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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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추리소설에 빠지게? 된 것은 그러니까 10년 전쯤 작가 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고 난 후부터이다.

이렇게 재미난 책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은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왜 이제서야 알게 된 걸까 하는 후회도 많이 들었다.​

그 후로 아주 많은 일본 작가들의 책을 읽게 되었으며 한 작가의 글이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다른 책들도 열심히 읽게 되었다.​

그리하여 미야베 미유키도 알게 되었고 ​기라노 나쓰오, 시마다 소지, 미즈무라 미나에, 히가시노 게이고, 다카노 가즈아키, 사사키 조, 마키 사쯔지 등등

또 읽다 보니 작가들마다 트릭을 위주로 다루는 작가들이 있고, 형사가 주인공인 소설이 있으며​, 다양한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다루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그렇게 십여 년을 제법 일본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범죄 소설을 읽어왔지만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만큼 나를 흥분시켜준 소설을 만나보지는 못하였다.

물론 대부분의 작품들은 다들 재미나게 읽었지만 우타노 쇼고의 작품을 읽을 때 느낀 짜릿함의 강도는 ​다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던 이유는 바로 '처음'으로 접해본 그 신선함이 주는 것이었을 것이다.

작가 나카마치 신의 소설 "모방살의"에 대한 설명으로 서술트릭이란 단어를 분명히 보았는데 ​범죄 소설들의 개념을 소유하지 못한 채 단순히 트릭을 풀어가며 범인을 쫓고 독자로 하여금 트릭을 풀어보라 뭐 그쯤으로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소설은 7월 7일 오후 7시​ 사카이 마사오는 죽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을 한다.

그리고 사카이 마사오는 추리 문학 부문에서 신인상을 탄 작가이기도 하다.

추리 작가가 죽었다.

경찰은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문이 잠겨져 있고 두 개의 열쇠는 집 안과 사카이 마사오의 옷 주머니 속에 들어있어 잠정적으로 자살로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소설은 시간대별로, 의학전문 잡지 기자인 나카타 아키코의 시선과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르뽀 기사로 쓰는 쓰쿠미 신스케​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진행을 한다.

나카타 아키코는 죽은 사카이 마사오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고 추리소설 애호가들이 결성한 <추리원탁>의 회원으로 사카이 마사오와 알고 지낸 쓰쿠미 신스케.

이 두 사람은 그런 인연으로 사카이 마사오의 자살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그의 행적을 추적하게 된다.

경찰은 이미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린 후이고 기사화까지 되었는데 이 두 사람은 타살일 것이란 생각으로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을 바라보게 된다.

단순히 사카이가 죽은 현장의 모습은 문이 잠겨져 있어 드디어 밀실 트릭이 시도되는 것인가 하는 기쁨을 갖게 하였다.

하지만 나카타와 쓰쿠미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추궁할 때면 너무 억측이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한 부분들이 많았다.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택시 기사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 사람에게 니가 한 짓이지! 이런 식이다.​

전문 탐정이나 형사도 아니고 그냥 지인의 죽음에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그러나 보다 하고 봐주면 왠지 따뜻한 느낌도 든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각자 한 사람을 찍어서 몰아붙이기​식으로 다가가는데 그게 또 전혀 어긋난 곳을 찌르고 있는 게 아니란 게 소설에서 느껴져 온다.

그 부분이 첫 번째 재미였다​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을 추적하는 두 사람이 각자 따로 사카이 마사오를 살해했을지도 모른다고 여기게 되는 사람이 두 사람이 있다.

나카타는 도가노 리쓰코라는 여인을 의심하고 쓰쿠미는 야나기사와 구니오​를 의심한다.

그리고 리쓰코와 구니오는 충분히 의심스러운 속임수를 사용하며 더더욱 읽는 동안에 범인인 듯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재미가 첫 번째이다.

범인이 두 사람인가?

그러다 후반으로 가면서 나는 어 이게 뭐지? 싶은, 사건의 시간이 맞지 않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되고 어느 정도 의미를 파악하게 되면서도 한 가지가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에필로그 부분에 가서야 모든 퍼즐 조작들이 제자리에 맞추어지는 느낌.

최종적 즐거움이었다.​

소설 중간 중간 트릭을 푸는 장면들은 두 번째 즐거움이었다.​

물론 이런 소설을 읽으면서 이미 범인을 찾은 분들도 상당수일 거란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사실관계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여도 나에게는 너무나 큰 책 읽는 즐거움이었으며 열심히 두뇌 회전을 해보게끔 만들어준 작가에게 너무나 감사하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이후에 가장 반가운 소설이라고 하면 믿어줄까?

이런 식의 소설을 서술 트릭이라고 분류하는 것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지난 십 년 동안 내가 그렇게 찾고 찾아다녔던 소설이 바로 이런 형식이었다.

​나카마치 신 작가는 살아생전에는 그리 후한 대접을 받지 못하였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소설이 그리 많지를 않은 듯하다.

현재는 한국에 번역된 소설도 이 책이 유일하다.

앞으로 출판사에서 계속 책을 펴낸다고 하니 반가울 따름이다.

그리고 왠지 작가가 떠나고 없다는 사실이, 이제서야 알게 된 작가인데 그래서 몹시도 아쉽다.

내게는 무척이나 귀하게 여기고 싶은 그런 소설이다.

마지막에 가서야 무릎을 딱 치게 만드는 작가의 트릭에 놀아난 나 자신이 너무 즐거웠기도 하지만 소설 중간중간에도 트릭을 풀어나가는 장면들이 굉장한 재미를 주었으면 충분히 훌륭한 범죄 소설이 아닌가 싶다.

​나카마치 신 작가의 다음 번 작품을 기다리며 그 기다림의 즐거움이 너무 길어 힘들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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