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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4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 별로 평가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별의 개수는 책에 대한 내 생각과 무관하기 때문에 5개로 항상 표시합니다.
소설(상)
어느 날, 사장님께서 건네주신 낡은 책 한 권.
전혀 세련되지 않은 표지에 적혀있는 책 제목은 『소설』이었다.
『소설』은 두 권짜리 소설이다.
열린책들에서 1993년에 출판되었다.
찾아보니 2009년에 표지갈이를 해서 다시 출간되었나 보다.
(표지가 색이 선명하니 참 이쁘다.)
소설 『소설』은 책이 세상에 발표되기까지, 그리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 거치는 지리하고도 복잡한 과정을
저자, 편집자, 독자, 비평가 네 명의 시선을 통해 그려낸다.
사장님께서 상권만 주셔서 하권은 아직 읽지 못했다.
상권에서는 작가 '루카스 요더'와 편집자 '이본 마멜'의 이야기가 나오고
하권에서는 비평가 '칼 스트라이버트'와 독자 '제인 갈런드'의 이야기가 나온다.
내 입장에서는 '이본 마멜'이라는 편집자로 등장하는 인물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처음 출판사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잡일을 하면서도
꿈을 생각하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표현하는 그녀에게 애틋함을 느꼈다.
독자가 보는 책은 저자와 편집자 사이의 무수히 많은 교류를 거친 후 태어난다.
저자에게는 편집자의 간섭이 무척 귀찮을 수도 있다.
자신이 창조한 나름의 세계를 남의 말을 듣고 고쳐야 한다는 건 무척 괴로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저자를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도 편집자뿐이다.
텍스트 하나를 두고 두 사람은 끝없이 생각을 주고 받는다.
감명 깊었던 구절을 몇 가지 발췌한다.
(어린 이본 마멜이 처음으로 소설을 읽고서 사서에게 질문을 하는 장면)
"이 모두가 실제로 일어난 얘긴가요?"
사서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럼, 일어났었고 말고. 그런데, 작가의 마음 속에서 일어난 일이야. 물론 네 마음 속에서도 일어난 거지. 그게 바로 소설이란다. 서로의 꿈을 교환하는 것...
- 『소설』 168쪽
내가 이런 식의 삶에 묻혀버릴 순 없어. 책의 세계, 사상의 세계가 있잖아. 난 싸워서라도 그 세계에 가고 말테야.
-『소설』 170쪽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원고나 그 원고를 쓴 작가와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거에요. 항상 팔 하나의 거리를 유지해야 해요.
그들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결국 당신의 성공은 당신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얼마만큼 올바르게 그들을 판단하느냐 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어요.
- 『소설』 199쪽
<마멜스타인은 훌륭한 편집자로서 세 가지 자질을 지닌 여자야. 첫째는,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멋진 소설을 찾아내는 능력. 둘째는, 시류에 적합한 주제들을 찾아내고 또 그것을 논픽션 책으로 엮어낼 적절한 작가를 발굴하는 능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15년이 지나도 읽고 싶어하는 그런 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지.>
- 『소설』 225쪽
나는 소설이나 문학작품을 담당하는 편집자가 아니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공감가는 장면이 많았다. (여성 편집자라서 더 공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지리하고도 어찌보면 재미없을 수 있는 출판 과정을 이렇게 흥미롭고도 구체적으로 풀어낸 작가에게 많이 놀랐다.
과연 상권에서 출간된 책이 독자와 비평가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해석될지, 하권을 꼭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