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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을 발명한 괴짜들 - 인터넷 세상의 문을 연 사람들의 이야기
강태훈 지음 / 궁리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 별로 평가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별의 개수는 책에 대한 내 생각과 무관하기 때문에 5개로 항상 표시합니다.
클릭을 발명한 괴짜들
웹이 (조금 과장하자면) 공기같은 존재가 되기까지,
특히 '하이퍼텍스트' 발상의 진원지에서부터 시작되는 너무나 매력적인 이야기가 바로 『클릭을 발명한 괴짜들』이다.
(왠지 제목이 <미래를 만든 Geeks>와 운율이 비슷한 느낌?)
이 책의 지은이는 제너럴리스트 강태훈이다.
보통 '제너럴리스트'는 '스페셜리스트'와 쌍으로 설명되곤 한다.
제너럴리스트 : 다방면적으로 알고 있으나, 깊게 알지 못하는 사람.
스페셜리스트 : 다방면적으로 알지는 못하나, 한 가지 분야를 깊게 알고 있는 사람.
아무튼 『클릭을 발명한 괴짜들』은 전공자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재미나게 읽지 않을까 싶다.
특히 컴퓨터 관련 전공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추천하고픈 책이다.
나는 정보처리대학 멀티미디어 공학을 전공했지만
전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어쨌든 이 책은 프로그래밍도 조금, 컴퓨터 그래픽도 조금, 웹디자인도 조금씩 발톱만 담궜던 나에게도
흥미진진한 책이었으니 어떤 느낌인지 대략 감이 오나? (안 오나? ㅜ_ㅜ)
대학교 때 전공 수업인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께서
<As may we think of>라는 논문을 찾아 보라는 과제를 내주신 적이 있다.
링크라는 개념에 대한 시초가 담긴 논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디지털 컴퓨터도 없던 시절(1945년)에 링크에 대한 아이디어를 논문으로 쓴 사람은
버니버 부시라는 사람이다.
학교 다닐 때 논문을 찾아 읽었어도 기억하지 못했던 이름인데,
이 책을 읽고나니 이제는 쉽게 잊어버리지 못할 듯하다.
그리고 이 논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최초의 윈도 시스템, 최초의 하이퍼텍스트 시스템 등 무수한 아이디어를 쏟아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마우스의 발명자라고만 알려진 엥글바트-
지금도 진행중인 재너두 프로젝트를 시작한 테드 넬슨-
그는 '세상의 모든 문학 작품과 지식이 하이퍼텍스트로 연결된 우주, 이른바 다큐버스(Docuverse)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완벽한 인물도 아니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도덕군자도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꿈꾸고 상상하는 사람들이었고,
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시점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주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웹의 형태와 기능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우연히 '알맞은 때에 알맞은 곳에 있었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지금의 거대한 웹 세상.
이 책의 내용은 물론 매우 요약된 것이고 그 뒤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등장이 있었겠지만.
아니 오히려 그런 것들이 깔려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 느낄 수 있기에-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난 뒤의 감동은 매우 크다.
제너럴리스트의 책인 만큼 중간중간 삼천포가 매우 많지만
살짝 살짝 담궜다 나오기도 하고 그리 거슬리는 정도가 아닌지라
오히려 즐기면서 볼 수 있었다. (나는!)
우리의 손이 매일 접촉하는 마우스,
그 클릭의 힘이 태어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
어쩌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웹의 가능성을 예측한 사람들의 깨알같은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책이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OYecfV3ubP8&feature=player_embedded
▲ 마지막으로 임팩트가 강한 애플의 매킨토시 광고.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감독 리들리 스콧이 연출했다고 함.)
책 보다가 찾아 봤는데 출시 당시에는 꽤 쇼킹한 광고가 아니었을까 싶다. (1984년)
(왠지 SF/공포 영화 스멜! - 특히 마지막에 나레이션 하는 아즈씨 목소리..후덜덜...)
