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작품으로 말하다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학식이 풍부하고 시서화에 능하여 진정한 예인이라 불리었던 여인이 있었다.

여인의 고매함을 높이 평가하여 늘 곁에 두고 싶어 하던 많은 이가 있었다.

시대와 인연이 없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던 여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녀들은 '기생'이라 불리어 춤과 노래, 풍류로 유흥장이나 주연석(酒宴席)에서 흥을 돋우는 일을 하였지만,

그 속에 감춰진 참다운 재능은 그 이상이었다.

 

 

<기생, 작품으로 말하다>의 저자 이은식은 현재 성균관 수석 부관장, 한국인물사연구원 원장을

비롯하여 그 외 사)퇴계학연구원 퇴계학진흥협의회 이사 등 여러 직함을 맡고 있다.

숨겨지고 잊혀가는 역사, 왜곡된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품고 반평생 동안 전국을 답사하며

선현들의 묘소와 자취, 사료들을 찾아내고 고증하여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역사서들을 지속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생이라 함은 흔히 황진이와 논개를 떠올리기 쉽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기생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용모와 함께 그녀들을 더욱 빛내주는 것은 빛바랜 역사 속에서 남기고 간 주옥같은 작품이었다.

비록 수많은 남자를 상대하고 자신을 버려야 했던 신분이었지만, 가슴 속에는 언제나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임'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학식이 풍부하고 재능이 있었음에도 여자로 태어나서, 또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말미암아서

기생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이 많았다.

 

 

전라북도 부령에서 1573년 태어난 기녀 매창의 작품에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편부 슬하에서 자라며 천재적인 재기를 발휘해 시와 거문고에 능하였다.

특히 10살 때 지은 시는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步上白雲寺 보상백운사

寺在白雲間 사재백운간

白雲僧莫掃 백운승막소

心與白雲閑 심여백운한

 

걸어서 백운사에 오르니

절이 흰 구름 사이에 있네.

스님이여, 흰 구름을 쓸지 마소.

마음은 흰 구름과 함께 한가롭소. p.104

 

<기생, 작품으로 말하다> 이 책은 조선 시대 기생에 대하여 상세히 알려준다.

기생을 다룬 역사서라 보면 될 것 같다. 책 중간마다 저자는 <기행문>을 통해서

매창의 무덤, 최경창과 홍랑의 묘소 등을 다녀온 이야기도 들려주고

<옛이야기 한꼭지>에서는 시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조선 시대의 삶에 대하여 들려주기도 한다.

 

책의 절반은 기생들의 작품이 가득하다. 신분이 불분명하여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기생의 작품도 제법 수록되어 있다. 그 중 하나를 적어본다.

 

잊자 하니 정 아니요 못 잊으니 병이로다.

장탄신 한 소리에 속 썩은 눈물이 가득

정녕코 나 혼자 이럴진대 썩어 무엇하리오. p.344

 

기생들의 작품 소재는 대부분 떠나보낸 임을 향한 애절함, 그리움, 사랑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혼자서 삭혀야 했던 그녀들의 가슴앓이가 느껴지는 듯했다.

기생이라는 것에 대한 관점을 새로이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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