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아직도 대학이라니 - 대학, 취업에 관한 신개념 지침서
이상민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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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되면서 교육의 장은 더욱 확장되었으며, 그에 따른 교육 참여의 기회도 다양해졌다. 이제 교육은 언제 어디서나 그 어떤 제약 없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다시 생각할 수 있다. 배운다는 것은 개인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것임과 동시에 그 배움은 대학을 졸업한다고 결코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특히, 지금 이 순간에도 진로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수많은 청소년들, 그들은 자신이 왜 공부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아주 명확한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꼭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걸 모르고 있다.

 

나는 <맙소사 아직도 대학이라니>를 접하기 전에 마틴 메이어의 <교육 전쟁>이라는 책을 먼저 읽었다. 그 책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 교육의 실태에 대한 고발성이 짙은 내용으로 가득하다. 입시전쟁으로 서서히 시들어가는 한국 학생을 향한 안타까움과 그 모순으로 가득한 교육의 틀을 과감히 부수지 못하는 나약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 이번에 읽은 책은 한국인으로서 바라본 한국의 대학교육이 지닌 기능의 한계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대학이 언제부터 출세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자, 하나의 도구가 되어버렸는가. 배움을 논하면서 질이 아닌 양으로서 승부하려는 우리의 가치관도 무시할 수 없다. 나는 스펙쌓기에 열을 올리는 대학생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될 수도 있기에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만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저자는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다소 거북함이 느껴질 만큼 강경한 태도로 대학의 실태에 대하여 비판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교육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주 논리정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대학은 본질적인 경쟁력,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지식, 세상을 선도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 지식에 학문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히지 말고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대학은 여전히 2억 6천만 원짜리 부도 수표를 난발하는 사기전문기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현시점에서 판단하자면 대학은 날로 팽창해지는 지식의 변화에 뒤처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에 따른 실질적인 지식,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의 범위를 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오직 대학만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대학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등록금을 납부하면서 정작 대학생이 대학으로부터 제공받는 것이 무엇이냐는 말이다. <맙소사, 아직도 대학이라니>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다소 비관론에 불과한 걸림돌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응이 나오기 십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학자금 대출로 인해 취업을 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대학생의 현실에 대한 책임을 대학에 떠 넘기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대학이 제공하는 지식의 한계가 있을지라도 그것을 토대로 제2의 지식을 창출하는 것은 전적으로 배우는 자의 몫이 아닐까? 저자는 명확한 목표 없이 대학만이 유일한 돌파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서 이 책을 집필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비싼 등록금만 날름 챙기고 학생들의 미래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누가 대학의 기능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대학이 자처한 것인가? 또한, 저자는 대학교수의 무능력함을 지적하고 있다. 끊임없이 몰입하여 연구하는 교수의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다.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가 권위적·수직적이라는 점, 교수와 학생이 처한 현실의 극과 극에 대해서도 문제점은 심심찮게 드러난다.

 

글쎄, 나는 <맙소사, 아직도 대학이라니>에서 명백히 주장하는 대학의 변화에 대해서 중립을 지키고 싶다. 평생교육의 시대에 아직도 대학이라는 말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대학이 아니더라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은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함으로써,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대학과의 상호협력기관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어떻게 해석할 것이며, 설령 대학의 희소성과 가치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을지언정, 자신이 추구하는 학문에 정통하기 위해 최소한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가정하에 그래도 이론지식의 한계가 있더라도 대학에서만 배울 수 있는 지식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자립하여 당당히 사회에 한자리 차지하는 불굴의 신화를 이룬 자가 있을지라도 사회에 맞물린 구성원을 파고들어 가면 여전히 대학 동문이 다양하게 얽혀있음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는 점이다. 개인과 개인이 협력하여 이러한 모순을 서서히 부수기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대학의 기능을 빌리지 않고 일어서는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뜻을 굽히지 말고 나아가라고 당부한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이 책은 입시교육에 시달리는 수험생과 현재 대학을 다니는 학생에게 현실을 정확히 읽으라고 충고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평생 배운다는 것에 대하여, 그러나 왜 그렇게 배움을 멈출 수 없는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질문 속에는 저자가 지적한 대학의 기능도 등장할 것이다. 이 시대에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이며, 그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냉정하게 생각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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