연이 분명 있을 거야, 하며 동조하는 마음을 일어나게 만들었습니다. ​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놀라운 것은 많은 작중 인물들이 모두 하나같이 그들의 가치관을 보여주는데 있습니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허투루 지나가는 등장인물이 없습니다.

​그 많은 인간의 모습들이 얽히고 설키며 그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이해를 하도록 해주는 문장이 언제나 놀랍기만 합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숨도 안쉬고 단숨에 읽어버리도록 하는 그녀의 문장력에 언제나 질투도 생겨납니다.

왜 이 책이 행복한 탐정이란 이름으로 불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을 아직 읽지 않아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주인공 스기무라는 작은 출판사에 다니는 서민층의 남자이고, 재벌가의 따님과 결혼을 하며 재벌가 사위가 되었지만, 인생 자체가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내에게서, 탐정을 할 때 활기차 보이고 생기가 도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스기무라 역시 마음 한 편에 떠나고 싶다는 ... 그런 마음이 한 자락 자리 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에게서는 재벌 아가씨의 기둥서방으로 자식을 키우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결혼을 생각하면서는 부모님과 인연까지 끊었던 스기무라는 시샘과 질투로 회사에서도 뒷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아내의 집안 어른들은 지금까지도 이혼하라는 말을 하는 그런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데 ...

그런데 그런 그가 왜, 어째서 행복한 탐정일까요?

​읽으면서도 그 생각이 떨쳐지질 않았습니다.

행복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가정사나 사회일 이나 안정되고 주변으로부터 나쁜 소리 듣지 않으며,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그런 삶이 행복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나는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덮고 난 후에 스기무라가 행복한 탐정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그가 행복한 탐정인 이유는 그의 인성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착한 인성.

그래서 스기무라는 숱한 등장인물들과 크게 나쁜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 듯합니다.

자신을 낮추고 인정하며 수용하는 그런 태도들에서, 주변 인물들의 인간적 선함을 만나게 되는 것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그런 이유로 좋은 혹은 선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스기무라의 이야기는 또 앞으로 계속 책으로 이어질 듯합니다.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의 마지막에 스기무라는 현재의 모든 상황들에서 벗어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본격적인 탐정으로 스기무라를 만날 수 있을 듯합니다.

​정말 재미나게 읽은 책입니다.

수많은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모두 애정이 가게 만들어준 미야베 미유키 작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얼른 새로운 이야기로 만나고 싶어집니다.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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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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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경찰밥을 먹은 미카미 요시노부는 D현 경찰본부 경무부 비서과 조사관 "홍보담당관"이며 계급은 총경이다.

 

아빠를 닮아서 얼굴이 너무 밉게 생겼다는 불만이 가득한​ 고등학생 딸인 아유미는 석 달전 가출을 한 후로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유미는 엄마를 싫어했다. 미인인 엄마를 닮지 않고 아빠를 닮은 자신의 얼굴 때문일 것이다. ​

D현에서 신칸센과 택시를 이용해 네 시간이 걸린 다른 지방의 경찰서에 미카미 부부가 들어서며 소설은 시작을 한다.

자살한 어린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어 확인차 그곳까지 간 것이다.

가는 동안 그 자살한 소녀가 자신의 딸이 아니길 빈다는 것은 곧 다른 누군가의 자식이기를 빈다는 것과 같은 뜻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미카미가 말단 형사 시절에 그의 눈에도 홍보실은 '기자들의 끄나풀', '경무과의 개', '승진시험 공부방' 그런 뒷말이 오가곤 하던 곳이었다.

밤마다 술자리 접대를 갖고, 사건 현장을 찾아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방관자처럼 기자들과 잡담이나 나누는 그런 홍보실 사람들을 경찰 조직의 일원으로 인정할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그런 미카미가 형사 생활 3년 차에 홍보실 근무를 명 받았을 때는 잔뜩 기가 죽고 말았다.

​홍보실 근무란 바로 '형사 실격'이란 낙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고작 1년 만에 형사부로 되돌아갔고, 매 번 '다음 인사이동'이 두려워 엉덩이에 ​불이 붙은 사람처럼 일에 몰두했지만 올봄 다시 홍보실로 발령이 났다.

그래도 미카미는 2년만 버티면 형사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다독였다.

