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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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름대로는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책들은 많이 챙겨서 읽었노라고 생각했는데 스기무라 사부로가 등장하는 '행복한 탐정' 시리즈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솔로몬의 위증"을 읽기 까지는 미미 여사의 현대물만을 읽었고 에도시대가 시대적 배경인 고전물은 왠지 ... 주저하다 올해 "벚꽃, 다시 벚꽃"을 읽었는데 역시 작가의 이름답게 재미나게 읽은 고전물이었습니다.

​작가의 필력은 고전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이 출판되면서 그제서야 나는 "행복한 탐정"시리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행복한 탐정이란 어떤 탐정일까 무척 궁금하였습니다.

어차피 살인 사건을 다루는 범죄에서 '행복한' 이란 수식어가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포와로 같은 탐정은 언뜻 보면 행복한 사람인 듯도 여겨지지만 ...

책을 받아보니 일본어 원제목은 베드로의 장렬이었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닭이 울기 전까지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다 ... 그 베드로이지요.

최초의 교황이기도 한 ​예수님의 첫 번째 제자입니다.

베드로의 장례 행렬이라 ... 그리고 한국어 제목은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책을 다 읽고 나도 적확하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십자가는 베드로에서 가져온 것이고, 반지는 딸과 함께 읽고 본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가져온 듯합니다.

'절대 반지'를 얻고자 하는 욕망이, 악의 전염처럼 번져나가는 의미로 ...

책을 받아 보았을 때 그 상당한 두께에 놀랐습니다.

863쪽에서 소설은 끝이 나고​ 무시무시한 두께에 담겨 있을 이야기에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

설레기 조차하였습니다.

'행복한 탐정'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은 스기무라가 타고 있던 버스가 납치를 당하며 스기무라를 포함 버스 승객이 인질이 된 이야기로 시작을 합니다.

​겨우 세 시간여의 인질극이었는데  형사는 스톡홀름 증후군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인질로 잡혔던 사람들이 인질범을 이해하는 듯한 ... 인질범은 말로 사람들을 조종하는 뛰어난 언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미미 여사의 문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느껴지는 점은 그 글을 읽는 독자로서의 나 역시 분명 저 범인은 뭔가 깊은 사연이 있을 거야, 이런 인질극을 벌일 수밖에 없는 사연이 분명 있을 거야, 하며 동조하는 마음을 일어나게 만들었습니다. ​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놀라운 것은 많은 작중 인물들이 모두 하나같이 그들의 가치관을 보여주는데 있습니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허투루 지나가는 등장인물이 없습니다.

​그 많은 인간의 모습들이 얽히고 설키며 그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이해를 하도록 해주는 문장이 언제나 놀랍기만 합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숨도 안쉬고 단숨에 읽어버리도록 하는 그녀의 문장력에 언제나 질투도 생겨납니다.

왜 이 책이 행복한 탐정이란 이름으로 불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을 아직 읽지 않아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주인공 스기무라는 작은 출판사에 다니는 서민층의 남자이고, 재벌가의 따님과 결혼을 하며 재벌가 사위가 되었지만, 인생 자체가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내에게서, 탐정을 할 때 활기차 보이고 생기가 도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스기무라 역시 마음 한 편에 떠나고 싶다는 ... 그런 마음이 한 자락 자리 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에게서는 재벌 아가씨의 기둥서방으로 자식을 키우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결혼을 생각하면서는 부모님과 인연까지 끊었던 스기무라는 시샘과 질투로 회사에서도 뒷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아내의 집안 어른들은 지금까지도 이혼하라는 말을 하는 그런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데 ...

그런데 그런 그가 왜, 어째서 행복한 탐정일까요?

​읽으면서도 그 생각이 떨쳐지질 않았습니다.

행복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가정사나 사회일 이나 안정되고 주변으로부터 나쁜 소리 듣지 않으며,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그런 삶이 행복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나는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덮고 난 후에 스기무라가 행복한 탐정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그가 행복한 탐정인 이유는 그의 인성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착한 인성.

그래서 스기무라는 숱한 등장인물들과 크게 나쁜 인간관계를 맺지 않는 듯합니다.

자신을 낮추고 인정하며 수용하는 그런 태도들에서, 주변 인물들의 인간적 선함을 만나게 되는 것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그런 이유로 좋은 혹은 선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스기무라의 이야기는 또 앞으로 계속 책으로 이어질 듯합니다.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의 마지막에 스기무라는 현재의 모든 상황들에서 벗어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본격적인 탐정으로 스기무라를 만날 수 있을 듯합니다.

​정말 재미나게 읽은 책입니다.

수많은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모두 애정이 가게 만들어준 미야베 미유키 작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얼른 새로운 이야기로 만나고 싶어집니다.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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