링크
▲ 하이퍼텍스트라고 불리는 이 개체는 오늘날 웹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요소라서
아마 인터넷이 나온 다음 만들어졌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나도 그랬고)
그러나 웹의 탄생 전에 이미 지식을 연결하는 '하이퍼텍스트'라는 개념을 상상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매우 구체적인 하이퍼텍스트 장치의 도면까지 생각해 냈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클릭을 발명한 괴짜들을 추천한다.
(특히 컴퓨터 관련 전공자나 관심있는 학생들에게...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이지만 전공책보단 양도 적고 재밌을껄!)
인상적인 부분 발췌
이것이 하이퍼텍스트가 아닌 종이책의 약점이다. (...중략...)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사람들은 그 낱말들을 클릭하면 될 것이고.......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이 책의 장점일 수도 있다. 독자들은 어디서 다른 길로 접어들까 고민하지 않고, 그냥 글을 쓴 사람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작가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는 것이 하이퍼텍스트 시스템의 단점이다.- 41쪽
메멕스는 비록 책상 하나만한 크기이지만, 이것을 쓰는 사람이 가진 책이 모두 들어 있는 서재이고, 그의 모든 기록이 저장된 파일 시스템이면서, 그의 기억을 돕는 친밀한 도우미이다. 메멕스라는 이름도
기억확장기(MEMory EXtender)라는 뜻으로 지은 것이다.- 50쪽
디지털의 도도한 흐름에 밀려나긴 했지만, 아날로그 컴퓨터의 미덕은 주어진 방정식을 계산하는 것 이상이었다. 추상적인 논리만이 존재하는 디지털 컴퓨터와 달리, 아날로그 컴퓨터는 현실 세계의 문제와 똑같은 모습으로 움직이면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계산하고 있는 미적분 방정식의 실제 의미를 생생히 전달해주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가속 페달을 밝을 때 어떻게 해서 차의 속도가 높아지는지 볼 수 없지만, 말을 타는 기수는 박차나 채찍을 가할 때 말의 군육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과 같다. 아날로그 기계는 자연을 모방해 움직였다. - 63쪽
엥글바트가 발명하고 발견한 것은 마우스만이 아니었다. 최초의 윈도 시스템, 최초의 하이퍼텍스트 시스템, 최초의 그룹웨어, 최초의 화상회의 시스템, 최초의 워드프로세서.......(...중략...)"엥글바트의 아이디어를 다 써먹은 뒤에는 실리콘밸리가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 - 97쪽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이런 주변 장치에 엥글바트는 왜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 화면에서 커서를 조금 빨리 움직이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으면, 엥글바트는 벽돌에 연필을 테이프로 붙여놓고 그걸로 글을 써보라고 했다. 몇 글자를 쓰는 데도 비뚤거리고 끙끙거리게 마련이다. 그러면 엥글바트는 그걸로 시나 소설을 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무언가를 빨리 할 수 있다는 것이 일을 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차이를 가져 오는지 깨닫게 해주려는 것이었다. - 147~148쪽
넬슨은 여러 번 글을 고친 뒤에도 마지막에 쓴 것이 완성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또 하나의 판본일 뿐이었다. - 160쪽
웹이 모든 사람의 도구가 되기를 바라던 팀은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싶었다. 그래서 기득권을 포기하도록 CERN을 계속 설득했다. 마침내 1993년 4월 30일, CREN의 이사들은 누구나 자유로이 웹 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며 CERN에 어떠한 비용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문서로 공표했다. 이때부터 이날은 웹의 공식적인 생일로 인정받고 있다. - 275쪽
"테드와 같은 방에 있었다는 것은 영광이죠. 그는 일생을 통해서 다른 어떤 유명한 괴짜 열 명보다도 더 많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의 해답에는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편이지만, 중요한 것은 질문입니다." - 268쪽
인상적인 부분이 너무 많지만 직접 읽으면서 자신에게 와닿는 곳을 밑줄 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