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미사일 나남시선 84
김영승 지음 / 나남출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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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것은 그저 누군가의 삶을 조용히 해석하고 있을 뿐이다. 시집을 읽을 때마다 시적 감수성으로 그 속내를 이해해야겠다는 마음 자체를 비운 지 오래다. 사실, 그 간결히 함축된 언어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장편소설책을 읽기 위해 소비하는 시간과 시집 한 권을 읽기 위해 소비하는 시간은- 두 시간이 지닌 가치가 똑같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책을 읽기 위해 소비된 시간의 양과 질에 따라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고 대단한 것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 시간이면 충분한 책일지라도- 그 안에 함축된 질적인 의미를 제대로 발견할 수 있다면, 가볍고 얇은 시집이라도 우습게 볼 수 없다.

 

이번에 읽은 시집을 여러 각도로 높이 평가하는 목적으로 감상문을 쓰고 싶지는 않다. 시를 읽으면서 작가와 나의 파란만장했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기도 하고, 다시 시를 읽으면서 그 안에 축소된 세상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과 가족이 등장하는 詩의 세상을 펼쳐놓았다. 스스로를 관찰하고 음미하면서, 또 가족과 일상을 생각하면서 시를 쓰지 않았나 싶다. 누구나 이런 느낌, 방식으로 시를 쓰겠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간결하게 다듬는 작가의 필력이 아닐까. 그가 진정 자신의 언어로 시작과 끝을 맺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어디 詩 쓰는 사람이 남보다 특별한 재주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으랴. 단 한 줄이라도 자신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인이 아니겠는가. 자신의 삶을 온몸으로 더듬고, 핥고, 던지고, 밟고, 늘리고- 다시 줄이면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보겠다는 욕심이 있다면, 詩는 더이상 난해하다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나는 나의 말에, 詩에 功을 들인 적이 없다. 功을 들이다니……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나다니…… 기쁘다." 마음을 애쓰지 않고 한 줄, 두 줄 써내려가는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흐린 날 미사일》은 제목만큼이나 다소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詩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낮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독자의 입장으로 재치있게 숨은그림찾기를 해 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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