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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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 지는 한참 되었고, 한참 전부터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오직 하나, 난 개를 안 키우니까, 였다. 그러다가 저번달쯤 하도 일상이 괴로울 때쯤 갑자기 이 책이 생각났고, 서점에서 검색까지 해가면서 덥석 집어들었다. 그리고 책에 기대한 만큼 책는 시간은 매우 유쾌했다.

재미있는 글솜씨와 따뜻함, 감동 등등은 다들 느끼는 것이겠고, 내가 저자를 브리짓드 바르도류의 비뚤어진 동물애호가로 인식하지 않고 저자에게 공감할 수 있었던 건, 개를 사랑한다는 것이, 소외받는 인간보다 개를 더 떠받드는 이유는 될 수 없다는 균형감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리버리 설레발치며 한 세상 살다 간 개의 유쾌한 에너지와 저자의 맛깔스러운 글이 만나서, 정말 즐겁고 감동적인 책이 되었다.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도 혹시 강아지 한 마리가 필요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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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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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는 울어도 궁상맞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연말 연휴 내내 틈날 때마다 책을 끌어안고 있으면서 그 땅의 참담함에 경악했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우는 것이, 그 땅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이기적인 눈물일까 겁이 나기도 했다.

뉴스에서 종종 나오는 아프간에 대해서는 이 책의 정보만으로 내력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난 연표나 역사적 흐름에 대단히 약하다...) 뭐 그걸 모른들 어떠랴, 마리암과 라일라의 삶이 무엇인지, 그들이 감내해야 할 치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루었던 삶을 걸은 우정의 성스러움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으니. 자궁을 가르는 고통을 맨몸으로 견뎌야 하고, 남자가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가 느꼈던 무력감을, 그들은 수십년의 세월을 통해 살아내고 이겨냈다. 이들이 바란 것들은 얼마나 소박한지, 그들의 이야기는 얼마나 찬란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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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 제로 조직 - 건전한 기업문화의 핵심
로버트 서튼 지음, 서영준 옮김 / 이실MBA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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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이고 윤리적인 자기계발 우화가 판치는 한편으로는,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같은 마키아벨리즘 책이 인기를 끄는 것이, 한점 흠결 없이 성공하고도 싶지만 사실은 그렇게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사람들도 다 안다는 반증인 것 같다. 성공하려면 그렇게 야비하게 살아라는 책이 인기를 끌더니, 그런 야비한 인간들에게 짓밟히는 사람들을 위한 책까지 나왔다. 것도 스탠퍼드 교수님이 쓴. 이런 걸 보면 다른 나라의 저자들은 비교적 자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교수들은 언제쯤 이런 글을 쓸까나. 실용서도 아닌 문학책에도 조금만 야하거나 사회상식에 반하면 구속시켜버리는 황당한 사회에서...

이 책에 나오는 또라이들은, 정말이지 치를 떨게 하는 다양한 면모를 과시한다. 욕을 해대는 최악의 경우부터 과자를 뺏어먹는 유치한 경우까지... 그런 사람들에게 당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주는 해법은, 사실 일반적인 수준이지만(짖어대는 걸 한발 물러서서 지켜봐라, 딴 곳에 있다고 생각해라, 희생자들끼리 연대해라 등), 이 책은 명쾌하고도 솔직해서, 읽는 내내 큭큭거리며 즐거워했다. 내가 아는 또라이들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고, 그 사람들을 이 책의 처방대로 이겨내지 못한 내 소심함도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한번쯤 읽어보면 속은 시원해질 책이다. 또라이의 해악을 비용으로 정산해 놓았으니 관리자들이 읽어보면 더 좋을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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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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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경제학 관점이 자유주의라고 장담은 못하겠다. 그렇게 단언할 만한 경제학 지식이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어쨌든 읽으면서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던 건 신자유주의 경제 메커니즘의 무자비함과, 그걸 최고라고 추종하는 저자의 유쾌한 논조였다.

 

교양으로라도 경제학 책을 읽어본 게 하도 오랜만이어서 처음엔 고등학교 때 배운 기본원칙을 떠올려가며 책 내용 따라가느라 애를 먹었다. 아무리 교양의 수준으로 설명하려고 해도 경제학이 쉬운 학문은 아니니 별 수 있겠는가... 스타벅스나 교통정체 같은 일상적인 소재 때문에 내용 자체를 만만하게 보고 접근한 내 불찰이다. 그래도 어쨌든 저자가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한 것만큼 일반적인 경제학 책보다는 이해가 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또는 후진국의 문제를 따지고 들어가다가 자유무역에 관한 얘기로 흘러가면서 (저자의 발랄함과는 무관하게) 내 심기가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농민들이 경쟁하는 게 칠레 농민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정책이나 정치가 '이론'만으로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음... 물론 내가 이론가에게 정책을 요구하는 치기어린 불만을 털어놓는 걸 수도 있지만, 저자 스스로가 현실에 밥이 되는 경제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개별 부문의 생존까지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능률적이거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잘라내 버리는 사고방식은 기계나 도마뱀에게나 적용할 만한 게 아닐까. 착취노동이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는 그의 주장은 참 편리하고도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학이라는 건 불가능한 건가,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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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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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 책의 마지막 결말에도 불구하고, 어째 난 유럽인의 가당치 않은 동양에 대한 환상이 자꾸 눈에 밟혀, 즐겁게 읽으면서도 한쪽에서는 계속 시니컬했다. ㅡㅡ: 저자의 말을 읽지 말걸,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저자는 한국이 동양에 있음을 상기해서 유난히 반가워했는데, 결국 그 사람이 아는 건 프로기사들이 많이 나오는 나라라는 것 정도였고, 그 사람이 말하는 동양은 결국 일본이었다. 그렇겠지, 뭐, 우리가 한때 서양사람을 모두 미국사람이라고 했던 것처럼 그렇게 좁게 생각하겠지, 툴툴대며 읽느라 가식없이 우아한 오주의 등장도 그리 감동스럽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네, 나만 민감한 건가....

또 하나 놀랐던 건 르네의 냉소였다. 남들에게 지혜로움을 숨기는 수위 르네를 나는 현명하고 따뜻한 캐릭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첫장부터 나오는 냉소와 우월의식 같은 것 때문에 뜨끔했다. 하긴, 세상에서 일부러 무시당하는 사람이 남들에게 따뜻하기란 힘들지, 시니컬한 게 당연하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문법 갖고 뭐라고 할 땐 너무 민감한 거 아냐, 하며 무식한 상대방에게 감정이입이 돼버렸다. 아, 나도 알고보면 무식했던 건가... ㅡㅡ:

이런저런 걸로 마냥 편하게 읽지는 못한 책이었지만, 그래도 르네가 오주와 친구가 됐을 때는 기쁘고 반전은 안타깝고 결말은 감동스러웠다. 내 열두살 때는 어땠나를 생각하며 팔로마의 결심을 다시 생각해보고, 그래도 장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다행이다 싶었다. 순전히 책 제목의 우아함에 이끌려 산 책인데, 호불호가 교차하며 이래저래 생각할 게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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