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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에게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
권하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12월
평점 :
사람이 태어나면 반드시 거쳐야 할 세 가지 관문이 있다.
첫째는 부모를 안다는 것, 둘째는 세상을 안다는 것이요, 셋째는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시기에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주어진 삶을 향한 포용력을 온전히 키워내는 순간에 저절로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나의 도자기를 굽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눈길과 손길이 닿아야 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완성하고자 하는 형태의 틀을 만드는 과정은 우리의 삶과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특히, 사춘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의 모습은 더욱 겹치는 면이 많다고 본다. 그들은 미완성된 작품이니까.
아직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은 문제를 향한 접근과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의 존재를 향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는 청소년의 내면에 깊이 감추어진 성정체성.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진 성(性)에 대하여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소설인 <비너스에게>
호감형 외모를 가진 주인공 성훈은 지극히 평범한 10대 청소년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사는 듯하다.
또래친구들에게 다양한 여자친구와의 경험을 자랑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지만 사실 알고 보니
성훈은 같은 남자에게 애정을 느끼는 동성애자와 같은 성향을 지니고 있는데….

「양나 씨가 나를 처음부터 시종일관 '소년'이라 부르는 것은 아마도 그게 나의
가장 큰 정체성이기 때문일 테지. 아직 소년이기 때문에.
나는 양나 씨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고 마음도 흔들리는 거겠지.」p.86
짝사랑하는 남자선배와 친해지기 위해서 선배들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게 된 성훈.
선배와 가까지면서 우연히 집에 놀러가게 되고, 거기서 예기치 못한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주인공 성훈은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큰 혼란에 휩싸이는데….
<비너스에게>는 청소년기에 극히 드물게, 혹은 그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고 있을 하나의 이야기를
소설화하여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강한 애정을 느끼는 청소년의 성정체성에 대한 우리의 왜곡된 관점을
다시금 논하게 만드는 시발점이 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주인공 성훈은 끊임없이 '비너스'에게 편지를 쓴다. 그것은 아무리 속내를 털어놓아도
다시금 메아리처럼 자신에게 돌아오는 자문을 위한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감싸 안아주는 비너스와 같은 존재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아니, 꼭 필요한 것이다.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건 두 가지야.
네 이야기를 하는 것과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거야말로 소통의 기본이고, 소통은 너를 치료해 줄 가장 강력한 힘이야.
그리고."
양나 씨는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맑게 웃었어.
"내가 보기에 너는 그 두 가지에 아주 뛰어난 소질이 있어."」p.86

<비너스에게>는 청소년기의 성정체성을 향한 근본적인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하여 논한다.
그것을 문제라고 인식할 것인지, 그저 한 사람의 성향이라고 인식할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는데, 혼자서 다른 모양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스스로 납득할 수 없었던 주인공 성훈의 모습은 주변 인물과의 소통, 공감을 주고 받으며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심적인 동질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우리가 주인공과 같은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주인공이 겪는 문제가 아닌 주어진 현실을 미성숙한 청소년이 어떻게 이겨내고 있느냐를
인식하게 됨으로써, 현재 다양한 청소년 문제와 결합하여 우리로 하여금 세상 속 아이들을
나무가 아닌 숲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노라 생각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