그렇게 미카미는 경무부 홍보실 일을 하면서도 자신은 형사부 사람이라고 속으로 다짐하고 다짐하였으니 홍보실 일을 제대로 해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언뜻 이 소설의 광고를 어디선가 본 듯도 하고 ... 소설 "64"는 상당히 유명한 소설이었나 보다. ​ 나만 잘 모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범죄 사건을 다루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탐정과 형사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픽션에서 형사보다는 탐정이 좀 더 ​멋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무도 사법권이 없는 상태에서 '재치'를 발휘해서 범인을 잡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형사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법제도 안에서 움직이는 부분들이 많다 보니, 탐정물만큼의 매력이 덜한 게 아닐까 하는, 아니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겠지만 탐정들이 보여주는 어떤 천재적인 재능과 형사들 보다는 훨씬더 인간적인 여유로움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런 저런 이유로 나에게는 형사보다는 탐정이 더 매력적으로 다고왔는지 모르겠다.

소설 "64"는 경찰 소설이라고 어디선가 그런 글귀를 본 듯했다.

그래서 경찰이 등장해서 어떤 사건을 해결해 나가고 하는 그런 소설일 거라고 혼자 지레짐작하며 읽어나가는 바람에 처음 5~60페이지까지는 아주 질긴 오징어를 씹는 기분으로 소설을 읽어내려갔다. 읽다가 눈이 따가워서 잠들어 버리기도 몇 번.

홍보실에서 근무하는 미카미가 기자들과의 관계에서 너무 고단해 보이는 문장들이 아주 촘촘하게 적혀있기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 사건이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책의 두께는 엄청 두꺼워서 ​충분히 뒤 쪽에서 얼마든지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나오 ... 그러나 중반을 훨씬 넘어가도 그런 부분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하고 긴박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소설 "64"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사건의 해결보다는 경찰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경찰 소설이다 ...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 감찰 등을 다루는 경무부 소속 경찰들은 현장에서 발로 뛰는 형사부의 형사들과는 사이가 그리 좋지를 않다.

조직이란 그 안의 많은 부서와 사람들이 각자의 일을 하면서 하나의 조직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사실 조직이란 게 또 그 안에서 이기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이기도 하다.

남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말을 듣게 만들기도 하고, 다른 동료를 이용해 자신의 가치를 더 높게 만들기도 하고, 타부서를 깔보기도 하며 그렇게.​

경찰이라면 직접 발로 뛰어 범인을 잡고 사회악을 제거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 형사들은 현장을 누비지 않고 사무를 보거나 국가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간부직 "캐리어" 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풍토에서 홍보실 근무를 하는 미카미에게는 초반부터 아주 곤욕스러운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형사로서의 자긍심도 강하고 형사로 업무 능력도 뛰어났던 미카미라는 인물은 가출한 딸 때문에 밥도 제대로 안 챙겨 먹는 아내에 대한 걱정도 많고,​ 출근해서는 작년까지만 해도 한 곳에서 같이 일한 동료들이었던 형사부 사람들에게서 외부인 취급을 받고, '캐리어'지만 세 살 연하인 상사에게 시키는 일만 잘하라는 말을 들으며 업무에 임해야 하며 기자들에게서는 왜 정보를 더 제공하지 않느냐고 몰리고 ... 소설을 읽는 중반까지는 화가 나기도 했다. 미카미가 숨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몰리는 상황들이 너무나 많아서 화가 마구마구 나기도 했다.

작가에게 화가 났다. 뭔가 미카미를 속시원하게 해 줄 일도 좀 만들어주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 삶이 어디 그런가.

우리네 직장에서 우리는 어쩌다가도 히어로가 되기도 어려운게 사실이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고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소설 "64"는 ​굉장히 현실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하고 인간적이다! 라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들었다.

굴욕을 당한다고 해서 금방 그 굴욕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 몇 장만 읽어가도 이 소설 진짜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집필 기간이 10년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오래 쓰고 아니고의 문제라기 보다 작가의 남다른 필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다르다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봐온 미스터리 소설, 이런 유의 추리 소설들과 좀 다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야기들이 정말 촘촘하게 수놓아진 느낌, 내가 마치 홍보실에서 근무라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홍보실 직원들에게 가해지는 수난들에 나조차 울분이 생겨나게 만들 정도로 인간적 심리를 아주 촘촘하게 엮어 놓았기 때문이다. 경찰이라는 조직, 그리고 ​경찰서라는 하나의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씨줄과 날줄로 짜여지는 동안 오가는 말들 속에 담겨진 숨은 뜻을 파악하며 미카미는 아주 오래 자신의 생각들을 펼쳐 보인다.

