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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너머 사람 - 살고 싶은 사람을 삶과 연결하는 마지막 상담소
하상훈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평점 :
저의 본업은 음주 문제 관련 상담을 하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대개 음주 문제 관련 상담이라 하면,
음주량을 잘 줄여가고 있는지 혹은 음주를 잘 끊고 있는지
그런 모니터링만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음주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음주로 드러나는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고,
음주를 유발한 요인들이 일상 전반에 깔려있는 경우가 많아요.
상담 때에도 대인관계, 스트레스 등을 함께 다루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상담을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듣게 되지요.
그리고 마음이 많이 무너져 있거나,
죽음이라는 유혹이 너무 가까이 있는 사람들도 만나게 됩니다.
상담을 하고 있는 저도 함께 무너져내리지 않게 마음을 다 잡게 되지요.
그렇지만 역시, 그리고 여전히 그런 사연을 마주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상담을 하는 이 일을 때로는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이번에 읽게 된 생명의 전화 하상훈 원장님의 <목소리 너머 사람>에서는
제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마음이 무너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어야 할지,
그리고 왜 우리가 자살을 막아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는 사람으로서도 공감가고 도움되는 내용이 많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도 와닿았던 내용이 많았던 책이었어요.

Q.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자살은 왜 막야아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보통은 ‘생명은 소중하니까요’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 질문에 대해 작가는 ‘자살 유가족들이 너무나 힘들어하기 때문’이라고 다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질문을 ‘자살을 왜 하면 안되나요?’라는 자살 고위험 대상자의 입으로 해본다면, ‘당신이 떠난 뒤 남은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처음에는 잘 와닿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적어도 제가 만났던 고위험 대상자들은 가족이나 친구들을 염두에 둘 정도로 숨구멍 조차 남아있지 않은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들에게도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명만 있더라도, 언젠가는 그 같은 대답이 좀 더 마음에 와닿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살 고위험 대상자들은 자신이 처한 문제에만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 시선을 둘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만 없어져 버리면 되고, 자신이 없어져야 주변 사람들도 행복해진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와 라포를 만들고 이야기의 물꼬를 조금씩 트다 보면, 그런 생각조차 왜곡된 사고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신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더 답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최종적으로는 자신 또한 결국 죽고싶은 것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상담과는 별도로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경청해줄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위험에 대한 큰 예방 수단이 된다는 것은 수년간 상담을 해보니 체감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죽고싶습니다’라고 상담을 요청했던 대상자가 ‘선생님과 상담하니 좀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라는 말로 상담을 마무리할 때,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몰라요.
이 책은 그만큼 경청과 공감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는 경청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사회적으로 자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예방해야 할 지에 대해 섬세한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대사회에 살며 각종 정신과적 문제에 노출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죠.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상담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일까, 라는 생각으로 펼쳤지만 책을 덮을 때는 오히려 우리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 번쯤 읽어보고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차마 눈치채지 못한, 숨어 있는 아픈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Q. 책의 미래 독자에게
A.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어떻게 삶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하는지, 우리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나의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등 너무 무겁지 않고 또 너무나도 필수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책입니다. 꼭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해드리고 싶은 올해의 책 중 한 권입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는 경청이 수동적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봉사라고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려움과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의 방법은 그저 들어주는 것일 수 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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