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가들의 은밀한 사생활
로버트 슈나켄베르크 지음, 마리오 주카 그림, 박선령 옮김 / 로그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위대한 작가들의 삶은 진지하고 지루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들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 그랬다고 인정해야겠지만 문학계의 전설적인 인물들 대다수는 소심하고 내향적인 책벌레가 아니라 할리우드 배우들 못지않게 방탕하게 살았다.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은 약물 중독자였고, 『반지의 제왕』을 지은 J. R. R. 톨킨은 지독한 구두쇠,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 D. 샐린저는 돌팔이 의사였다.」- 본문 중에서

 

세계적인 명작이라 칭송받는 문학 작품을 읽어보면 대게 열 권 중에 절반은 그리 감탄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작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 의한 일명 후광효과의 몫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며, 작품은 감상하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미 고전이 되어버렸기에, 감히 반박하고 나서지 못하는 입장이라서, 모든 사람이 칭송하기 때문에 무조건 칭찬하고 나서는 것 혹은 누군가에게 권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마치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에게 '너 아직도 『오만과 편견』을 읽어보지 못 했다는 거야? 좀 심하다. 그 작품이 얼마나 유명한데…'라고 깜짝 놀라는 것과 다른 게 무엇 있으랴. 또한, 나는 개인적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작품으로 인해 베르테르의 자살을 모방하는 젊은이가 있었다는 사실로 인하여 그 작품이 은밀히 함축시킨 위대한 문학적 기술이 지금까지도 많은 이의 찬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하기도 하다. 물론, 그 사실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베르테르 열풍을 일으켰으리라 생각하지만… 책을 먼저 만나고 그다음에 작가를 만나는 것이 순서가 맞는 걸까? 아니면 작가를 만난 다음에 책을 읽어야 할까. 나는 <위대한 작가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읽고 나서 좀 후회가 밀려왔다. 처음부터 썩 내키지 않는 책 제목이었으나, 막상 읽기 시작하니까 그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위대한 작가들은 작품으로 위장한 자신의 실체를 들켜버린 사람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사회가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일탈행위를 일삼는 작가들의 사생활. 우두커니 사색에 잠긴 몽상가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들도 인간이라서 내적인 욕구불만을 해소할 권리가 있다는 건 인정하겠다. 헌데, 부도덕한 행실이 극에 달하는 작가의 모습은 그가 탄생시킨 작품과 커다란 괴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당신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어떤 의도로 작가들의 사생활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서 책으로 엮었을까. 굳이 그들을 향한 독자의 애정과 신뢰감을 자극할 필요성이 있었을까. 작품에 투영시킨 작가의 언행이 실제 모습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사상과 예술행위를 분리해서 해석하는 수밖에 없는 걸까? 그나마 절제된 자세로 삶에 임했던 작가를 뽑자면 추리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가 아니었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충격이 심했던 작가는 레오 톨스토이, 루이자 메이 올컷, 어니스트 헤밍웨이였다. 뭐 사람은 사람이고 작품은 작품으로 인정해야지. 안 그러면 독자로서 심기가 꽤 불편해질지도 모른다.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지만…… 그래도 읽어보고 싶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엄숙한 역사 속에 감춰진 위대한 작가들의 사생활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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