그동안 익숙했던 추리 소설들은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이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그런 트릭을 푸는 재미의 추리였다면 대부분의 추리 소설들이 사건에 대한 추리를 해나가는 부분에 치중한다고 하면 소설 "64"는 미카미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곱씹어보고 되새겨보면서 인간의 심리를 추리한다고 할까? 그런 인간 대 인간으로, 인간의 수많은 모습과​ 감정들 속에서 미카미의 변화를 함께 읽으며 겪는 그런 남다른 재미가 있었다.

 

그동안의 대부분 소설들은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 주인공을 격려하더라도 나는 그저 바라보는 입장의 독자였다면, 소설 "64"는 마치 내가 "영웅본색"을 보고 난 후에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말하기를 즐겨 했던 삼십 년쯤 전 '주윤발'과 자신을 물아일체인 척했을 때처럼, 독자로 미카미의 생각들을 읽으면서 그것이 마치 나의 생각인 양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는 나 스스로 미카미가 되어 책을 보게 되었다..

거의 700쪽에 가까운 책이지만 초반에 그릇된 나의 선입견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한 부분을 지나면서부터는 아주 재미난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진짜 이런 소설도 다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 얼마나 사실적인지는 솔직히 잘은 모르겠지만 내게는 충분히 사실적으로 읽혀서 소설을 읽는 내내 등장 인물들에게 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살면서 또 이런 소설을 얼마나 자주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 ​너무나 늦게 알아버린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작가.

그래서 그의 많은 작품들이 절판되어 있는 상태여서 너무나 아쉽고 아쉽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당장 구할 수 있는 책들은 구해 읽어보아야 할까 보다.

그의 다른 책에서 경찰들의 모습은 또 어떠할지 너무나 궁금하게 만들어준 소설이 "64"이다.

탐정들이 뛰어나고 특별한 재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면 아마도 경찰 소설은 나와 같은 인간이기에 인간적 고뇌를 함께하며 푹 빠질 수 있겠단 생각이 가슴에 깊게 새겨졌다.​

​미카미가 홍보실의 일원으로, 다른 어떤 힘에 의해 더이상 흔들리지 않고 홍보실 일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난 후 선배 형사에게 하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형사들의 눈에는 한심하게 비칠 수도 있겠죠. 경찰 본연의 엄부와는 무관한 일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범인을 검거하는 것이 곧 치안, 이 사회는 사냥터.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26만 명의 경찰들 모두 제각기 맡은 자리가 있습니다. 형사는 소수입니다. 대부분은 주목받지 못하는 곳에서 평범한 일을 하지요. 그들에게 신의 손 같은 건 없지만, 그렇다고 자긍심까지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런 개개인이 긍지를 가지고 하루하루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하기 때문에 이 거대한 조직이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홍보실에는 홍보실만의 긍지가 있습니다. 형사들은 언론과 한통속이라 야유하지만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내부의 안색을 살피며 바깥과 통하는 창문을 닫는 것이야말로 홍보실의 수치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달자면 혹시나 이 소설을 읽으며 초반에 나처럼 읽는 속도가 빨리 나가지 않아 애먹는 분들이 있다면 조금만 더 참고 견뎌보시라고 말해 드리고 싶다.

​그러면 곧, 금방 아주 굉장한 속도감으로 달리는 소설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 겉들여서 지금 당신은 최고의 소설을 읽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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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크 사냥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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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여사의 작품 순서로 본다면 아마도 초기 작품에 속할 "스나크사냥"은 복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가 혹독하게 댓가를 치르기를 바라거나 잘못을 인정하게 해주고 싶어 하거나, 단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반성이 아닌지 따져 묻고 싶은 ...

미미 여사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좋은 사람들에 대한 묘사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회사에서 어린 혹은 젊은 사람들과 잘 융화하며 지내며 나이 어린 동료들에게 '아버지'로 불리는 오리구치 구니오.

자신이 믿는 사람은 끝까지 그 믿음을 버리지 않는 순정파이며 소설을 쓰고 싶은 사쿠라 슈지.​

돈에 대한 걱정은 없다 보니 ​사람들을 대할 때 자신의 돈을 쓰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는 세키누마 게이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이들을 이용하면서도 그런 이기적인 행동에 대해 전혀 뉘우침이 없는 오빠를 둔 고쿠부 노리코.

