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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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로 평가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별의 개수는 책에 대한 내 생각과 무관하기 때문에 5개로 항상 표시합니다.

『인간과 동물』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동물을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가끔 여행가서 마주치는 다람쥐와 새들 말고는 도시에서 동물을 보기가 참 힘들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인간은 참으로 괴상한 동물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흙길에 시커먼 아스팔트를 뒤덮지 않나 시멘트로 자기들의 수십 배가 넘는 건물을 만들질 않나... 게다가 다른 동물들을 왕따시키는 건지, 왕따 당하는 건지 고립된 생활을 한다. 그래놓고선 동물들을 종류별로 데려다가 동물원을 만들어놓질 않나, 가끔 산으로 와서 잘 살고 있는 다른 동물들의 삶을 들쑤셔놓고 간다. 모여서 살꺼면 거기서만 조용히 살 것이지...


너무나 당연한 듯이 살고 있는 일상이 뒤틀려 보이기 시작했다. 문득 생각한다. 1년 365일 동안 동물이라곤 인간만 봤더니 이렇게 사는 게 금방 신물이 나나보다.

그래서인지 최재천교수의 <인간과 동물>은 마치 딴 나라 이야기처럼 신기하고 재밌다.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인간이 아닌 학자의 관점에서 풀어놓은 이야기라서 그런지 읽는 동안 전혀 새로운 시점을 익히게 된다.

책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의 행태를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동물들의 본능적인 행동, 의사소통, 경제적인 행동, 정치적인 행동, 사회적인 행동들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독자가 삶의 방식은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결국은 인간도 동물임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특히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다윈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전까지는 다윈을 학교에서 배운대로 자연선택론을 연구한 생물학자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목표를 위해 개체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던 당시 풍조에서 다윈은 각기 다른 개체가 더 중요하며, 개체들의 다양성이야말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여년 전 그가 생각해낸 개념이 현재를 사는 나의 생각에 이렇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새삼 다윈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동물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에 대해, 삶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우리는 유전자의 보존을 위해 이용되는 매개체이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동물들은 때론 다수의 희생을 바탕으로 종족을 보존한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결국 나는 다양하게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는다. 동물도 같은 종이라도 서로 생활방식이 다르듯이 인간도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 때문에 발전을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능력 때문에 다양성을 억압하면 살아온 것 같다. 너무 많은 고정관념과 금기들이 허물어지고 각자가 행복할 수 있는 각자만의 방법을 찾는다면 어떨까? 그게 이상적인 사회가 될 지, 또 다른 사회가 될 지는 모르겠다. 다만 진사회성 동물의 대표주자인 개미사회에 대해 읽으며 작은 희망을 얻는다. 평생 일하지 않는 여왕개미도, 평생 일만 하는 일개미도 각자의 관점에서 보면 희생을 한다는 것이 부와 권력의 불균형으로 일그러진 인간사회에 대한 해답이 되지 않을까. 그 동안 고민해왔던 철학적인 의문들에 대한 답을 철학책이 아닌 생물학 책을 통해 얻으니 무척 재밌다. (학문의 시초 관점에서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닐 듯 싶지만) 

 이 책은 어려운 논문들을 뒤져야 할 것 같은 이야기들을 재미있고도 쉽게 풀어놓아서 나이와 배경지식을 불문하고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문체가 존댓말로 되어 있어서 마치 인자한 초등학교 선생님을 졸졸 쫒아다니며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거기다가! 쉽게 읽히다가도 머릿속에 의문을 품고 한참을 생각하게 만드는 통찰력있는 문장들이 꼭지마다 들어있다. 자신의 분야를 몇 십년 연구하며 가족들도 이해시킬 수 없는 논문을 쏟아내는 지식인보다는 많은 대중들에게 통찰력있는 지혜를 깨우쳐주는 최재천 교수같은 지식인이 많아지기를 오늘도 바래본다.

“우리는 어쩌다 우연히 태어난 존재일 뿐입니다. 그것도 지구의 역사를 하루로 본다면 태어난 지 몇 초밖에 안 되는 동물입니다. 게다가 몇 초 만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많은 생물학자들의 생각입니다. 가장 짧고 굵게 살다 간 종으로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지구의 역사와 생명에 본질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합니다. 자연을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알고 배우다 보면 우리 자신을 더 사랑하고 다른 동물이나 식물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밖에 없는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인간과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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