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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다운 이 책의 마지막 결말에도 불구하고, 어째 난 유럽인의 가당치 않은 동양에 대한 환상이 자꾸 눈에 밟혀, 즐겁게 읽으면서도 한쪽에서는 계속 시니컬했다. ㅡㅡ: 저자의 말을 읽지 말걸,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저자는 한국이 동양에 있음을 상기해서 유난히 반가워했는데, 결국 그 사람이 아는 건 프로기사들이 많이 나오는 나라라는 것 정도였고, 그 사람이 말하는 동양은 결국 일본이었다. 그렇겠지, 뭐, 우리가 한때 서양사람을 모두 미국사람이라고 했던 것처럼 그렇게 좁게 생각하겠지, 툴툴대며 읽느라 가식없이 우아한 오주의 등장도 그리 감동스럽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네, 나만 민감한 건가....
또 하나 놀랐던 건 르네의 냉소였다. 남들에게 지혜로움을 숨기는 수위 르네를 나는 현명하고 따뜻한 캐릭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첫장부터 나오는 냉소와 우월의식 같은 것 때문에 뜨끔했다. 하긴, 세상에서 일부러 무시당하는 사람이 남들에게 따뜻하기란 힘들지, 시니컬한 게 당연하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문법 갖고 뭐라고 할 땐 너무 민감한 거 아냐, 하며 무식한 상대방에게 감정이입이 돼버렸다. 아, 나도 알고보면 무식했던 건가... ㅡㅡ:
이런저런 걸로 마냥 편하게 읽지는 못한 책이었지만, 그래도 르네가 오주와 친구가 됐을 때는 기쁘고 반전은 안타깝고 결말은 감동스러웠다. 내 열두살 때는 어땠나를 생각하며 팔로마의 결심을 다시 생각해보고, 그래도 장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다행이다 싶었다. 순전히 책 제목의 우아함에 이끌려 산 책인데, 호불호가 교차하며 이래저래 생각할 게 많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