극성스런 장모에 의해 아내는 심약해져 병원 신세를 지고 그런 가정사로 어렸을 적부터 말을 하지 않는 함언증에 걸리 아들 다케오와 살아가지만 자신의 일을 미루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언제나 도움의 손길을 뻗는 오리구치 구니오.​

정의감도 뛰어나고 경찰이 천직인 듯한 그래서 매력적인 두 형사 구로사와, 오케가와.

소설은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사건을 쫓으며 숨 가쁘게 달려가지만 ​이들이 있어서 가슴이 훈훈해진다.

어찌 보면 자신으로 인해 일이 그리되었다고 생각하는 심약함도 보여지지만, 그랬다고 생각하는 만큼 책임을 다하려 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자신 때문에 누군가가 큰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자신의 삶, 어느 부분에서는 고달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을 위해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축복해주는 그런 인간 군상들이 많이 등장하여, 그래서 비록 소설이지만 읽는 동안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해서 따뜻함을 지닐 수 있었다. ​

소설은 마지막에 닿으며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괴물을 잡기 위해 오래도록 괴물과 대치하다 보면 자신도 괴물이 된다는 그런 이야기 ...

​니체의 책 "선악을 넘어서"중에서 '심연'에 대한 구절과 닮아 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

분명 괴물을 잡으려 한 것인데,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의 습성과 행동양식을 알아간 후 괴물을 잡으려 하는 것은 선으로 악을 물리치는 행위라고만 생각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자신도 그 괴물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우리는 우리의 실체를 잘 알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어떤 사람이 자신이 알고 있던 바와 다른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할 때면 참으로 낯설게 느껴진다.

가끔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나 할 때도 있고, 저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때도 있다.

소설은 어느 한순간 괴물과 맞서며 그 괴물을 이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의 모습도 드러내는 어찌 보면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하나같이 정이 가는 인물들이다.

미미 여사의 전매특허와 같은 내 주변에도 저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게 만드는 ... 나도 누군가에게 저런 사람이고 싶게 만드는 ...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미미 여사의 작품이 많이 남았지만, "스나크사냥" 역시 끝이 다가올 때는 책과 작별해야 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냥 재미나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책 속에 등장했던, 내가 친구하고 싶은 그런 사람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그 아쉬움을 크고 크기만 하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복수를 꿈꾸게 되는가?

나도 살아오면서 진정으로 몸부림칠 정도로 복수를 생각해 보았던 적도 있기는 하지만 ... 감사하게도 내 삶에는 그리 큰일이나 사건이라 부를만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아 목숨을 걸 만큼의 복수를 생각해보지 않고 살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살면서 약이 올라 이런저런 방식은 제대로 떠올리지는 못하고 무작정, 가다가 발병이라 나라!는 식의 울분을 저 혼자 속으로 터트린 적은 많았을 것이다.

​그 순간 나를 다독이지 못하고 혼자 열에 들떠 그러고 말았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리 대단한 일들도 아니었는데 순간만 참아도 될만한 일들이 대부분이었던걸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서 잠시나마 ​당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비록 마음속으로만 전하는 말이지만 진심으로 말하고 싶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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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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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추리소설에 빠지게? 된 것은 그러니까 10년 전쯤 작가 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고 난 후부터이다.

이렇게 재미난 책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은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왜 이제서야 알게 된 걸까 하는 후회도 많이 들었다.​

그 후로 아주 많은 일본 작가들의 책을 읽게 되었으며 한 작가의 글이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다른 책들도 열심히 읽게 되었다.​

그리하여 미야베 미유키도 알게 되었고 ​기라노 나쓰오, 시마다 소지, 미즈무라 미나에, 히가시노 게이고, 다카노 가즈아키, 사사키 조, 마키 사쯔지 등등

또 읽다 보니 작가들마다 트릭을 위주로 다루는 작가들이 있고, 형사가 주인공인 소설이 있으며​, 다양한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다루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그렇게 십여 년을 제법 일본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범죄 소설을 읽어왔지만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만큼 나를 흥분시켜준 소설을 만나보지는 못하였다.

물론 대부분의 작품들은 다들 재미나게 읽었지만 우타노 쇼고의 작품을 읽을 때 느낀 짜릿함의 강도는 ​다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던 이유는 바로 '처음'으로 접해본 그 신선함이 주는 것이었을 것이다.

작가 나카마치 신의 소설 "모방살의"에 대한 설명으로 서술트릭이란 단어를 분명히 보았는데 ​범죄 소설들의 개념을 소유하지 못한 채 단순히 트릭을 풀어가며 범인을 쫓고 독자로 하여금 트릭을 풀어보라 뭐 그쯤으로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소설은 7월 7일 오후 7시​ 사카이 마사오는 죽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을 한다.

그리고 사카이 마사오는 추리 문학 부문에서 신인상을 탄 작가이기도 하다.

추리 작가가 죽었다.

경찰은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문이 잠겨져 있고 두 개의 열쇠는 집 안과 사카이 마사오의 옷 주머니 속에 들어있어 잠정적으로 자살로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소설은 시간대별로, 의학전문 잡지 기자인 나카타 아키코의 시선과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르뽀 기사로 쓰는 쓰쿠미 신스케​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진행을 한다.

나카타 아키코는 죽은 사카이 마사오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고 추리소설 애호가들이 결성한 <추리원탁>의 회원으로 사카이 마사오와 알고 지낸 쓰쿠미 신스케.

이 두 사람은 그런 인연으로 사카이 마사오의 자살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그의 행적을 추적하게 된다.

경찰은 이미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린 후이고 기사화까지 되었는데 이 두 사람은 타살일 것이란 생각으로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을 바라보게 된다.

단순히 사카이가 죽은 현장의 모습은 문이 잠겨져 있어 드디어 밀실 트릭이 시도되는 것인가 하는 기쁨을 갖게 하였다.

하지만 나카타와 쓰쿠미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추궁할 때면 너무 억측이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한 부분들이 많았다.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택시 기사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 사람에게 니가 한 짓이지! 이런 식이다.​

전문 탐정이나 형사도 아니고 그냥 지인의 죽음에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그러나 보다 하고 봐주면 왠지 따뜻한 느낌도 든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각자 한 사람을 찍어서 몰아붙이기​식으로 다가가는데 그게 또 전혀 어긋난 곳을 찌르고 있는 게 아니란 게 소설에서 느껴져 온다.

그 부분이 첫 번째 재미였다​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을 추적하는 두 사람이 각자 따로 사카이 마사오를 살해했을지도 모른다고 여기게 되는 사람이 두 사람이 있다.

나카타는 도가노 리쓰코라는 여인을 의심하고 쓰쿠미는 야나기사와 구니오​를 의심한다.

그리고 리쓰코와 구니오는 충분히 의심스러운 속임수를 사용하며 더더욱 읽는 동안에 범인인 듯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재미가 첫 번째이다.

범인이 두 사람인가?

그러다 후반으로 가면서 나는 어 이게 뭐지? 싶은, 사건의 시간이 맞지 않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되고 어느 정도 의미를 파악하게 되면서도 한 가지가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에필로그 부분에 가서야 모든 퍼즐 조작들이 제자리에 맞추어지는 느낌.

최종적 즐거움이었다.​

소설 중간 중간 트릭을 푸는 장면들은 두 번째 즐거움이었다.​

물론 이런 소설을 읽으면서 이미 범인을 찾은 분들도 상당수일 거란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사실관계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여도 나에게는 너무나 큰 책 읽는 즐거움이었으며 열심히 두뇌 회전을 해보게끔 만들어준 작가에게 너무나 감사하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이후에 가장 반가운 소설이라고 하면 믿어줄까?

이런 식의 소설을 서술 트릭이라고 분류하는 것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지난 십 년 동안 내가 그렇게 찾고 찾아다녔던 소설이 바로 이런 형식이었다.

​나카마치 신 작가는 살아생전에는 그리 후한 대접을 받지 못하였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소설이 그리 많지를 않은 듯하다.

현재는 한국에 번역된 소설도 이 책이 유일하다.

앞으로 출판사에서 계속 책을 펴낸다고 하니 반가울 따름이다.

그리고 왠지 작가가 떠나고 없다는 사실이, 이제서야 알게 된 작가인데 그래서 몹시도 아쉽다.

내게는 무척이나 귀하게 여기고 싶은 그런 소설이다.

마지막에 가서야 무릎을 딱 치게 만드는 작가의 트릭에 놀아난 나 자신이 너무 즐거웠기도 하지만 소설 중간중간에도 트릭을 풀어나가는 장면들이 굉장한 재미를 주었으면 충분히 훌륭한 범죄 소설이 아닌가 싶다.

​나카마치 신 작가의 다음 번 작품을 기다리며 그 기다림의 즐거움이 너무 길어 힘들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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